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보험계약대출은 계약 일부, 대출성격 아냐”
주택대출 받으려 보험해지하나…계약자 권한침해

<대한금융신문=박영준 기자> 정부가 보험계약대출을 다른 대출처럼 대출현황을 파악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로 관리하겠다고 나서면서 논란이다.

보험계약대출은 법적으로도 대출이 아닌 보험계약의 일부로 본다. DSR이 차주의 상환능력을 평가하기 위한 간접규제라 해도, 다른 대출 때문에 보험계약대출을 줄이거나 제대로 받지 못하게 된다면 보험계약자는 약관상 정해진 권리마저 포기하는 상황이 올 수 있어 문제시 된다.

10일 금융당국 및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보험계약대출 정보를 전 금융권에 공유하기 위해 신용정보 집중관리 제도를 정비한다. 

금융위는 보험계약대출이 대출의 실질을 갖고 있음에도 은행 등 금융권에 공유되지 않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이에 최근 보험계약대출도 다른 대출과 마찬가지로 신용정보원을 통해 집중관리, 활용할 수 있도록 ‘신용정보업 감독규정 일부개정규정(안) 규정변경예고’를 실시했다.

자연스레 다음달부터 시행되는 제2금융권 DSR 규제에도 보험계약대출이 포함될 전망이다. DSR은 모든 가계대출의 원리금 상환액을 따지는 규제다. 전체 대출에서 원금과 이자가 차지하는 비율로 대출 여부를 결정한다.

문제는 금융위가 보험계약대출이 대출 상품이 아님에도 대출의 성격을 부여하려 한다는 점이다. 과거 판례에서도 보험계약대출은 대출의 성격이 아닌 보험계약의 일부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보험계약대출은 약관 상 계약의무를 이행하는 것일 뿐, 보험계약과 별개로 볼 수 없다는 것이 대법원의 판단이다.

지난 2007년 대법원(2005다15598 판결)은 “보험계약대출의 경제적 실질은 보험회사가 장차 지급해야 할 보험금이나 해지환급금을 미리 지급하는 선급금의 성격”이라며 “보험계약대출이 대출이란 용어를 사용하고 있더라도 일반 대출과 달리 소비대차로의 법적 성격을 갖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실제로 보험계약대출은 약관상 해약환급금 범위 내에서 보험사가 정한 방법에 따라 얼마든지 대출할 수 있고, 대출 원리금도 언제든 갚을 수 있다. 계약자가 돈을 상환하지 않으면 보험사는 보험금 등을 지급 시 대출 원리금을 공제하고 나머지 금액만 지급한다.

이에 미래에 받아야 할 돈을 미리 당겨 받는 구조를 두고 금융위가 대출의 성격을 부여해 간접 규제하는 건 보험약관 상 계약자의 권리를 뺏어가는 행위가 될 수 있다는 것이 보험업계 중론이다.

금융위에서는 보험계약대출만 단독으로 받는 경우 DSR에서 예외해주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약관상 권리인 보험계약대출 만큼은 자유롭게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결국 DSR 규제에 보험계약대출이 포함되면 보험계약자는 다른 대출을 받기 위해 보험계약대출을 줄이거나 보험계약 자체를 없애는 상황이 올 수 있다. DSR 때문이라도 약관상 정해진 계약자의 권리를 제대로 행사하지 못하게 되는 셈이다.

이례적으로 보험사뿐만 아니라 금융소비자단체까지 보험계약대출의 DSR 포함을 반대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가계부채 관리 차원의 대출규제가 소비자(보험계약자)를 전혀 보호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이를 두고 금융소비자연맹 측은 “금융위가 가계부채축소를 위한 방안으로 제2금융권에도 DSR을 확대 적용을 추진하면서, 행정편의주의에 따라 대출상품이 아닌 보험약관대출을 무리하게 포함시켜 소비자권익을 축소시키려 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보험계약대출 DSR 포함에서)가장 우려되는 건 가입자들의 보험 해지다. 보험계약대출이 문제가 돼 다른 대출을 받게 될 수 없다면, 결국 보험을 해지해 급한 불부터 끄려 할 것”이라며 “해지는 보험가입자에게 당장의 금전적 손실을 일으킬 뿐만 아니라 미래에 받아야 할 보장까지 포기하도록 한다. 간접규제 차원이라 해도 결국엔 소비자에게 피해만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대한금융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