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공공 분야 포문 열리며 클라우드 격전지로 부상
글로벌 빅3 국내시장 70% 점유…데이터주권 지켜야

<대한금융신문=문지현 기자> 글로벌 ‘클라우드 공룡기업’들이 잇따라 국내 데이터센터 설립 계획을 밝히며 국내 기업의 데이터 종속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데이터를 분석하고 보관하는 클라우드 서비스 인프라가 대부분 해외기업 소유라는 점에서다.

IT업계에 따르면 구글은 아마존웹서비스(AWS), 마이크로소프트 애저(MS) 등 해외 기업들이 이미 국내 클라우드 인프라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상황에서 오는 2020년 초 서울 리전 개설 계획을 밝혔다. 구글은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는 주요 국가나 도시에 데이터센터를 설치하고 이를 ‘지역(리전)’으로 구분한다.

정부가 올해부터 국내 금융·공공 시장에서도 클라우드를 활용할 수 있게 규제를 완화하면서 국내 IT시장은 클라우드 기업들의 격전지로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이미 AWS, MS 등 외국 기업이 국내 클라우드 시장의 60~70%를 차지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AWS, MS 등 주요 클라우드 사업자들은 이미 국내 데이터센터를 보유하고 있으며 최근 설립 계획을 밝힌 구글 외에 오라클, 에퀴닉스 등 해외 기업들의 데이터센터 구축도 가시화된 상황이다. 해외 클라우드 사업자들이 금융·공공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선 데이터센터가 반드시 국내에 위치해야 한다.

이에 업계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비치고 있다. AWS, MS, 구글 등 글로벌 빅3 클라우드 사업자에 이어 해외 기업 후발주자까지 등장해 시장을 공략하게 되면, 국내 기업 데이터의 80% 이상이 해외기업의 인프라로 넘어가게 되기 때문이다.

만일 해외 클라우드 기업의 서버 장애로 수많은 인터넷 서비스가 동시에 마비된다고 해도, 국내 기업들은 서비스 복구를 기다리는 방법 외엔 대처할 수 있는 방안이 없다. 최근 여러 사업자의 서비스를 활용하는 개념인 멀티·하이브리드 클라우드 서비스가 부각되고 있는 점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대기업 계열 IT서비스 기업들은 여러 클라우드를 활용할 수 있는 관리·보안 솔루션을 내놓고 있으나 AWS, MS, IBM 등과 협력하며 외산 인프라를 우선 제공하고 있다. 클라우드 통합 관리 및 보안 등 주변 생태계에 주력하며 글로벌 업체들의 클라우드 이전을 돕고 있는 셈이다.

몇몇 국내 IT기업들이 자체 클라우드 서비스를 선보이기도 했으나, 삼성전자, LG전자, KT, SK텔레콤, 롯데 등 대기업들은 국내 기업의 인프라보다 가성비 면에서 뛰어난 AWS, MS의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대로라면 오는 2020년엔 국내 기업 데이터 80% 이상이 외국 서버로 넘어갈 것”이라며 “국내 대형 IT기업들은 보안이 가장 큰 대두인 금융·공공 시장을 중심으로 클라우드 사업 확장의 기회를 갖는 게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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