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소리만 전달되던 세상에서 초연결사회로 급속 이전
해외 출장 적극 권유할 만큼 세계 시장 중요성 급부상

<대한금융신문=김승호 편집위원> 은행 문화의 변화가 상전벽해다. 변화의 속도로 본다면 거의 첨단이라 할 수 있다. 디지털에 대한 수용 태도는 물론, 글로벌 마인드에 대한 요구 등 은행장들이 변화를 주도하는 전도사가 된 듯하다.

‘호복기사(胡服騎射)’의 고사를 만든 장본인답게 중원을 차지하기 위해 복식개혁을 주도했던 조나라의 무령왕 같기도 하고, 역사에 비쳐 세상을 다스려야 한다는 육생의 이야기를 듣고 “말 위에서 천하를 얻었다”는 자만을 접은 한고조 유방 같기도 하다.

아마도 지금의 은행장들은 무령왕이면 어떻고, 한고조 유방이면 어떠냐 할 것이다. 현재 은행장들의 생각은 무한경쟁의 시대를 극복하고 자신이 선장으로서 조타수를 잡고 있는 금융회사의 생존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특히 그 변화의 동인이 되면 된다는 심정일 것이다.

변화에 대해 겉으로 동의해도 변화의 대상이 자신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소극적일 수 있는 기존의 조직을 변화의 대열에 동참시키는 일은 쉽지 않다. 그래서 모든 개혁은 초기에 같이 할 세력을 구하게 된다. 그렇지 않으면 자칫 개혁의 성과를 내지 못하고 시간만 축낼 수 있기 때문이다. 무령왕도 그랬고, 유방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의 탁월함은 정확한 현실인식과 실천을 위해 주변부터 세 규합에 나섰다는 점이다.

이 같은 측면에서 최근 허인 KB국민은행장의 임원들에 대한 요구가 눈길을 끈다. “항상 비행기 안에 있는 모습을 보여라.” 글로벌 시장 개척을 위해 임원들에게 해외 출장을 적극 제안한 대목이다.

해외점포 및 채널을 통해 다양한 정보가 들어오지만 실시간으로 변화하는 현장을 직접 체득하는 과정에서 얻는 정보만 못하기 때문에 요구한 주문으로 보인다.

디지털이 주도하는 금융문화의 변화는 대륙을 가리지 않고 전 지구적 차원에서 진행 중이다. 이러한 초연결사회에서 자본의 국적은 무의미하다. 또 지역(혹은 국가)의 패자였다고 해서 미래의 승자로 남는다는 보장도 없다. 오히려 아메바처럼 변화하는 환경에 가장 발 빠르게, 그리고 모바일 친화적으로 변화할 수 있는 기업에게 가능성이 열려있다는 게 모든 업계의 중론이다. 그런 점에서 금융회사의 CEO들은 과거보다 더 적극적으로 잠재 시장을 바라 보는듯하다.

그런데 시점을 60년 전쯤으로 돌리면 이 같은 변화는 가히 혁명적이라고 할 수 있다. 당시 미국의 유수 은행들의 이야기를 살펴보자. 아직 통신을 위한 채널이 대서양 횡단케이블과 위성만이 유일했던 시절, 뉴욕 본사와 정보를 주고 받아야했던 해외 지사장들은 출근하자마자 본사에 전화를 걸어 연결되면 그 전화를 끊지 않고 계속 부여잡고 있었다고 한다.

다시 연결하려면 더 많은 시간이 들기에 통신요금이 얼마가 나와도 관계없다는 듯 국제전화를 사용했던 것이다. 이러한 해프닝 같은 일이 해결된 것은 4000명이 동시에 통화할 수 있는 대서양 횡단 케이블이 새롭게 가설된 1976년이 돼서야 해결될 수 있었다고 한다.

전화기를 쥐고 있는 은행장과 임원들이 이젠 비행기에 몸을 싣고 직접 세계를 돌며 영업을 펼치고 현장을 격려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목소리가 전부였던 시절엔 결코 생각할 수 없었던 그런 세계가 도래한 것이다. 그 변화의 끝은 어디일까. 아마도 초연결의 극단에서 은행이라는 이름이 사라진 사회이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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