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0만 금융 고객 데이터, 업계 전반 공유
업계 “고객 니즈에 맞는 데이터 혁신 기대”

6월 3일 서울 명동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금융 빅데이터 인프라’ 오픈 행사에서 패널들이 토론하고 있는 모습.
6월 3일 서울 명동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금융 빅데이터 인프라’ 오픈 행사에서 패널들이 토론하고 있는 모습.

<대한금융신문=문지현 기자> 은행, 카드사, 보험사 등 금융회사 고객 4000만명의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는 길이 열리며 업계 곳곳에서 환영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제공받는 데이터를 상업 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으며, 다른 산업 간 데이터 결합도 가능해 혁신 서비스 개발이 용이해지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와 신용정보원은 3일 서울 명동 은행연합회에서 ‘금융분야 빅데이터 인프라 구축방안’을 발표하고 금융사, 정보통신기술(ICT), 핀테크 등 업계 전반의 의견을 청취했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신용정보원은 오는 4일부터 접수를 받아 축적된 금융사 5000여곳의 약 4000만명의 신용정보를 순차적으로 개방한다. 이를 자유롭게 분석해볼 수 있는 환경도 마련한다. 금융보안원은 ‘금융분야 데이터 거래소’를 구축할 계획이다. 데이터 거래소는 데이터 공급자와 수요자가 직접 거래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 이종산업 간 데이터 결합을 돕는다.

예를 들어 데이터를 이용하는 A보험사는 자사의 차 사고처리 정보와 자동차 회사의 차량별 안전장치 정보를 연결해 안전장치 설치 여부에 따른 사고 피해 규모의 상관관계를 분석해볼 수 있다. 보험사는 안전장치 부착 시 보험료를 할인해줄 수 있고, 차량회사는 안전장치의 기능을 개선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금융권(현대카드·보험개발원), ICT 기업(네이버·SK텔레콤), 핀테크(레이니스트·마인즈&컴퍼니) 등은 이러한 ‘빅데이터 개방’을 두고 반색했다.

보험개발원 양경희 팀장은 "데이터를 주고받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닌데 이러한 측면에서 오늘 행사가 뜻 깊다고 본다"라며 "과거와 달리 보험업 자체가 예방과 관리 측면으로 변화하고 있으며 자율주행과 같은 새로운 위험이 등장, 소비자들의 니즈가 변화하고 있기 때문에 데이터의 결합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미 해외에서는 원격진료 상품부터 직접 청구하지 않아도 보험료를 지급받을 수 있는 간편하고 직관적인 상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네이버 이진규 이사는 "(기업들이) 빅데이터 접근이 가능한 기업에 시장경쟁력이 쏠리지 않을지, 정보가 재식별돼 유출되지 않을지, 법률접촉에 따른 문제는 없을지 등 많은 고민을 할 것이다"라며 "하지만 정부가 보장하는 시스템으로 데이터가 제공된다면 굉장히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핀테크 업계도 비슷한 의견을 내비쳤다. 뱅크샐러드를 운영하는 레이니스트의 장한솔 PMO는 "고객에게 혁신적인 서비스를 계속 제공해야 하는 입장에서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는 인프라 체계가 만들어졌다는 게 기쁘다"라며 "(빅데이터 인프라를 통해) 고객의 대출이자를 낮추기 위해 필요한 정보는 무엇이 있을지, 적합한 한도의 대출을 제공하기 위해 어떤 정보를 활용하면 좋을지 예상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신용정보원이 제공하는 금융 데이터 개방시스템 ‘크레디비(CreDB)’는 오는 4일부터 서비스포털을 통해 신청할 수 있다. 이후 정기적으로 열리는 비식별정보제공심의위원회의 심사를 거친 후 타당성을 인증 받은 곳만 개방시스템을 이용할 수 있다. 첫 심의위원회는 이달 말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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