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방송 중간광고 때 경품 집중설명 ‘눈살’
생방→사전녹화 전면시행 시 보험판매 위축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대한금융신문=박영준 기자> 채널만 돌리면 경품 안내를 하는 홈쇼핑사의 보험영업 관행이 사라질 전망이다. 금융당국이 홈쇼핑사의 생방송 보험판매를 사실상 금지하기로 해서다.

홈쇼핑사는 소위 저녁 6시에서 10시 사이 황금 시간대(프라임타임)에 보험 방송을 하나씩 넣는다. 인기 프로그램의 중간 광고 시간에 채널을 돌리는 시청자를 노려 경품 안내만 집중적으로 하는 전략을 사용하기 때문인데, 생방송이 아니면 이러한 효과를 노리기 어렵다.

2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주 손해·생명보험협회와 대형 홈쇼핑 4개사(롯데·현대·씨제이·지에스)는 홈쇼핑 채널의 생방송 금융상품 판매 규제에 대한 1차 회의를 가졌다.

이번 회의는 지난달 18일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금융소비자 종합 방안’ 내 홈쇼핑 광고규제에 대한 후속조치 논의다. 금융위는 홈쇼핑 등 TV에서 생방송으로 이뤄지는 보험판매에 허위·과장광고가 많다고 본다. 이에 ‘소비자피해 우려가 적은 상품’ 외에는 모두 사전심의를 거친 녹화방송만 허용하기로 했다.

원칙적으로는 홈쇼핑에서 판매하는 전 보험 상품에 대한 사전녹화 방송을 진행해야한다. 생방송에서 쇼호스트가 보험의 긍정적 측면만 과도하게 자극적으로 표현하지 않도록 사전 심의를 받으라는 것이다. 현재 보험은 투자형 상품만 제외하면 생방송 판매가 가능하다.

금융위는 내달까지 홈쇼핑사의 사전녹화방송 확대 방안에 대한 의견을 제출하라고 지시한 상태다. 홈쇼핑사는 소비자피해 우려가 적은 상품의 기준이 모호하다며, 사전심의방송 확대에 반대 의견을 강하게 피력하고 있다. 회의에서도 홈쇼핑사가 생방송을 포기할 수 없다는 입장만 확인했다는 후문이다.

중간광고 때 경품만 집중 설명

홈쇼핑에서 생방송을 고집하는 이유는 일명 ‘재핑 효과(Zapping Effect)’에 보험이 가장 효과적이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재핑 효과란 시청자가 채널을 바꾸다 다른 채널의 시청률이 높아지는 현상을 말한다. 

재핑 효과는 공중파 및 지상파 방송에서 방영하는 인기프로그램의 광고를 보기 싫은 시청자들이 다른 곳으로 채널을 돌릴 때 발생한다. 짧은 순간에 지나려다가 그 채널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게 되는 것이다. 최근 대형 홈쇼핑사가 주요 공중파 방송의 중간 채널에 위치한 것도 재핑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함이다.

홈쇼핑사는 보험판매 시 인기프로그램의 중간 광고 순간에 집중적으로 경품을 안내하거나 가장 좋은 보장내용만 파격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홈쇼핑에서는 보험 상품을 직접 구매하지 않고, 상담 예약만 하면 된다. 

실제로 4대 홈쇼핑사의 최근 3주간 보험 방영시간대를 살펴보면 ‘오후 10시’ 시간대가 가장 많고, 그 다음이 ‘오후 6시’, ‘낮 12시’ 등이다. 롯데홈쇼핑이 오후 6시 전후에 보험판매를 가장 집중적으로 하고 있으며, 현대·씨제이홈쇼핑은 오후 10시 전후에 보험을 주로 취급한다.

때문에 생방송 위주의 보험판매가 사라지면 프라임타임엔 더 이상 경품으로 소비자를 현혹하는 보험 판매는 발생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타 방송사 중간 광고 동향에 따른 기민한 대처가 필요한데, 사전심의를 거치면 경품이나 주요 보장내용 등을 과도하게 설명할 수도 없다.

판매수수료 인하도 한 몫

금융위가 보험대리점에 대한 판매수수료 인하를 추진하는 것도 홈쇼핑사가 주요 시간대에 보험을 팔지 못하게 될 이유다. 최근 당국은 보험사의 사업비와 설계사, 보험대리점에게 주는 판매수수료를 개편해 보험료 인하를 유도하기로 했다.

특히 계약 초기에 선 지급하는 모집수수료를 연간 납입 보험료를 넘지 못하도록 규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설계사가 보험을 판매한 뒤 보험사로부터 1년간 받는 수수료를 월 납입 보험료의 12배(1200%) 이하로 제한하는 구조다.

홈쇼핑사는 보험상품 하나를 판매하면 통상 15배에서 최고 20배 안팎까지도 판매수수료를 받는다. 홈쇼핑사가 프라임타임에 보험을 판매하는 대가로 보험사에게 더 높은 수수료를 요구하다보니 판매수수료가 급격히 불어난 거다.

그러나 판매수수료가 낮아질 경우 홈쇼핑사는 굳이 시청률이 높은 시간에 보험을 판매할 유인이 없다. 보험사도 최근 홈쇼핑 보험에 각종 규제가 더해지면서 점차 발을 빼는 분위기다. 

한 보험사 고위관계자는 “전략적으로 경품에 대한 설명만 부각하거나, 보험의 본질이랑 다른 방향의 판매가 계속된다면 생방송으로 운영하는 홈쇼핑사의 보험판매는 없어져야 하는 것이 맞다”며 “재핑 효과가 홈쇼핑사의 마케팅 전략일 순 있지만, 보험의 완전판매와는 동떨어진 행위다. 사전검열이 많은 녹화방송 위주가 되면 홈쇼핑에서는 보험을 찾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홈쇼핑의 보험상품 판매량은 연간 약 130만건에 이르지만 불완전판매비율은 전체 평균(0.22%)보다 높은 0.33%를 기록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홈쇼핑 방송에서 보험판매 시 글자크기를 지금보다 확대하고, 쇼호스트 등이 상품을 소개하는 속도를 늦추는 등 홈쇼핑 판매 규제에 나선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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