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품 출시에도 태아담보 판매 배제
어린이보험 개정에 불만…장기화 조짐

<대한금융신문=박영준 기자> 금융감독원이 태아보험(태아특약)과 어린이보험의 보험료를 분리하는 상품 개정을 지시한 뒤로 생명보험사들의 태아보험 판매 중단이 길어지고 있다.

상품구조 변경에 따른 전산 작업에 시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나, 사실상 태아에게 보험료를 더 받는 상품개정을 받아들이기 어렵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1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생명은 오는 23일부터 어린이보험 신상품인 ‘올바른 성장보험’을 판매한다. 암, 다발성 소아암, 재해상해, 성조숙증, ADHD 등 각종 질병과 일상생활에서 발생하는 학교폭력 등을 다양하게 보장하는 상품이다.

삼성생명은 지난달부터 어린이보험을 판매를 중단한 바 있다. 약 두 달만의 판매재개인 셈이다. 

다만 이번 신상품 출시에도 판매중단의 직접적인 원인이 된 태아특약은 제외됐다. 태아특약은 출산 전 태아와 산모에게 발생할 수 있는 위험에 대해 보장하는 상품이다. 어린이보험 가입 시 특약으로 추가할 수 있다.

삼성생명을 비롯한 한화·교보 등 대부분의 생보사들은 지난달 1일부터 태아특약의 판매를 중단한 바 있다. 상품 개정 이후 어린이보험 판매 자체를 중지한 보험사도 다수다.

태아특약 판매를 중단한 보험사들의 표면적인 이유는 시스템 정비다. 금감원 지시로 어린이보험은 지난달부터 보험료 납입구조가 출생 전 태아와 출생 후 어린이로 나눠졌다. 이에 보험사들은 보험료 납입기간과 보장 기간을 감안한 전산시스템 정비 등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태아특약 판매를 미뤄왔다.

그러나 어린이보험 개정은 지난해부터 이어진 이슈였고, 태아에 보험료를 받기 위한 위험계수 산출도 올해 초 배포됐다. 한화·미래에셋생명 등 일부 생보사는 이미 지난 1일부터 전산시스템 정비를 마치고 태아특약 판매를 재개했다.

어린이보험 판매에 주력하는 동양생명이나 대부분의 손해보험사들도 개정 시점에 맞춰 어린이보험을 정상 판매 중이다. 시스템 정비보다는 어린이보험 개정에 대한 불만이 다수 생보사의 태아특약 판매중지 장기화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태아특약에 대한 판매 의지만 있다면 프라이싱(보험료 산정) 작업 및 이를 위한 전산시스템 정비 등은 한 달 만에도 끝낼 수 있다”며 “태아특약 판매중단은 시스템 정비가 아니라 상품개정의 문제다. 모호한 개정이 가입자의 민원만 키울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판매재개에 서로 눈치만 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대형사를 비롯한 다수의 생보사들은 이번 어린이보험 개정에 앞서 반대의견을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개정 이후에 오히려 민원 덩어리 상품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이번 상품개정은 태아특약의 보험료와 보장기간을 어린이보험에서 분리했다. 기존에는 보장기간이 20년인 어린이보험을 출산 예정일 6개월 전에 가입했다면 20년간 보험료를 받고 20년 6개월을 보장했다. 

이제는 태아특약에 대한 6개월의 보험료를 더 받고 태아 6개월, 어린이 20년을 보장한다. 보장기간은 20년 6개월로 똑같은데 보험료만 더 비싸졌다. 심지어 태아 때 보험료를 받더라도 임신 중엔 보험금을 주지 않는다. 태아는 보험에서 피보험자로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다른 보험사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태아특약에 대한 민원이 늘자 상품 개정을 지시한 건데, 소비자 입장은 없이 성급히 결과를 만들어낸 측면이 있다”며 “상품 개정을 추진하는 과정에서도 어린이보험 판매에 적극적인 손보사의 의견이 대부분 반영됐다. 생보사 입장에선 더 큰 민원이 우려되는 이번 어린이보험 판매에 적극적일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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