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귤북지(南橘北枳)라는 말이 있다. 강남의 귤을 강북에 심으면 탱자가 된다는 뜻으로, 사람은 사는 곳의 환경에 따라 착하게도 되고 악하게 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최근 은행들은 IT인력을 별도 건물에 배치하고 수평 문화를 지향하는 회의실을 구성하는 등 보수적인 DNA를 버리고 있다. 급변하는 디지털 금융 환경에 대응하고, 애자일한 업무 프로세스를 위해 기존 사무공간에 대한 새로운 접근과 변화를 주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기존 금융의 틀을 깨는 혁신을 위해 '공간'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본지는 혁신금융 트렌드를 이끌어가고 있는 카카오페이, 토스, 뱅크샐러드의 사무공간을 찾아 각 사의 정체성을 엿볼 수 있는 시간을 마련했다. <편집자주>
(사진=각 사 취합)
(사진=각 사 취합)

<대한금융신문=문지현 기자> 최근 가장 대표적인 핀테크 기업으로 꼽히는 카카오페이, 토스, 뱅크샐러드 등 혁신 기업들의 사무 공간이 주목받고 있다. 직원들을 위해 투자된 수면실, 사내 무인 편의점 등 편의시설과 휴게공간이 혁신을 불러일으키고 생산성을 높이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는 설명이다. 국내 대표 금융 플랫폼으로 자리잡은 3사는 비슷해 보여도 사무공간에 담긴 각 사의 정체성은 뚜렷하다.

카카오페이 “자유롭고 수평적인 소통 지향”

카카오페이 사무실 내 수면실 (사진=카카오페이)
카카오페이 사무실 내 수면실 (사진=카카오페이)

먼저 간편결제 서비스로 출발한 카카오페이는 IT 메카로 불리는 경기 성남 판교에 자리잡고 있다. 카카오페이는 토스나 뱅크샐러드와 달리 카카오가 지분 60.9%를 보유한 대기업 소속 회사로 비교적 큰 규모의 사무공간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6월 확장 이전한 카카오페이의 신규 오피스에는 수평적인 소통을 지향하는 기업 문화가 담겨 있다. 카카오페이의 신규 오피스는 전체 업무 공간이 하나의 원형 트랙으로 연결돼 있다. 기존 사무실처럼 벽을 세워 구획을 나누지 않고, 원형 트랙을 걸으며 서로 자연스럽게 교류할 수 있도록 ‘소통’에 주안점을 둔 것이다.

생활 금융 플랫폼을 제공하는 회사답게 각 회의실의 이름은 원(한국), 달러(미국), 유로(유럽), 위안(중국) 등 세계 여러 나라의 화폐단위를 활용했다. 일과 삶의 균형을 배려한 공간도 세심하게 구성했다. 에너지를 재충전할 수 있는 안마실과 수면실, 탁구와 게임을 즐길 수 있는 플레이룸, 업무에 집중이 필요할 때 이용 가능한 포커스룸과 폰부스 등이 마련돼 있다. 장애인 바리스타들이 운영하는 ‘카카오페이 카페’에서는 커피와 차, 생과일주스 등 다양한 음료를 즐길 수 있다.

카카오페이 관계자는 “카카오페이의 오피스는 디자인 단계부터 직원들이 생활하기에 쾌적한 환경과 카카오페이의 철학을 담을 수 있는 구성을 고민한 결과다”라며 “현재 390여명인 카카오페이 직원(크루)들은 원형 트랙을 통해 이동하며 사람들을 만나고, 자연스럽게 인사를 건네거나 대화를 나누며 소통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토스 “개개인의 자율과 책임 강조”

토스의 사내카페 사일로(SILO)
토스의 사내카페 사일로(SILO) (사진=토스)

카카오페이와 마찬가지로 종합금융 플랫폼을 지향하고 있는 토스(비바리퍼블리카)는 100만명의 유동인구와 수많은 기업체 종사자들이 생활하는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에 둥지를 텄다.

토스팀의 사무 공간은 각 개인의 '자율과 책임'을 강조하는 문화가 담겨 있다. 구성원 스스로 목표를 설정하고 자율적으로 판단해 일함으로써, 탁월한 실행을 통해 성과를 만드는 방식을 추구한다는 설명이다.

이를 위해 회사는 구성원이 일에 보다 집중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을 하고 있다. 우선 업무 공간의 경우, 개인 업무 스타일에 맞춰 폰부스 및 포커스룸을 사용할 수 있고, 인원 규모 및 회의 목적에 따라 이용할 수 있도록 여러 형태의 회의 공간을 조성했다.

또한, 전사 미팅을 통한 소통을 위해 대형 라운지도 갖추고 있다. 이곳은 미팅 외에도 구성원들이 자유롭게 협업이나 논의를 위해 이용할 수 있으며, 카페처럼 오픈된 공간에서 일하는 환경을 원할 경우, 언제든 찾을 수 있다.

토스 관계자는 “사내 카페인 커피 사일로(Coffee Silo) 및 무인 편의점을 만들어 음료나 간식, 사무용품을 무료로 제한 없이 이용할 수 있다”라며 “안자 의자가 갖춰진 마사지룸과 숙면을 취할 수 있는 프레시룸을 통해 업무 중 언제든지 휴식을 취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뱅크샐러드 “담대한 협업으로 혁신열매 수확”

뱅크샐러드 사무실 내 라이브러리 '과수원'
뱅크샐러드 사무실 내 라이브러리 '과수원' (사진=뱅크샐러드)

앞서 소개한 두 회사와 다르게 ‘데이터 사업’에 초점을 두고 있는 뱅크샐러드(레이니스트)는 금융의 중심지인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에 터를 잡았다. 관계사들과의 활발한 교류 및 협업을 위한 기동력 확보를 위함이다. 실제로 뱅크샐러드는 여의도에 위치한 키움증권, 한화투자증권, 현대캐피탈 등 다수의 금융사와 협약을 통해 데이터 생태계를 구축했다.

뱅크샐러드는 ‘담대한 협업’의 조직 문화를 추구하는 만큼 사무실 역시 오픈 된 공간에서 자유롭게 소통하며 협업하기 좋은 구조로 구성했다. 사무실에 들어서면 탁 트인 '아고라'가 바로 보인다. 아고라는 고대 그리스의 도시국가인 폴리스(polis)에 형성된 광장에서 따와 이름을 붙였다. 이곳은 매주 뱅크샐러드 직원들이 모여 전체 회의를 진행한다. 편하게 앉아서 서로의 의견을 나누는 곳으로 담대한 협업이 이뤄지는 공간이기도 하다.

아고라 뒷편엔 캠핑 느낌의 라이브러리를 구성했다. 다양한 업계 관련 책들과 뱅크샐러드 관련 기사도 볼 수 있고, 빈 쿠션에 누워 휴식을 취하기도 한다. 이 공간은 과수원이라고도 불리는데, 휴식은 물론 책을 읽고 회도 진행하며 열매를 맺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토마토룸, 살사룸, 어니언룸, 두부룸 등 중대형 회의실을 갖추고 있다.

뱅크샐러드 관계자는 “소규모로 회의를 할 때 직원들은 폰 부스를 이용하기도 한다”라며 “면접 대기공간도 마련해 둬 채용 담당자들과 면접 전 간단하게 회사와 채용 절차에 대한 이야기도 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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