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 인터넷전문은행 대주주 자격 완화 검토중
시민단체 “정책 방향 일관성 붕괴, 형평성 어긋”

<대한금융신문=문지현 기자> 제3인터넷전문은행의 등장 과정이 순탄치 않게 흘러가고 있다.

당정이 인터넷전문은행 진입 장벽을 낮추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시민단체는 이에 반발하는 입장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와 여당은 지난달 30일 비공개 당정협의를 열어 인터넷전문은행 대주주 자격 규제를 완화하는 법 개정에 대해 논의했다.

오는 3분기 재추진될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의 참여 유인을 만들어 내자는 취지다. 회의에는 최종구 금융위원장,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을 비롯한 국회정무위원회 소속 여당 의원들이 참석했다.

당정협의에서는 대주주의 공정거래법 위반 전력 요건을 ‘최근 5년’에서 3년으로 줄여 인터넷전문은행의 문턱을 낮추는 방안이 논의됐다.

현행 인터넷전문은행법에서는 최근 5년간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 등으로 벌금형 이상의 처벌을 받은 적이 있으면 인터넷전문은행의 대주주가 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 3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행사에서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에 대해 “(신청 업체들이) 준비가 안됐던 것으로 봤기 때문에, 지금 당장 현행 심사 방식을 크게 바꾸거나 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공정거래법 위반에 대한 대주주 규제가 제약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지적이 있고, 그런 취지에서 개정안도 국회에 제출돼 있다. (법 개정은) 국회에서 논의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금융정의연대 등 7곳의 시민단체는 지난 3일 공동논평을 내고 인터넷전문은행 대주주 자격 완화 추진을 중단해야 한다고 반발했다. 당정의 정책 방향은 시험이 어렵다고 문제와 출제자를 바꾸는 격이라며 타 업권과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주장하고 있다.

최근 케이뱅크의 대주주인 KT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가 중단되고, 제3인터넷전문은행 인가가 무산된 시점에 이같은 논의가 진행됐다는 점에서다.

현재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는 KT와 카카오 김범수 의장의 공정거래법 위반 전력으로 대주주 적격성 심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공정위원회의 시정명령과 과징금을 받은 전력이 있는 네이버, 넥슨, 넷마블 등 주요 ICT기업들이 섣불리 인가전에 뛰어들지 못하는 점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시민단체는 공동논평을 통해 “대주주 적격성 심사는 은행을 포함한 금융회사 전반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당연한 지배구조의 원칙”이라며 “인터넷전문은행이라고 해서 결코 예외가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 외에도 현행 자본시장법 등은 대주주에게 출자능력이나 재무상태와 같은 재무적 요인 외에도 금융관련 법령이나 공정거래법 등 위반 사실과 같은 사회적 신용 요건을 갖추도록 하고 있다.

금융업계는 금융당국과 국회의 정책 방향성에 동조하는 분위기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상 대주주 요건은 등장부터 불완전 입법에 가까웠다. 문제를 인지했으면 개선하는 것이 당연한 이치”라며 “하지만 정부는 시민단체의 반발 등을 고려해 단계적으로 정책을 수립해 가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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