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사, 할부결제 고객에게 연락해 장기대출 권유
카드론에 유리한 정보만 고지하며 책임은 ‘고객 몫’

카드사들이 카드론 실적 쌓기에 주력하고 있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카드사들이 카드론 영업에 주력하면서 상담사들도 덩달아 부당하게 대출을 권유하는 상황까지 발생하고 있어 소비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임유주(23·가명)씨는 A사 카드로 70여만원의 항공권을 구입해 7개월을 할부결제했다. 며칠 뒤 A카드 상담사로부터 카드론으로 1100만원을 빌리면 할부결제보다 이자율을 낮출 수 있다는 전화가 걸려왔다. 필요 없는 돈은 먼저 납부하고 70만원은 추후 갚으면 된다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막상 카드론을 받아보니 명백한 임씨의 손해였다. 연이자율은 할부결제보다 6%가량 낮았지만 만기 24개월 거치후원리금균등(TM) 상품으로 계산하니 중도상환수수료 등 총 이자가 3배나 더 많이 발생했다. 여기에 대출을 받아 신용점수까지 깎였다.

최근 카드사에서 고객에게 장기카드대출인 카드론을 부당하게 권유하는 사례가 발각돼 논란이 일고 있다.

본지가 입수한 정보에 따르면 이번에 발각된 A카드사는 전업 카드사 중 자산규모, 시장점유율 등이 최하위권으로 대출실적을 올리는 데 치중하다 대출상담사의 내부통제에 구멍을 드러냈다.

31일 카드업계 및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8개 전업카드사의 지난해 카드론과 현금서비스 총액은 103조8000억원으로 전년보다 5.5%(5조4000억원) 증가했다.

법정최고금리 인하 등 카드론과 현금서비스 간 금리 폭이 좁혀지면서 카드사들은 현금서비스보다 수익성 높은 카드론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실제 현금서비스는 전년보다 1조4000억원(2.4%) 늘어나는데 그쳤지만, 카드론 이용액은 43조1000억원으로 4조원(10.2%)이나 신장했다.

금융당국은 카드사의 대출자산 성장률을 연 7%로 규제하고 있다. 특히 내달 17일부터 카드사에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도입되는 등 대출규제가 더욱 강화된다. 카드사들이 당장 카드론 모집에 나서는 이유다.

일부 아웃바운드 상담사들은 대출실적을 올리기 위해 할부결제 고객에게 카드론을 권유하고 있다. 상담사는 고객동의 하에 카드 이용내역을 활용할 수 있어 할부결제 고객은 좋은 타깃이 된다.

이 가운데 A카드 상담사는 할부결제 고객을 이용해 할부결제보다 연이자율이 낮다며 카드론을 부추긴 것으로 드러났다.

카드론은 실질적으로 부담해야 할 이자가 더 높을 수밖에 없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연이자율이 낮은 대신 6개월 이상 거치 후 원금을 상환하는 상품도 있으며 중도상환 시 수수료도 붙는다.

대출상담사는 카드론 상담 시 금리 차나 수수료에 따른 이자비용을 정확히 고지할 의무가 있으나 해당 카드사의 경우 고객에게 카드론에 유리한 정보만 고지해 문제될 여지가 있다.

금융업계는 카드사들이 대출실적을 올리는데 치중하느라 상담사들의 내부통제를 외면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러한 양상은 시장점유율 및 자산 규모가 작은 하위사일수록 더욱 두드러진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상담사는 고객에게 비쳐지는 카드사의 얼굴”이라며 “이처럼 중요한 상담사의 관리를 소홀히 한다면 대외적인 이미지 추락은 물론 신뢰를 잃고 실적 악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언급했다.

A카드사 관계자는 “사실관계를 파악하기 위해 내부적으로 확인 중”이라며 “고지 의무를 다하고 안내상 문제가 없었다면 선택은 소비자의 몫이지만 잘못된 부분이 발견됐을 시에는 이를 시정하고 교육 등 대비책을 마련하겠다”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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