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경영진의 ‘단기 성과주의’를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보험업권 안팎으로 거세다. 얼마 전 보험사의 출연금으로 운영되는 보험연구원도 중점 연구 분야의 하나로 경영자의 성과평가, 보상체계와 관련된 연구를 진행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을 정도다.

보험사 경영진은 매출, 순익, 주가 등 연 단위 지표를 토대로 보수가 정해진다. 임기는 길어야 2년이다. 경영진이 단기성과에 매몰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반대로 보험은 초장기 상품이다. 보험사는 장기간 가입자에게 돌려줄 보험금을 유지, 관리해야 한다. 

최근 대형 법인보험대리점(GA)인 리더스금융서비스에서 발생한 대규모 ‘작성계약(가짜계약)’은 보험사 경영진의 단기성과주의, 매출지상주의를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다. 현재 금융감독원은 리더스금융에 대규모 검사 인력을 투입, 보험사의 종합검사에 준하는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금감원은 리더스금융 대표가 특정 지점에 대규모 작성계약을 지시한 정황을 포착, 전국 14개 사업부에서 최근 3년간 체결한 보험계약을 전수조사 중이다. 작성계약은 친척 혹은 주변 지인 등의 이름을 빌려, 당사자도 모르게 보험계약을 체결하고 판매수당만 챙기는 불법행위다. 

작성계약은 보험으로 차익거래가 가능할 때 발생한다. 보험계약을 중도 해지할 때 그간 낸 보험료보다 받는 금액(판매수당+인센티브+해약환급금)이 더 큰 경우다. 설계사는 계약자 몰래 보험을 가입하고, 판매수당으로 보험료를 대납한다. 이후 인센티브나 해약환급금이 낸 보험료를 넘는 시점에 보험계약을 해지하고 이득을 챙긴다.

리더스금융에서 발생한 작성계약의 대부분은 삼성·교보·흥국생명 등 생명보험사의 계약에서 비롯됐다. 설계사가 가져가는 판매수당만 보험가입 이후 첫 달 납입하는 보험료의 20배(2000%)가 넘는 종신보험이 대부분 사용됐다는 후문이다.

이러한 불법 차익거래의 직접적인 원인은 보험사에 있다. 대형화된 GA는 소속설계사 규모가 보험사의 전속설계사를 웃돈다. GA가 판매를 밀어주면 보험사의 당해 매출이 출렁일 정도니, 당장 실적에 급급한 보험사는 차익거래 발생 가능성을 알고도 GA에 돈을 퍼준다. 단기 성과로 평가받는 전문경영인이나 마케팅 담당 임원 입장에선 달콤한 독약이다. 

금감원은 이번 검사에서 보험사가 작성계약 등 이상거래를 유도하거나 방치한 정황이 발견될 경우, 이에 대한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이다. 보험사가 GA에 퍼준 인센티브의 재원은 보험가입자들이 내는 보험료의 일부다. 단기성과에 매몰된 보험사와 이를 이용해 돈을 버는 GA의 밀월관계를 끊고, 선량한 보험가입자의 보험료를 지키기 위해선 금감원의 일벌백계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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