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트는 새벽의 빛깔은 도전과 미래의 의미 내포돼 있어
17년 만에 그룹 이미지 미래에 방점 찍어 CI 전체 변경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오른쪽)이 한 직원에게 새롭게 디자인된 그룹 배지를 달아주고 있다.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오른쪽)이 한 직원에게 새롭게 디자인된 그룹 배지를 달아주고 있다.

<대한금융신문=김승호 편집위원>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가장 귀한 대접을 받는 재물은 금이다. 그래서 운동경기의 메달도 금, 은, 동의 순서다. 더 희귀하고 더 빛나고, 변함이 없는 물질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돈을 다루는 기업인 은행은 금행이 아니라 은행이다.

어려서는 그 이유가 그다지 궁금하지 않았다. 하지만 은행을 출입하는 기자가 되면서 ‘왜 은행은 은행일까’하는 궁금증에 빠지곤 했다. 물론 그 답을 아는데 그리 오래 걸리진 않았지만, 이유는 그럴듯했다. 

우리가 사용하는 대부분의 근대적 명칭을 갖는 단어들은 일본에서 번역 혹은 번안한 단어들이다. 금융권의 단어들은 특히 더 그렇다. 은행이라는 단어는 물론 은행에서 자주 사용하는 단어들인 수신, 여신, 통장, 수표 등의 단어도 다 일본식 번역을 그대로 가져온 것이다.

그리고 뱅크가 은행으로 번안된 것은 ‘본위제도’에 그 근거를 두고 있다. 16세기 이후 일본에서 은광이 대거 발견되면서 일본의 은은 동아시아 무역의 중심화폐로 떠오른다. 오랫동안 은을 주요한 화폐로 사용한 중국도 일본에서 채굴된 은화 덕분에 화폐주조의 걱정을 따로 할 필요가 없었다.

즉 도쿠가와 막부 시절 개발된 은광을 토대로 동아시아 경제를 기동시킨 은본위제가 시행됐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연유로 뱅크는 금행이 아닌 은행이라는 단어로 동아시아에 소개된 것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해서 금의 가치가 은보다 못한 것은 아니다. 유통시킬 만큼 충분한 금이 없었기 때문일 뿐, 금은 여전히 귀한 대접을 받는 재물이다. 화폐의 가치가 떨어질 경우 금 가격은 수직상승할 정도로 아직도 훌륭한 투자의 대상이며 가치의 척도 기능을 한다.

그런 점에서 황금색은 여전히 금융회사의 정체성을 표현하는 색깔이다. 로고의 형태나 배지의 모양은 모두 다르지만, 배지의 색깔을 황금색으로 한 경우가 많은 것도 그런 이유다. 

그런데 우리금융지주가 자신들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색을 황금색에서 밝은 청색으로 바꿨다. 17년 만에 CI(기업정체성) 전체를 그룹의 상징색으로 통일한 것이다. 우리금융이 밝힌 청색은 도전과 희망을 상징하는 ‘여명’을 나타낸다고 한다. 또한 여명의 이미지를 최대한 살리기 위해 색처리도 단계적으로 짙어지는 그라데이션으로 처리했다. 즉 우리금융이 대한민국 금융의 새 지평을 여는 선도자라는 상징을 대입시킨 것이다. 

동트는 순간의 새벽을 뜻하는 여명은 그런 점에서 미래를 상징한다.

특히 19세기말부터 20세기 초에 등장했던 유파인 미래파는 전통과의 단절과 기계문명과 속도를 찬양하는 아방가르드로써 푸른색을 적극적으로 자신들의 회화에 반영했다.

파란색은 진행과 퇴각의 중간에 위치하지만 밝은 파란색은 진행에 가깝다. 그리고 하늘과 연관된 파랑은 동경과 사색을, 바다와 연결된 파랑은 여성성을 상징하기도 한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사람들이 푸른 하늘과 바다를 그리워하는 것은 무의식적 욕망일 수도 있다. 또한 물로서의 파랑은 차가움을 상징하기도 하지만 신선함과 젊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우리금융이 채택한 밝은 청색은 바로 이런 의미를 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즉 전통적 관점의 금융의 정체성을 젊음과 신선함을 의미하는, 그래서 제4차 산업혁명에 의해 다시 태어날 미래의 금융으로 잉태되는 의미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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