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법률 위반 소지 금액 1조948억, 천문학적 벌금부과 우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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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금융신문=안소윤 기자> ‘이란자금 불법 유출사건’에 휘말려 미국 검찰과 금융당국의 수사를 받고 있는 IBK기업은행에 대해 천문학적인 금액이 될 수 있는 미국 이란제재 관련 법률 위반 과태료 대비를 위한 거액의 대손충당금 적립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IBK기업은행은 지난 2011년 뉴욕지점에서 발생한 이란자금 불법 유출사건에 아직도 발목이 잡혀 있다.

내용을 살펴보면, 미국은 지난 2010년 이란에 대해 ‘세컨더리 보이콧(Secondary Boicott)’을 발효했다. 이란 원유를 수입하는 제3국과 미국 기업이 거래할 수 없도록 하는 제재 조항이다.

다만 이란으로부터의 원유 수입량이 15%에 달하는 한국은 예외국으로 적용돼 한국-이란 간 무역 상품(원유, 전자제품 등)은 국경을 오갈 수 있어도 거래대금은 한국 내 개설된 이란 측 원화 계좌에 쌓일 뿐, 한국 밖으로 송금되지 않도록 관리를 잘하는 조건으로 ‘이란 원화결제 시스템’이 새로 도입됐다.

그러나 지난 2011년 미국 시민권자였던 재미교포 정 모씨가 두바이 대리석을 판매하는 중계무역 형식을 가장해 기업은행 뉴욕지점에 예치된 이란 측 자금 1조948억원을 수령하는 일이 발생했다.

정 모씨는 이란 측 자금을 아들 명의 미국 회사 등 여러 군데로 나눠 송금했다. 이란 측 자금이 불법적으로 미국 등지로 반출된 것이다.

한국 검찰은 지난 2013년 정 모씨를 외국환거래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 기소하고, 기업은행에 대해서는 무혐의 처분을 내렸으나 미국 입장은 달랐다.

미국 연방검찰과 금융당국은 테러국과 연관된 자금세탁 문제는 사소한 부분도 놓쳐선 안되는 민감한 영역이라고 판단했으며, 기업은행에 대한 수사를 지속하고 있다.

문제는 사태에 대한 기업은행의 대처 방식이다. 사건에 대한 미국 검찰의 수사 결론이 아직 내려지지 않았으나, 법률을 위반한 사실이 인정될 경우 수위 높은 금융거래 제재와 벌금이 불가피하다.

이를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선 충당금 설정이 필수적이다. 기업은행은 이란제재 관련 법률 위반 소지가 있는 금액이 1조948억원인 것을 고려해 거액의 충당금을 쌓았을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지만, 별도의 내용을 공개하고 있지 않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미국 검찰 수사에 성실하게 임하고 있다”면서도 “수사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관련 충당금 적립 여부 및 규모는 공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금융권 한 관계자는 “기업은행은 미국 제재를 받을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보긴 어려운 상황이기에 이를 대비하기 위한 거액의 충당금을 쌓았을 것”이라며 “충당금 적립 여부 공개 시 미국 검찰과 당국의 제재와 벌금 수위 결정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해 별도 공개하지 않기로 판단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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