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8-18 22:05 (일)
[기고] 치명적인 화물차 ‘언더라이드’ 사고
[기고] 치명적인 화물차 ‘언더라이드’ 사고
  • 박영준 기자
  • 승인 2019.05.20 06: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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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조경근 수석연구원 

화물차는 기본적으로 적재물을 싣고 운행하는 대형차량이다. 화물차에 의한 교통사고는 승용차에 의한 교통사고보다 치사율이 높다.

치사율은 화물차가 가해 차량이 아닌 사고 역시 매우 높다. 지난 2016년 기준 화물차에 승용차가 추돌한 사고는 2000여건이 발생, 모두 52명이 숨졌는데 승용차를 추돌한 사고의 치사율보다 12배나 많았다. 이른바 언더라이드(Underride) 현상 때문이다. 언더라이드 관련 사고는 여타 화물차 사고와 비교해도 그 치사율이 2배 정도 높다는 해외 연구보고도 있다.

언더라이드 현상이란 선행하는 화물차와 추돌사고 시 차체가 낮은 승용차가 화물차 아래로 빨려 들어가는 현상을 말한다. 

언더라이드 현상이 발생하면 승용차 탑승자는 매우 치명적인 상해를 입게 되는데, 화물차 적재함 부분이 승용차의 범퍼가 아닌 A필러(전면 유리창 부분)로 밀고 들어와 안전벨트와 에어백의 도움을 받기 어렵다. 승용차 운전자의 머리가 화물차 하부와 비슷한 위치에 있어 사고 시 사망으로도 이어지기 쉽다.

언더라이드 현상을 예방하기 위해 화물차에 의무적으로 장착하도록 한 것이 후부 안전판이다. 후부 안전판은 화물차와 사고 시 승용차가 화물차 밑으로 깔리는 것을 방지하고, 에어백과 안전벨트가 정상적으로 작동하게 해 후행 승용차 운전자의 피해를 경감시킨다.

우리나라는 지난 2001년 ‘자동차 및 자동차 부품의 성능과 기준에 관한 규칙’을 통해 총 중량 3.5톤 화물·특수 자동차의 후부 안전판 설치를 의무화했고 트럭식 건설기계는 지난 2017년 ‘건설기계 안전기준에 관한 규칙’ 개정을 통해 장착 의무를 법제화했다.

이에 더해 총 중량이 8톤 이상이거나 최대 적재량 5톤 이상인 화물·특수차는 측면에서의 언더라이드 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측면 보호대도 함께 설치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규정에도 불구하고 실제 도로에서 운행 중에 있는 화물차 후부 안전판의 관리는 미흡한 실정이다.

무엇보다 후부 안전판 미장착 차량의 운행이 근절되지 않고 있다. 주로 트럭식 건설기계들이 많은데 최근 관련 법규 개정으로 향후 후부 안전판 미장착 차량은 상당 부분 줄어들 것으로 판단된다. 

더 큰 문제는 이미 장착된 후부 안전판의 관리 실태다. 우리나라는 화물자동차 정기 검사 시 후부 안전판의 손상이나 훼손 등을 점검해 시정하도록 하고 있지만 실제 자동차 검사소에서는 손상이나 훼손 정도를 측정할 방법이 없어 육안으로만 확인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후부 안전판의 세로 폭이 기준치(최소 10㎝)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안전판을 설치한다거나, 지면에서부터 후부 안전판과의 간격이 기준(최대 55㎝)보다 1.5배를 넘는 경우도 있으며, 심지어 일반 쇠 파이프를 대충 용접해 장착하고 다니는 것은 물론 부식돼 부서지기 직전의 안전판을 장착하는 화물차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그러다 보니 화물차 운전자들의 안전 불감증도 나날이 커질 수밖에 없다. 안전기준에 맞지 않게 설치된 후부 안전판은 사고가 발생하면 충돌 즉시 부서져 언더라이드 사고 예방은커녕 오히려 언더라이드 현상 시 승용차 운전자에게 더 큰 치명상을 입힐 수 있다.

후부 안전판은 올바른 장착만으로도 언더라이드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 나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안전벨트를 매듯, 타인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규정에 맞는 후부안전판 장착과 관리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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