2019-06-17 05:55 (월)
[응답하라, 우리술13] 성호 이익이 좋아했던 세시주, 충주 ‘청명주’
[응답하라, 우리술13] 성호 이익이 좋아했던 세시주, 충주 ‘청명주’
  • 김승호 편집위원
  • 승인 2019.04.15 08: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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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명에 마시는 청명주를 생산하는 충주 중원당의 김영섭 대표가 가양주 주방문이 기록된 ‘향정록’ 원본을 들어 설명하고 있다.
청명에 마시는 청명주를 생산하는 충주 중원당의 김영섭 대표가 가양주 주방문이 기록된 ‘향정록’ 원본을 들어 설명하고 있다.

<대한금융신문=김승호 편집위원> 산미에 대한 대중의 기호는 엇갈린다. 호불호가 분명하다는 뜻이다. 진화의 과정을 거치면서 인류는 본원적으로 신맛을 경계한다. 신맛은 음식의 부패를 상징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젠 그렇지 않은 듯싶다.

두툼한 질감과 함께 산미와 감미가 적절하게 어우러진 포도주를 우리는 좋은 와인이라 평한다. 여기에 장기 숙성해야하는 고급 포도주는 좀처럼 열릴 것 같지 않은 질감(바디감)을 보여주며 경계의 뜻을 표출한다.

이처럼 와인에서부터 시작된 신맛에 대한 기호는 커피에도 적용되고 있으며 서서히 우리 술에서도 영역을 확보하고 있다. 즉 신맛이 부정의 옷을 벗고 긍정의 맛으로 화려하게 데뷔하고 있는 것이다.   

중원당에선 가양주로 내려온 청명주외에 지난해부터 막걸리인 청명주탁주를 생산하고 있고 5월부터는 청명주를 증류한 소주도 판매할 예정이다. 왼쪽부터 청명주탁주, 청명주, 소주청명주
중원당에선 가양주로 내려온 청명주외에 지난해부터 막걸리인 청명주탁주를 생산하고 있고 5월부터는 청명주를 증류한 소주도 판매할 예정이다. 왼쪽부터 청명주탁주, 청명주, 소주청명주

최근 방문한 충주 중원당의 청명주는 그런 술 중 하나다. 단맛과 신맛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술맛은 식전주로도, 그리고 식중주로도 충분히 가치를 발현하는 술이다. 그래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찹쌀로만 빚어진 알코올 도수 17도의 이 술은 조선시대부터 유명세를 치렀다고 한다.

남한강을 따라 서울을 향했던 선비들과 상인들이 들릴 수밖에 없는 곳이 충주다. 특히 선비들은 술 이름 때문인지 이 지역의 술 ‘청명주’를 꼭 마셨다고 한다. 과거시험을 염두에 두고 벌어진 일종의 징크스 같은 것일게다.

그런데 꼭 시험을 앞둔 선비들만 이 술을 탐한 것은 아닌 것 같다. 조선 후기의 이익은 자신의 책 <성호사설>에서 “나는 평생 청명주를 가장 좋아하며 청명주의 양조 방법을 혹시나 잊어버릴까 두려워서 기록해둔다”고 적고 있다. 술맛이 얼마나 기가 막히면 이렇게 적었겠는가. 특히 음식에 대한 품평은 선비의 품격을 낮춘다고 좀처럼 기록하지 않았던 것이 당시의 문화인데도 불구하고 이 정도로 기록했다면 그 술맛은 이미 오래전부터 증명됐다고 볼 수 있다.

현재 이 술을 빚고 있는 사람은 훤칠한 키에 미남형의 젊은 장인, 김영섭씨다. 아버지 김영기씨가 지난 1993년 충청북도 무형문화재(2호)로 지정되면서부터 명주 반열에 올랐던 청명주는 2007년 아버지에 이어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그를 통해 빚어지고 있다.

이 술이 문화재로 지정될 수 있었던 것은 집안의 문헌인 ‘향정록’에 청명주 주방문이 기록돼 있었기 때문이다. 이는 기록의 중요성을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어찌됐든 충주시 창동마을에 집성촌을 이루고 살던 김해김씨 문중의 가양주가 문헌을 통해 그 가치를 인정받고 전통주의 명맥을 잇고 있는 것이다.

청명주는 찹쌀과 누룩, 물로만 빚어진다. 이양주, 즉 밑술을 한번 한 뒤 다시 고두밥을 지어 덧술을 하는 형태로 빚는 술이다. 처음 밑술은 찹쌀죽을 쒀서 하는데 여기에 사용한 물 이외의 추가적인 물을 전혀 넣지 않는다고 한다. 다시 말해 찹쌀 고두밥을 지어 넣는 덧술에서 전혀 물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렇게 빚어진 술은 1차 발효에 한 달 정도, 그리고 2차 발효를 두 달, 최종 저온 숙성에 3달 정도를 거린다고 한다. 대략 150일 정도 발효와 숙성을 시키는 것이다. 그렇다보니 온도 관리가 이 술의 핵심이다. 신맛을 내기 위해 잠깐 30도 이상의 온도에도 노출시킨다는 이 술은 1차 발효부터 숙성까지 대략 세 단계의 온도에서 관리된다. 즉 청명주의 감칠맛은 시간과 온도가 만들어낸 예술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까지는 4대째 이어지는 집안의 가양주 전통을 계속 이어 만들어지는 술이다. 여기에 김 대표는 술도가라면 갖춰야 할 라인업을 새롭게 기획해서 추가하고 있다. 우선 지난해 우리술품평회에서 막걸리부분 최우수상을 받은 청명주탁주가 그 주인공이다.

청명주처럼 이양주 방식을 채택하고 있지만 밑술은 멥쌀 구멍떡을 내서 만든다. 이와 함께 지난달 주류제조면허를 얻은 소주를 시험생산하고 있는데 시판은 내달부터 시작할 계획이다. 알코올 도수 55도의 청명주 소주는 증류주를 빚는 원주의 중요성을 한 눈에 확인시켜줄 만큼 깔끔한 맛을 보이고 있다.

곡물 특유의 단맛을 충분히 지닌 데다 증류과정에서 발생하는 술덧의 탄맛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그리고 높은 도수지만 목넘김이 전혀 불편하지 않다. 그런 점에서 이 술은 시판에 들어가면 시장에서의 반응이 남다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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