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농협·신한 등 핀테크랩 확대 개편 및 지원방안 발표
최종구 위원장, 은행과 핀테크 상생 주문하며 바쁜 행보

<대한금융신문=김승호 편집위원> 모두가 한 방향을 바라보며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자본시장의 경구에 따르면 매우 불안한 상황이다. 그런데 아무도 그렇다고 말하는 사람은 없다. 오히려 다 지금의 방향이 정답이라고 주장하고 있는데다 전 세계가 공조하기까지 한다.

역사적으로 이 정도로 단일한 모습으로 변화를 추동했던 시절이 있었을까 싶을 정도다. 증기기관으로 달리는 기차가 등장했을 때 사람들은 기차의 빠른 속도가 사람의 혼을 빼놓을 것이라고 경고했었고, 자동차가 나왔을 때는 빠른 속도가 사람에게 위해를 가할 수 있다는 이유로 속도를 제한하고 붉은 깃발을 든 사람을 고용하도록 법제화한 나라까지 있었다. 즉 산업혁명은 반근대적 사고와의 충돌과정을 거쳐가며 추진됐던 것이다.

그렇게 산업화에 성공한 국가들이 20세기 후반 정보화사회로 급격하게 이행할 때도 컴퓨터와 사람과의 이해관계가 맞물려 잠시 다툼이 발생한다. 하지만 이내 사람의 노동력을 대신하는 컴퓨터와 로봇은 대세로 자리잡게 된다. 혁신의 성과가 분명했기 때문이다.

디지털은행 원년을 주창하는 은행들이 줄을 이으면서 어딜 가나 디지털혁신의 목소리가 드높기만 하다. 그덕에 지난 2015년 자그막하게 시작했던 핀테크기업의 연구랩들은 명실상부한 스타트업 플랫폼이 돼가고 있다. 이 모습만 보면 2019년 현재 대한민국은 ‘핀테크랩 전성시대’라 가히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은행들이 혁신적인 기술과 반짝이는 아이디어로 무장한 핀테크 업체를 선정해 자신들이 원하는 디지털 솔루션을 구하는 한편, 기업은 신뢰도 높은 은행의 울타리에서 성장의 토대를 확보하는 은행-기업간의 상생 프로그램인 것이다. 이러한 은행권의 움직임에 감독기관도 화답하듯 최종구 금융위원장의 디지털혁신 현장 행보도 바빠지고 있다.

그 첫 테이프는 지난 3일 행사를 가진 우리은행이다. 기왕에 있었던 위비핀테크랩을 확대해 ‘디노랩’이라는 이름하에 1300억원을 지원하는 한편 우리금융지주에서 필요로하는 디지털혁신을 이들 기업과 협업을 통해 구해낼 계획이다.

이어 지난 8일에는 NH농협은행도 NH디지털혁신캠퍼스를 오픈했다. 이 캠퍼스에는 33개의 핀테크 기업이 입주했으며 농협은 200억원 규모의 디지털혁신 펀드를 조성해 이들 기업을 지원할 계획이다.

지난해까지 4년간 총 72개의 스타트업을 발굴 육성하는데 약 83억2000만원을 직접투자했던 신한금융그룹도 지난 11일 신한생명 본사 디지털캠퍼스에서 ‘신한퓨처스랩’ 제2출범식을 갖고 향후 5년간 250개 기업을 육성키로 했다. 직접투자 규모도 250억원 정도다.

그런데 디지털의 넓은 바다를 향한 모험, 즉 끊임없는 혁신의 길은 고통과 불확실성을 수반하기 마련이다. 모험과 혁신에는 고통이 함께 내재해 있기 때문이다. 또한 그 결과에 대해 그 누구도 확답을 할 수 없는 불확실성 속에 갇혀있다. 그러다 보니 모험과 혁신에 대해 일반적인 사람들의 태도는 소극적이고 부정적이다.

또한 기업의 혁신은 물론 한 국가의 개혁의 성패는 주도하는 세력의 질과 양에 달려 있는 것이 아니라 기존 세력의 혁신에 대한 태도에 달려 있다. 어느 나라든 혁명의 이면에는 앙시앙 레짐이 뒤따랐고, 구체제를 옹호하는 세력은 강한 회귀본능을 보여왔다.

현재의 디지털혁명 과정도 마찬가지다. 이 혁명이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선 새로 뽑는 직원의 디지털 마인드보다 현재 근무하고 있는 임직원들의 마인드 제고가 시급하다. 그런 점에서 금융회사의 디지털캠퍼스가 사업모델 확충에만 신경 쓸 것이 아니라 내부 직원들의 디지털 관련 교육에도 많은 자원을 할애해야 할 것이다. 내부 동력을 상실하면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꼴이 되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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