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원도 잘 모르는 음지 상품…수요자 “답답해”

일부 은행들의 공식 홈페이지 내 징검다리론 상품 안내 상세 페이지. 기준금리 기준일자가 현재 시점으로 업데이트되지 않아 최저금리가 천차만별인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일부 은행들의 공식 홈페이지 내 징검다리론 상품 안내 상세 페이지(2019년 6월 13일 기준). 기준금리 기준일자가 현재 시점으로 업데이트되지 않아 최저금리가 천차만별인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대한금융신문 안소윤 기자> 제도권금융 이용이 어려운 서민들을 지원하기 위해 도입된 ‘징검다리론’이 은행권의 외면으로 빛을 바래고 있다.

징검다리론 수요자들이 은행을 찾아도 은행원들이 상품에 대해 잘 모르는 경우가 허다한 데다 상품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은행 공식 홈페이지 조차 정확한 안내를 소홀히 하는 실정이다.

14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전 금융권 가계대출은 5조7000억원 증가했다. 주택담보대출 증가세는 둔화됐으나 가정의 달을 맞아 관련 자금 수요가 신용대출을 중심으로 늘어난 탓이다. 가계소득이 정체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11월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시장금리 상승은 경기 변화에 상대적으로 더욱 민감한 서민층의 가계대출 부담을 더욱 가중하고 있다.

정부는 이들의 금융 안전망으로 정책 서민금융상품을 도입했다. 그 중 하나인 징검다리론은 새희망홀씨, 햇살론, 사잇돌대출 등 제2금융권 정책 서민금융상품을 성실하게 상환한 사람에게 자금지원이 공백 없이 보다 낮은 금리의 은행 대출을 이용할 수 있게 만든 상품이다.

징검다리론은 지난 2015년 11월 신한은행을 시작으로 현재 국민·KEB하나·우리·NH농협·IBK기업·Sh수협·씨티·SC·부산·경남·전북·광주·대구·제주은행 등 총 15개 은행에서 취급하고 있다.

서민층의 금융 애로를 해소하고 문재인 정부의 금융정책 키워드 중 하나인 ‘포용적 금융’에 부합하는 상품이지만, 정작 서민들이 이용하기에 현실 상황은 녹록지 않아 보인다.

징검다리론 신청을 위해 한 시중은행을 찾았던 A씨는 “자격조건이 부실한 새희망홀씨보다 자격조건을 충족할 수 있는 징검다리론이 승인률이 높을 것 같아 은행을 찾았는데 담당 행원이 상품에 대해 잘 몰라 제대로 된 상담을 받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징검다리론 수요자 B씨 역시 “다른 대출상품 심사 부결 후 은행권에 징검다리론이 있다는 것을 알고 진행하려 했지만 담당 행원에게 ‘운용하지 않는 상품’이라는 잘못된 답변을 얻었다”며 “추후 진행할 수 있다는 연락이 다시 오긴 했지만 불편했다. 서민층에게 유용한 상품인데 은행들의 의지가 없는 게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징검다리론에 대한 상세한 정보를 얻기 힘들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대부분의 정책 서민금융상품 수요자들은 금융사 영업지점에 직접 발품을 팔기 전, 자체적으로 상품에 대한 사전 조사를 진행한다.

은행별 공식 홈페이지를 살펴본 결과 징검다리론 상세 페이지는 제대로 관리되지 않고 있다.

대출상품의 가장 기본적 정보라고 할 수 있는 기준금리 기준일자가 업데이트되지 않아 2017년 7월, 2018년 12월에 아직도 머물고 있는가 하면, 일부 은행은 징검다리론 상품이 검색조차 되지 않았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징검다리론은 다른 정책금융상품과 비교해 금리나 자격요건에서 경쟁력 있는 상품이 아니다 보니 솔직히 잘 팔리지 않는다”면서 “상품에 대한 직원 교육 및 안내는 수요자 개개인별로 정보가 다를 수 있어 주력 상품이거나 특별한 변동사항이 없으면 내용을 업데이트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다만 수요자가 상품 정보를 얻기 힘들다거나 오래된 정보로 오해할 소지가 있다는 부분은 공감한다”며 “특별히 바뀐 게 없거나 찾는 이가 적은 상품이라도 직원 상담과 안내에 있어 수요자가 불편을 겪지 않을 수 있도록 조치하고, 앞으로 더욱 신경쓸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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