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러온 돌이 박힌 돌 빼낸 격’…후보 양성도 겉치레만

대구은행 본점 전경.(사진=대구은행)
대구은행 본점 전경.(사진=대구은행)

<대한금융신문=박민현 기자> 김태오 DGB금융 회장 겸 대구은행장이 후임 양성에 있어 본질은 뒤로한 채 겉치레에만 집중하고 있다.

김태오 회장은 취임 초부터 한 번의 회장직 수행 후 DGB금융그룹을 반석에 올려놓고 ‘박수칠 때 떠난다’고 선언한 바 있다.

그러나 김 회장은 지난 1월 경영 정상화를 이유로 대구은행장 자리까지 꿰찼다.

당시 DGB금융은 보도자료를 통해 김 회장이 2020년 12월 30일까지 ‘한시적’으로 대구은행장을 겸직하게 됐다고 밝혔다. 임기에 있어 통상적으로 1년, 2년 등 기간을 두는 것과 달리하는 행보다.

이를 두고 관련업계 관계자는 “행장 임기 2년을 거의 다 하는 셈인데 왜 굳이 ‘한시적’이라고 표현했는지 모르겠다”며 “회장직 임기만료 후에도 회장직을 한번 더 하려는 꼼수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대구은행이 최근 진행 중인 차기 은행장 양성 과정 프로그램 역시 보여주기식에 지나지 않는다는 평가도 나온다.

관련업계 관계자는 “2021년 3월에는 회장 임기가 끝나는데, 그때 가면 새로운 대구은행장은 취임한지 3개월 여 밖에 안됐을 것이고 사외이사들이 대거 물갈이 된 상황 속에서 마땅한 적임자가 없다는 이유로 등 떠밀려 연임을 택하는 그림이 그려질 수 있다”고 피력했다.

김 회장은 취임 직후 임기가 만료되지 않은 임원들을 포함해 선임된 지 6개월여밖에 되지 않은 상무급 임원 5명, 자회사 임원 등 약 20여명에 달하는 임원들을 사퇴시킨바 있다.

이에 불거진 회장 후임 부재론과 관련해 김 회장은 지주회사 사장 또는 부사장을 선임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생각해본 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관련업계 관계자는 “기업의 실태와 직원들의 자질 등이 파악되지 않은 상태에서 임원부터 대거 사퇴 시킨 것은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빼내는 격”이라며 “DGB금융의 수익과 안정을 다진 후에 사내, 사외 이사들을 점차적으로 바꿔 나갔어야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주사장도, 부사장도 없는 시점에서 후임 회장에는 낙하산 아니면 한 번의 임기 수행을 약속 했던 김 회장이 약속을 깨고 연임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임원들을 사퇴시킨 것에 대한 지역 여론도 상황이 좋지 않다.

기존 임원들과 우호적인 유지관계를 맺었던 기업 대표들이 김 회장의 인사에 불만을 품고 새로운 임원들을 만나주지 않는가 하면 대구은행과의 거래 자체를 이탈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가가호호 방문, 고객은 애인처럼’을 슬로건으로 내건 하춘수 전 행장과 ‘미스터 점프’란 별명으로 박인규 전 행장이 다져놓은 입지를 무너뜨리고 그동안의 노고를 허송세월로 만들어버렸다는 지적이 쏟아진다.

업계 관계자는 “대구은행은 지역사회를 위해 대출금리를 낮추고 예금이자를 올리는 등 혼신의 노력을 해야한다. 그러나 그룹 및 은행 직원 일부는 새로운 일이 생기면 법무법인에 맡겨 일을 하다보니 업무진행이 상당히 늦어져 실적이 오르지 않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수성구청 펀드사건과 각종 비리에 연류되다보니 자기 몸 사리기에만 힘을 쏟는 격”이라며 “김 회장은 하나은행 부행장에서 벗어나 하루빨리 대구은행장으로 거듭나야 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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