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무·부동산 등 자산가 특화 자산관리부 신설
WM역량 강화에도 ‘요금’ 아닌 ‘수수료’ 베이스

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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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금융신문=강신애 기자> 대형 증권사들이 고액자산가에 특화된 자산관리(WM) 서비스 확대에 나서고 있지만, 수익이 나지 않는 한 구색 맞추기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증권은 초고액 자산가의 WM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 3월 초부유층 전담 점포였던 SNI를 전 삼성증권 지점으로 확대하며 세무, 부동산, 글로벌자산관리에 나서고 있다.

KB증권 역시 KB기업인세무자문센터를 구성해 고액자산가와 법인기업 대상 자산관리 서비스의 커버리지를 넓히고 있다. NH투자증권은 지난해 고액자산가 대상의 WM을 전담하는 프리미어블루본부와 WM법인영업본부를 신설했다. 

미래에셋대우도 권역별 투자자산관리센터(Hub)를 구성해 각 Hub 내 VIP와 법인을 대상으로 종합 투자자산 관리 서비스를 제공한다. 하나금융투자도 올해 조직개편을 통해 리테일그룹과 WM 그룹을 통합하고, KEB하나은행 PB와 고액자산가를 대상으로 자산 배분 및 투자 포트폴리오를 제공한다. 

이처럼 대형 증권사를 중심으로 자산관리 영역에서 서비스의 질을 높이고 있지만, 수익구조는 과거에 머물러 있다.

고객이 자산을 맡길 경우에만 투자자산 관리에 대한 수수료를 취득할 뿐, 투자자문 등 자산관리 행위 자체에 대한 비용은 받지 못한다. 국내에서 WM 자문은 서비스라는 인식이 강해서다. 

이러한 인식은 과거 증권사들이 고액자산가 유치를 위해 WM자문을 시작하면서 생겼다. 시간이 지나면서 WM 자문의 수준은 높아졌지만, 고객들은 이를 여전히 서비스의 하나로만 보는 실정이다. 

앞서 지난 2017년 금융위원회는 독립투자자문업자(IFA) 제도를 도입해 금융자문에 대한 비용 청구 비즈니스를 구축하려 했으나 시장의 외면을 받았다. 

IFA란 특정 금융사에 소속되지 않고 펀드, ELS 등 금융상품 투자에 대한 자문 역할을 하는 전문가를 말한다. 독립적 지위의 IFA는 특정 회사 자산에 치우치지 않고 객관적인 투자자문을 하고, 고객은 금융에 대한 자문료를 지불 하는 구조다. 

하지만 실제 지난 2년간 IFA로 신청·등록한 업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 기존 투자자문이 서비스의 영역으로 자리 잡고 있어 IFA로 사업을 개시해도 시장성이 없다고 예상돼서다. 

결국, IFA 제도 도입은 투자자문을 받기 위해 기꺼이 비용을 지불하려는 고액자산가가 사실상 없다는 증거만 남긴 셈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해외에서는 투자자문 자체에 대한 가치를 인정해 증권업에서 중요한 수익원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반면 국내 증권사들은 비용 청구를 하지 못 한 채 서로 눈치만 보고 있다”며 “투자자의 종합 자산관리 수요가 커지면서 증권사들은 금융전문가를 섭외하는 등 WM 부문을 확대하고 있지만 서비스에 대한 비용을 받지 못해 아쉽다”라고 말했다. 

WM 서비스에 비용을 청구하지 않는 한 장기적 발전이 어렵다는 의견도 나온다. 현재의 WM서비스는 증권사별 특색 없이 구색 맞추기 용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자본시장연구원의 황세운 박사는 “자산관리는 서비스제공을 위해 비용이 든다는 점을 감안할 때 유료화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며 “우리나라에서는 WM 자문이 무료라는 인식이 강하지만, 외국에서는 유료 서비스라는 인식이 확립돼 있다. WM이 고객의 자산증식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 만큼 그만큼의 서비스 비용을 지불하는 것이 타당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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