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보험사, 분기순익 3분의1 이상 사용
올해 이자만 2천억 전망…전년比 500억 ↑

<대한금융신문=박영준 기자> 지난해 신종자본증권 발행에 열을 올렸던 보험사들이 이자비용 때문에 자본을 온전히 적립하지 못하고 있다.

2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한화·교보·흥국·KDB·현대·DB·롯데·흥국 등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한 8개 생명·손해보험사가 지난해까지 발행한 신종자본증권의 총 금액은 3조7909억원이다.

이들 보험사는 올해 1분기 신종자본증권 이자비용으로 439억원을 사용했다. 지난해 보험사들이 발행한 신종자본증권의 이자비용이 회계에 전부 반영된 건 올 1분기가 처음이다. 

신종자본증권 발행에 따른 이자비용은 발행액 순으로 한화생명이 191억원을 지출해 가장 많았다. 이어 흥국생명 68억원, 교보생명 56억원, 현대해상 43억원, 한화손해보험 31억원, KDB생명 30억원, 흥국화재 13억원, 롯데손해보험 7억원 등이다.

같은 기간 이들 보험사가 거둔 분기순이익은 4507억원이었다. 순이익의 10% 가량을 이자비용으로 지출한 것이다.

신종자본증권의 이자비용은 보험사가 쌓은 이익잉여금에서 배당 형태로 차감된다. 순이익에서 빠지지 않지만 결국, 순이익에서 이자비용을 차감한 금액이 이익잉여금으로 귀속된다. 즉, 이자비용이 높을수록 돈을 벌어도 비용만큼 자본으로 쌓이지 못하는 셈이다.

이자비용이 클수록 1분기 순익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높았다. 한화생명은 466억원의 순익을 기록했지만 이 가운데 191억원(41.0%)이 이자비용으로 쓰이면서 275억원만 이익잉여금으로 귀속됐다. 어닝쇼크 수준의 1분기 순익을 감안하더라도 절반 가량의 순익이 자본으로 쌓이지 못한 것이다.

이밖에도 흥국생명이 같은 기간 195억원의 순익에서 68억원(34.9%)이 빠진 127억원만 이익잉여금으로 처리됐으며, KDB생명도 100억원의 순익에서 30억원(30.0%)이 이자비용으로 사용됐다. 한화손보도 101억원을 벌어 31억원(30.7%)을 이자비용으로 지출했다.

8개 보험사가 지출한 1분기 이자비용을 연간으로 단순 계산하면 올해 약 1756억원의 이자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 보험사는 지난해 말 기준 1342억원을 신종자본증권 이자비용으로 지불했다. 올해는 전년 대비 500억원 이상 이자부담이 늘어날 전망이다. 당장 한화생명과 KDB생명이 각각 최대 5000억원, 2400억원 규모의 연내 추가 발행을 예고하고 있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신종자본증권의 이자비용이 순익을 거치지 않고 바로 자본에서 차감되지만, 이익잉여금에서 차감되는 만큼 순익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볼 수 없다”며 “이익창출능력이 뛰어나지 않은 회사일수록 이자비용 때문에 실질적인 이익 증가에 따른 자본적립이 제한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신종자본증권이란 주식과 채권의 특성을 동시에 지닌 하이브리드 증권으로 발행 시 조기상환 등의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기본자본으로 인정된다. 보험사들은 오는 2020년 보험부채 시가평가를 골자로 도입되는 새 회계기준(IFRS17), 신지급여력기준(K-ICS) 도입에 따른 자본 부족을 메우기 위해 최근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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