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차 무관세 전면수입 허용과 다름없어”
정체기 국내 공모펀드 시장 위축될까 우려

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대한금융신문=강신애 기자> 정부가 펀드패스포트 도입을 강행하면서 국내 자산운용사들의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국내 투자자금이 호주, 일본 등 외국계 펀드로 몰리며, 수탁고 감소 등 각종 부작용이 예상되는 상황이라 ‘불공정 조약’이란 푸념마저 나온다.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내일 한국, 일본, 태국, 호주, 뉴질랜드 등 5개 회원국이 한자리에 모이는 ‘2019 아시아펀드 패스포트 컨퍼런스’가 열린다. 

아시아펀드 패스포트의 도입 효과와 발전 방향에 대해 논의하는 첫 국제회의 테이블이다. 이 자리에는 금융위원회 김용범 부위원장과 권용원 금융투자협회장이 참석한다.

아시아펀드 패스포트는 5개 회원국이 일명 ‘패스포트 펀드’로 등록한 펀드를 다른 회원국에서 판매할 수 있도록 만든 제도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국내 자산운용사에 심대한 타격이 될 것이란 예상을 하고 있다. 호주 맥쿼리 자산운용, 일본 노무라자산운용, 다이와자산운용 등 해외 유수 자산운용사에 국내 투자금이 몰릴 가능성이 높아서다.

펀드패스포트 제도 도입 시 이들 운용사는 한국 투자자들이 선호하는 펀드를 손쉽게 판매, 자금을 조달할 수 있게 된다. 협약국의 자산운용사라면 국내의 깐깐한 펀드 판매 제도를 피할 수 있어서다. 

현재 해외 운용사들은 우리나라에서 펀드 판매가 쉽지 않다. 자본시장법상 해외자산운용사가 펀드를 국내에서 판매하려면 외국집합투자기구의 등록요건에 따라 금융감독원에 등록해야 하는 등 판매요건이 까다롭다.

반대로 국내 자산운용사들이 이 제도를 통해 일본, 호주의 펀드시장에 진출할 경우 해당 국가 투자자들에게 인기를 끌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미 일본, 호주에는 대형 글로벌 운용사들이 진출해 있는데다 국내 자산운용사는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낮다. 

펀드패스포트 도입으로 정체 상태인 국내 공모펀드 시장의 수탁고가 더 위축될 거란 우려도 나온다. 지난해 말 기준 국내 공모펀드 수탁고는 217조원이다. 5년 전인 2014년 대비 6.3%(13조원) 늘어났으나, 사모펀드와 비교하면 성장이 멈췄다는 평가다. 동기간 사모펀드 수탁고는 173조원에서 333조원으로 92.4%(160조원)나 급증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국내 자산운용사들이 경쟁력이 충분히 갖춰지지 못한 상황에서 외국계 대형 자산운용사에 먹거리를 뺏기게 될 수 있다”며 “수입차를 무관세로 전면 수입하는 것과 다름없다”라고 말했다.

국내 운용사의 사정을 고려하지 않는 금융위원회와 금융투자협회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다른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금융위와 금투협이 국내 자산운용사의 국제 경쟁력에 대해 신중히 고려했다면 펀드 개방은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라며 “중국, 홍콩, 싱가포르 등 아시아 주요 펀드시장이 있는 국가와 태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동남아시아 국가도 협약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점은 펀드패스포트 제도가 지닌 맹점이다. 협약에 참여한 5개국 가운데 한국펀드를 수입하고 싶은 나라가 한 곳이라도 있는지 반문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국내에서 펀드패스포트 협약의 효력은 잠정 유보된 상태다. 지난해 7월 펀드패스포트 관련 내용이 담긴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됐으나, 현재까지 통과하지 못했다.

저작권자 © 대한금융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