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포인트 전환기능 악용해 제휴사 포인트 현금 구입
제휴사 컴플레인도 심각…‘포인트 세탁’ 방지 고군분투

'하나멤버스'에서 제공하는 하나머니 전환 서비스 조건 변경사항 안내글(왼쪽)과 '리브메이트'에서 제공하는 포인트리 전환 서비스 조건 변경사항 안내글.
'하나멤버스'에서 제공하는 하나머니 전환 서비스 조건 변경사항 안내글(왼쪽)과 '리브메이트'에서 제공하는 포인트리 전환 서비스 조건 변경사항 안내글.

<대한금융신문=안소윤 기자> 금융사들이 통합 멤버십 서비스를 이용해 금융 포인트를 세탁하는 ‘체리피커(cherry picker·자신의 실속만 차리는 소비자를 일컫는 말)’들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22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금융그룹들이 통합 멤버십 서비스 출시 이래 문제를 발생시키고 있는 일부 기능에 대한 개편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금융그룹들은 계열사별로 적립된 고객들의 포인트를 현금화하거나 계열사 및 제휴사에서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통합 멤버십 서비스를 출시했다.

지난 2015년 하나금융그룹이 금융권 최초 통합 멤버십 서비스인 ‘하나멤버스’를 내놓은데 이어 신한금융그룹은 ‘신한판클럽’을, KB금융그룹은 ‘리브메이트’, 우리금융그룹은 ‘위비멤버스’를 운영 중이다.

해당 서비스들은 금융 계열사 포인트 통합뿐만 아니라 유통, 문화를 비롯한 다양한 오프라인과 연계된 서비스를 제공해 신규 고객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을 기본적으로 갖고 있다.

이를 위해 통합 멤버십 서비스에서 가장 기본적으로 제공하는 기능은 금융 포인트를 각종 제휴사 포인트로 바꿀 수 있는 ‘포인트 전환’이다.

그러나 금융사를 이용하지 않고 현금으로 금융 포인트를 충전한 후, 원하는 제휴사 포인트로 전환해 취득만 하는 체리피커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금융그룹들은 포인트 전환 서비스를 악용하는 사례를 막기 위해 서비스 제공 조건 변경에 나섰다.

하나멤버스는 지난 20일부로 ‘OK캐시백 포인트 전환 서비스’에서 현금으로 충전된 하나머니(하나금융그룹 통합 포인트명)은 전환되지 않도록 조치했다. 리브메이트도 현금으로 충전된 포인트리(KB금융그룹 통합 포인트명)는 제휴사 포인트로 교환할 수 없도록 제한했다.

위비멤버스 역시 우리은행 계좌로 충전한 위비꿀머니는 제휴사 포인트로 전환되지 않도록 설정해놨다.

이 같은 조치에도 불구, 지인으로부터 선물 받은 포인트 또는 레일플러스·스마일캐시 등 제휴사 포인트 전환 제도를 이용해 간접적인 방식으로 충전한 포인트는 서비스 제한에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을 노린 체리피커들이 지속해서 등장하자 각 금융그룹들은 추가적인 서비스 이용 조건 개편을 준비 중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다양한 업권과의 제휴서비스를 제공하는 통합 멤버십 서비스는 제휴처에 따라 신규 고객을 유입시킴과 동시에 기존 고객을 자사에 붙들어두는 락인효과까지 발휘한다”며 “통합 멤버십 서비스를 키우기 위해선 제휴처 및 기능 확대가 필수적이지만, 이를 악용하는 체리피커들이 동시에 늘어나 서비스 제공 조건에 제약이 생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고객들이 혜택으로 실속을 차리는 것이 스마트컨슈머(합리적인 선택을 하는 소비자) 수준의 적정선에서 이뤄진다면 오히려 마케팅으로 도움 되지만, 그 파이가 커지면 부담되는 건 사실”이라며 “제휴사의 컴플레인도 만만찮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교묘한 빈틈을 노려 진화하는 체리피커의 행각을 바로잡기 위해 일반 고객이 체감하는 혜택이 줄어들지 않는 선에서 서비스 조건을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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