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9-17 19:55 (화)
[응답하라, 우리술 115] 생태계 살아있는 섬진강 같은 막걸리 빚는 하동양조장
[응답하라, 우리술 115] 생태계 살아있는 섬진강 같은 막걸리 빚는 하동양조장
  • 김승호 편집위원
  • 승인 2019.05.13 09: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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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향 13년차 이근왕 대표, 지역과 함께 하는 소박한 술도가 운영
막걸리 비수기 대비하기 위해 지난해 소주면허내고 증류기 도입
지리산을 배경으로 흐르는 섬진강 같은 막걸리를 빚는 하동합동양조장. 사진은 지역과 적극적으로 호흡하며 술을 빚고 있는 귀향 13년차의 하동합동양조장 이근왕 대표.
지리산을 배경으로 흐르는 섬진강 같은 막걸리를 빚는 하동합동양조장. 사진은 지역과 적극적으로 호흡하며 술을 빚고 있는 귀향 13년차의 하동합동양조장 이근왕 대표.

<대한금융신문=김승호 편집위원> 강의 생태계가 온전히 유지돼 모래턱이 충분하고, 강의 양쪽은 봄·가을로 화사한 색깔로 꽃단장을 하는 섬진강. 사철 멋있는 풍광과 함께 먹거리도 풍부해 연중 관광객이 전국에서 모여드는 곳, 하동.

그 덕에 화개장터가 서있는 시장터의 땅값이 평당 2000만원을 호가한다고 한다. 한적한 시골의 소읍 같은 곳의 땅값이 대도시의 웬만한 곳보다 가격이 높다하니 그저 놀랄 수밖에.

이 하동 땅에서 지역주민과 함께 문화행사를 개최하고 외지에서 온 관광객들을 위한 관광가이드까지 마다하지 않는 양조장 대표가 있다.

귀향 13년차의 하동합동양조장의 이근왕 대표가 바로 그다. 대형 식품회사에서 외식유통업무를 처리하다 귀향한 이 대표는 대부분의 면단위 양조장처럼 가업으로 술도가를 이어받았다.

하지만 막걸리 양조장의 위상은 2012년을 정점으로 과거의 명성을 잃어가고 있는 한미한 사업일 뿐. 그런데도 지리산을 배경에 두고 흐르는 섬진강 마냥 이 대표의 꿈은 살아있는 생태계 그대로다.

술에 대한 철학부터 지역사회와의 호흡에 이르기까지 그에겐 기존 술도가와는 다른 맛과 멋이 느껴진다.

그래서인지 그의 술은 그 흔한 인공감미료가 들어갔지만 대도시 막걸리만큼 단맛이 강하지 않고 탄산감도 무리하지 않다. 소박한 밥상에 오른 제철 나물요리만큼 그저 상큼할 따름이다.

귀향한 뒤 양조장 발효실 천장과 벽에 눌러 있던 검은색 물질들을 식품안전 차원에서 제거하라는 관할 기관의 지시에 따라 없애버린 사실을, 술을 빚으며 후회하게 됐다는 그의 소회는 술을 알아가는 젊은 양조인의 꿈과 희망으로도 읽혀졌다. 그 검은 색 물질은 오키나와의 아와모리 소주를 만드는 술도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흑국이기 때문이다. 첨언하면 오크통에서 숙성되는 위스키가 한 해에 대략 2~3% 정도 천사의 몫으로 증발되는데, 그 숙성고 주변엔 여지없이 흑국이 자리하고 있다.

예전엔 종국실에서 입국을 빚었지만 지금은 인건비 등의 이유로 입국와 효모를 모두 사다 사용한다고 말하면서도 5년 뒤 자신의 술은 그것이 아닐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하는 모습에서 술에 대한 그의 마음자세가 읽혀진다. 즉 좋은 술은 좋은 재료가 만든다는 기본 철학에 입각해 인공감미료 없이도 효모의 역할만으로 술맛과 향을 낼 수 있는 그런 술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지방정부의 매칭펀드로 양조장 현대화 사업의 일환으로 신식 증류기를 도입한 하동양조장. 500리터를 증류할 수 있는 이 기계와 오래된 양조장의 건물양식은 묘한 불균형을 이루고 있어 던진 질문은 ‘왜 소주를 내리려 하는가’였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막걸리는 봄철 반짝 수요가 일다가 여름부터 비수기에 접어들어서 결국 사철 양조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기 위해 도입했다”고 말한다.

그럼 왜 대도시 지역의 전통주 주점 마케팅을 펼치지 않느냐고 이어지는 질문에 그의 답은 소박하게 다가왔다. 지역을 찾아온 사람들이 찾아주는 술을 만들겠다는 것. 마을 사람들도 찾고 타지에서 여행 온 사람들도 마실 수 있는 그런 술을 만들어야 진정한 로컬푸드의 완성이지 않겠냐는 것이다.

하동군의 여러 시민단체들이 마음을 모아 섬진강 모래턱에 모여 시조와 창, 시낭송 등의 다채로운 문예행사를 펼치며 달마중 행사를 하고 있는 모습
하동군의 여러 시민단체들이 마음을 모아 섬진강 모래턱에 모여 시조와 창, 시낭송 등의 다채로운 문예행사를 펼치며 달마중 행사를 하고 있는 모습

이근왕 대표를 찾은 날 저녁, 섬진강변에선 하동 지역시민단체들이 개최하는 작은 문화행사가 있었다. 달마중 행사라 이름 붙여진 행사에선 시조와 창, 그리고 시낭송 등이 변변한 조명도 없이 진행되고 있었다. 이 행사의 진행요원으로 동분서주하는 이 대표의 모습에서 하동 술이 담아낼 미래를 그려본다.

그는 이밖에도 하동의 몇몇 지인들과 조합을 구성해 주민공정여행 프로그램 ‘놀루와’도 운영하고 있다.

지역을 가장 잘 아는 만큼 구석구석 스토리와 함께 가이드를 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일 것이다.

부부송은 물론 문암송, 패러글라이딩을 멋지게 펼칠 수 있는 형제봉, 그리고 멋진 석양과 함께 지리산의 연봉을 조망할 수 있는 구제봉 등 다채로운 볼거리가 그의 입담과 함께 소개 되는 가운데 마시는 막걸리는 분명 더 맛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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