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국 송금 수요 높은 외국인 대상 사업 강화
인터넷·시중銀 대비 높은 혜택으로 ‘메기효과’

<대한금융신문=문지현 기자> 핀테크 기업들이 그동안 시중은행의 전유물로 여겨져 온 ‘해외송금’ 시장을 잠식해가고 있다. 해외송금 수요가 높은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간편한 이용법, 빠른 송금 속도, 낮은 수수료 등 차별화된 서비스를 선보이며 영토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16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국내 해외송금 규모는 연간 14조 원에 이른다. 국내에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가 빠르게 늘어나면서 그 규모도 급속도로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에서 내놓은 외국인 노동자의 이전소득지급액(본국에 송금한 급여액)은 지난 2017년 165억2000만달러에 이르며 2016년 전체 해외 송금액 103억 달러보다 60% 이상 증가했다.

하나금융지주와 SK텔레콤이 합작해 설립한 핀크는 앱으로 24시간 이용 가능한 해외송금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최대 10분 이내로 송금이 완료돼 통상 3일정도 소요되는 시중은행 서비스보다 빠른 처리, 송금액에 상관없이 5000원이라는 낮은 수수료가 강점이다. 최근 아시아 국가뿐만 아니라 캐나다, 유럽 등 서비스 제공 범위도 확대했다.

핀크는 현재 내국인 상대로만 해외송금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올해 하반기 안으로 서비스 제공 대상을 국내 거주 외국인으로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코인원트랜스퍼는 지난해 12월 블록체인 기반 송금서비스 ‘크로스’를 선보였다. 크로스는 블록체인 기술을 접목해 기존 은행 해외송금 서비스보다 수수료를 80% 이상 낮춘 것이 특징이다.

중국, 태국, 필리핀 등 총 7개 국가에 송금 서비스를 제공하며 송금 시간의 경우 국가별로 최소 5분에서 최대 24시간까지 소요된다. 송금 수수료는 모두 송금액의 1% 수준이다.

해외송금 전문 핀테크기업 센트비는 지난 3월 삼성페이에 서비스를 탑재했다. 삼성페이 이용자는 해외송금 탭에서 센트비를 선택해 송금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중계와 수취, 환전 수수료 없이 해외 송금 화면에서 계산된 최종 금액을 보낼 수 있으며 해외 송금 수수료와 환율도 간편하게 확인할 수 있다.

또 안산과 부산, 울산, 경남지역 외국인 근로자를 위한 전용 고객서비스(CS)센터를 오픈, 해외 송금에 어려움을 겪는 외국인을 위한 1대1 상담 서비스와 국가별 커뮤니티 등 특화된 서비스도 제공한다.

업계에선 핀테크 기업들이 제공하는 해외송금 서비스가 차별화된 강점으로 그동안 은행이 독점해왔던 시장을 빠르게 흡수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시중은행은 최근 해외송금 시장 주도권을 뺏기지 않기 위해 외국인 전용 금융센터, 모바일뱅킹 등을 통해 외국인 대상 해외송금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하지만 국제은행 간 자금결제 통신망인 스위프트 코드(SWIFT Code)를 이용하기 때문에 수수료 인하에는 한계가 있다는게 업계 중론이다.

인터넷은행인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의 경우 시중은행 대비 낮은 수수료를 제공하지만 비대면 인증수단이 주민등록증과 운전면허증으로 한정돼 있어 국내 거주 외국인들은 이용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반면 핀테크 기업들이 영위하는 해외송금 서비스는 시중은행에서 발급된 계좌만 있으면 쉽게 이용할 수 있다. 실제로 핀테크 기업들은 해외송금 서비스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은 2년여 밖에 되지 않았으나 시장 점유율이 대략 10%에 육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해외송금 시장은 은행들이 몇십년간 독점해왔기 때문에 당장의 큰 변화는 없겠지만 낮은 수수료와 간편함을 무기로 장착한 핀테크 사업자들의 서비스에 가세가 기울 수밖에 없다”며 “앞으로 더 많은 핀테크 기업들이 해외송금업에 뛰어들고 특화 서비스를 선보이게 되면 경쟁이 더욱 치열해 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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