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7일부터 은행뿐만 아니라 전 금융권에 ‘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제도가 도입된다. DSR은 모든 대출 원리금 상환액을 연소득으로 나눈 비율이다.

DSR은 주택담보대출을 비롯해 신용대출, 마이너스통장, 카드론, 할부금 등 가계대출 전반을 포함한다. 채무자의 상환능력을 총체적으로 평가하겠단 거다.

지난해 10월 먼저 DSR을 도입한 시중은행, 특수은행 등 1금융권의 평균 DSR은 도입 전인 그해 6월 71.9%에서 올해 1분기 47.5%로 24.4%포인트 하락했다. 이 기간 70%와 90% 초과대출 비중도 각각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금융위원회는 이를 두고 DSR 도입 실적이라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전체 가계대출은 5.9% 증가했다. 1금융권 대출이 막힌 사람들이 오히려 금리가 높은 2금융권 등으로 몰렸기 때문이다. 대출 규제에 따른 ‘풍선효과’다.

오는 17일 2금융권에도 DSR이 도입되면서 대출자들이 이번엔 대부업체 및 불법사금융으로 내몰릴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금융위가 카드사, 캐피탈, 저축은행 등 2금융권 DSR 전면 도입에 대부업체 등은 제외하기로 해서다.

금융당국이 ‘공정하고 투명한 금융질서 확립’을 외치며 내놓은 DSR 제도 실태는 아이러니하게도 공정하지도 투명하지도 않다. 보여주기식 수치에 연연한 나머지 결국 벼랑 끝에 내몰린 서민들을 외면하는 모양새다. DSR 사각지대만이 이를 반기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 등록된 개인‧법인 대부업자는 8168개, 이를 이용한 이는 236만여명에 달한다. 불법사금융을 포함한 실제 대부업체 수는 수만곳에 달하고 이용자 또한 배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대부업체는 이를 강제하고 처벌할 규제조차 마련되지 않아 지금도 음지에 머무르고 있다.

정부의 강도 높은 가계대출 규제에 저신용자, 금융취약계층은 대부업체를 찾게 되고 대부업의 신용정보가 금융권 전반에 공유됨에 따라 다른 금융사를 통해 대출받기도 힘들어지는 악순환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경기가 침체된 가운데 부채 축소 가속화로 ‘디레버리징(부채 축소)의 역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디레버리징의 역설은 부동산 침체, 정부의 대출 규제로 인한 부채 축소가 금융권의 잠재적인 부채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나 수요 감소로 경기 회복에 발목 잡을 것이라는 부정론이다.

성급한 정책 추진보다는 도입 시기가 늦어지더라도 각 계층에 미칠 파급력과 국내 경제 상황을 고려해 제대로 된 제도를 관철해야 한다. 저금리일수록 더 폭넓게 이용 가능하도록, 고금리일수록 더 강한 규제로 금융취약계층을 보호해주는 정책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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