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5-27 21:05 (월)
보험금 타려고 반려견 학대? “펫보험 모르는 소리”
보험금 타려고 반려견 학대? “펫보험 모르는 소리”
  • 박영준 기자
  • 승인 2019.04.19 10: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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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부담금 등 중복가입해도 초과이득 원천차단
괜한 오해로 미등록 반려견·묘 ‘보험 사각지대’ 위기

<대한금융신문=박영준 기자> 반려동물보험(펫보험)에 이중, 삼중으로 가입해 자신이 키우던 동물을 학대하거나 죽음에 이르게 하면 반려동물 주인은 이득을 챙길 수 있을까.

결론은 아니다. 보험사들은 자기부담금 제도와 보험금 지급 횟수 제한 등을 통해 초과 이익을 철저히 통제하고 있다. 오히려 중복가입을 막기 위한 현실성 없는 규제가 성장하는 펫보험 시장을 고사시킬 것이란 전망마저 나온다.

◆보험금 타먹으려 반려동물 학대?

펫보험을 판매하는 손해보험사는 삼성·현대·DB·KB·메리츠·한화·롯데 등 7곳이다. 불과 2년 전만 해도 펫보험을 취급하는 보험사는 2곳 정도에 불과했지만 반려동물 관련 시장이 조단위로 확대되면서 펫보험에 대한 반려동물 소유주들의 관심도 커졌다. 

펫보험 시장에 여러 보험사가 뛰어들면서 일각에서는 중복가입으로 인한 가입자의 ‘모럴해저드(도덕적해이)’를 우려하고 있다. 펫보험에 여러 개 가입한 뒤 보험금을 중복 청구하는 식으로 초과이익을 챙길 수 있다는 거다.

그러나 펫보험은 반려동물을 위한 ‘실손의료보험’이다. 동물병원에서 발생하는 실제 의료비를 보상해주는 상품이라 중복 가입하더라도 받을 수 있는 보험금은 같다. 만약 슬개골 탈구로 수술비가 100만원이 나왔고 2개 보험사의 펫보험에 가입했다면 보험사는 50만원씩 나눠 지급한다.

중복 가입을 원천 봉쇄하기 위한 기능인 자기부담금 비율(치료비 중 가입자가 직접 부담하는 비율)도 상당히 높다. 모든 펫보험의 자기부담금 비율은 30%와 50% 중에서만 선택 가능하다.

자기부담금 비율 50%에 가입했다면 반려동물 소유주가 A보험사, B보험사에 펫보험을 중복 가입해 반려견을 치료하고, 보험금을 중복 청구했다 해도 실제 치료비밖에 받을 수 없다.

펫보험 세 개를 가입해야 비로소 치료비 이상의 이득이 생기는 셈인데, 이 경우 오히려 펫보험 중복 가입에 따른 보험료 지출이 훨씬 클 수 있다.

소유주가 작정하고 반려동물에 위해를 가한다 해도 여러 번 보험금을 받을 수도 없다. 보험사마다 입·통원 의료비를 하루 10만~15만원, 수술비도 연 2회 한도에서 150만~200만원 수준으로 제한하고 있어서다. 

◆등록 반려동물 늘리려다 활성화 ‘발목’

최근 보험개발원은 ‘반려동물원스톱진료청구시스템(POS)’ 구축을 위한 사전준비 중이다. 이는 동물병원에서 진료를 받은 뒤 곧바로 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보험금을 간편하게 받을 수 있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직접적인 목적은 POS를 통해 반려동물을 식별, 여러 보험사의 펫보험에 가입해도 보험금을 중복 청구할 수 없도록 하는데 있다.

다만 POS에서 무리하게 중복 가입을 막으려는 시도가 펫보험 활성화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복가입을 막으려면 반려동물 등록과 함께 반려동물의 비문(코의 무늬, 사람의 지문역할)을 활용한 개체식별이 필수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반려동물 등록 및 비문인식이 펫보험의 중복가입을 막기 위한 방안으로 큰 효용이 없다고 이야기한다.

반려동물은 동물보호법에 따라 시·군·구 등 각 청에 등록해야 하지만 지난 2017년 기준 반려동물 등록률은 33%에 그쳤다. 전체 보험사가 POS에 강제 참여하게 될 경우 나머지 60% 이상의 반려동물은 중복가입 체크도 안 될 뿐더러 보험가입 자체가 불가능해질 수 있다.

이는 미등록 반려동물도 펫보험 가입을 받아주는 삼성화재, 메리츠화재 등이 애써 노력해 온 반려동물에 대한 ‘보험 사각지대 해소’를 오히려 옥죄는 결과다.

게다가 한 마리의 반려동물로 등록을 반복 신청하면 등록번호를 여러 개 받을 수 있다. 현실적으로 반려동물 등록제 활성화와 펫보험 중복가입 방지는 큰 관련이 없다는 게 보험업계 중론이다. 심지어 고양이는 등록번호 자체도 없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비문을 통한 개체인식은 동물병원 내방 때마다 수의사가 촬영을 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개는 코 활동이 많아 나이가 들수록 코의 주름이 훼손된다. 때문에 해외 보험사 그 어느 곳도 비문인식을 통한 개체 식별을 하지 않을뿐더러 중복가입에 대한 제어 필요성도 느끼지 못한다”라고 말했다.

다른 보험사 관계자는 “중복 가입으로 반려동물 소유주가 얻는 실질 이득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반려동물 학대 등의 모럴해저드 논란은 자기부담금 기능에 대한 이해 부족”이라며 “정말 이득이 생기려면 소유주가 일부러 몇 번씩이나 다리를 부러뜨려야 하는데 학대나 고의성이 드러날 수밖에 없다. 이는 보험금을 주지 않는 사유에 해당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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