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이자율 미끼로 고객 현혹
‘예대마진’ 위주 영업 벗어나야

서울 시내에 위치한 한 시중은행 창구 모습.
서울 시내에 위치한 한 시중은행 창구 모습.

<대한금융신문=안소윤 기자> 은행들이 최근 예수금 확대를 위해 경쟁적으로 출시하고 있는 고금리 예·적금 상품에 까다로운 우대금리 조건을 내걸고 있어 고객을 현혹시키는 꼼수영업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현재 은행권에서 판매 중인 예·적금 상품은 1000여개에 이른다. 해당 상품들은 1~2%대의 기본금리에 가입 시 해당 고객의 거래실적에 따라 각기 다른 추가 우대금리를 제공한다.

저금리 기조 장기화로 예·적금 기본금리가 낮다 보니 0.1%포인트의 우대금리조차 금융소비자가 상품을 선택하는 데 중요한 기준이 되고 있다.

은행들은 최대로 받을 수 있는 우대금리를 포함한 최고 이자율을 강조하며 고객 모집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제공되는 우대금리가 높을수록 충족하기 어려운 조건이 많아 가입을 포기하는 이들이 많다.

최근 출시되는 은행 예·적금 상품을 살펴보면 우대금리 조건에 ‘신규고객 대상’이 붙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가입하려는 상품을 판매하는 은행을 처음 이용한 고객이 아니라면 우대금리를 포기해야 한다는 얘기다. 국내 성인 1인당 보유하고 있는 은행 계좌 수가 평균 5.4개(2015년 기준)로 세계 2위 수준인 상황에서 해당 조건을 부합하기란 쉽지 않다.

또 계열사 신용카드 개설 및 전월 실적 충족, 펀드 가입, 통신비·공과금 자동이체, 대출상품 보유 등 상품 끼워팔기에 예·적금 이자수익보다 우대금리 조건에 들이는 수고와 비용이 큰 경우도 많다.

특히 비대면 채널 가입 및 은행 애플리케이션 설치 등을 우대금리 조건으로 하는 예·적금 상품의 경우 모바일 환경에 서툰 시니어(40~70대) 고객에겐 먼 얘기다.

우대금리 조건이 단순하거나 우대금리 없이 기본적으로 높은 금리를 받을 수 있는 특판 상품이 종종 출시되고 있지만, 은행들은 통상 짧은 기간을 정해놓고 판매해 가입하려는 시점에 특판 상품이 없거나 빠르게 마감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복잡해진 우대금리 조건은 금융환경 변화에 따른 은행들의 마케팅 전략으로 볼 수 있지만 최대 이율만 보고 가입하려다 실망하는 고객들을 외면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볼 때 큰 리스크”라며 “은행들은 대출금리는 쉽게 올리고 예적금 금리는 필사적으로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는 예대마진 위주의 영업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금융감독원은 금융소비자 권익 보호 강화를 위해 금융회사 간 비교공시를 강화하겠다는 금융감독혁신 과제를 발표한 바 있다. 구체적인 개선 내용과 시기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으나 현행 기본금리 위주의 공시를 실제 대고객 수신금리 공시로 개선하기 위해 적극 나선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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