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회차 유지율 44%까지 급락…인위적 해지 정황
과도한 시책에 설계사간 보험 매집 가능성도 제기

<대한금융신문=박영준 기자> 독립보험대리점(GA)에서 삼성화재의 질병보험, 통합보험 등에 가입한 사람들이 1년 3개월 만에 보험계약을 대다수 해지한 것으로 드러났다.

인위적인 대량 해지가 발생한 정황이다. 지난해부터 이어져온 손해보험사간 GA 대상 판매 인센티브 경쟁이 만들어낸 결과로 풀이된다. 삼성화재가 너무 많은 판매 수당을 주다보니 GA 설계사가 직접 보험계약을 사서, 이익이 날 때 해지하는 식의 불법계약이 벌어진 거다.

14일 대한금융신문이 입수한 ‘삼성화재 장기 인(人)보험 모집기준 유지율 현황’에 따르면 삼성화재의 올해 1분기 GA채널 15회차 계약유지율은 43.7%로 지난해 말(64.2%)보다 무려 20.5%포인트나 급락했다.

계약유지율이란 전체 보험계약 중 보험료를 일정 횟수 이상 납부하며 계약을 유지한 비율을 말한다. 15회차 계약유지율이 43.7%라는 의미는 1년 3개월 전 모집한 보험계약의 10건 중 4건만 남고 나머진 6건은 해지됐다는 뜻이다.

계약유지율이 특정 시점에 급락하는 현상은 쉽게 발생하지 않는다. 단순히 설계사의 불완전판매 증가로 보기엔 같은 기간 13·25회차 계약유지율은 각각 71.7%, 69.6%를 기록해 비교적 높은 수준을 보였다. 유독 15회차에만 보험계약자들의 대량 해지가 몰린 것이다.

15회차에 해지가 집중된 건 GA 설계사들의 인위적인 해지로 봐야한다는 것이 보험업계 중론이다. GA 설계사가 작성계약(가짜계약) 체결을 일삼은 결과가 15회차 유지율에서 드러났다고 보는 것이다.

자기계약, 작성계약은 보험업법에서 금지하는 행위다. 설계사는 자기 자신이나 지인 등의 이름으로 보험계약을 가짜로 맺고 보험료를 대납한다. 이후 일정 기간을 유지한 뒤 낸 보험료보다 받아내는 수당(수수료, 인센티브 등)이 많을 때 해지하고 본인이 맺은 계약으로 이익을 챙긴다.

이러한 구조가 가능한 건 삼성화재가 GA에 판매 수수료 외에도 높은 인센티브(시책비)를 쥐어줘서다. 최소 14회차에서 16회차까지 보험료를 대신 내도 해지할 때 그 이상의 이익을 취할 수 있으니 작성계약을 ‘안 하면 바보’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다. 

삼성화재뿐만 아니라 지난 2017년부터 GA에 판매 인센티브 경쟁을 벌였던 대다수의 상위 손해보험사들이 GA채널 15회차 유지율에서 이상 징후를 보일 가능성도 높다. 손보사들은 장기 인보험 매출의 절반 이상을 GA채널에 의존하고 있다. 어느 한 보험사에서 인센티브를 크게 걸었다고 소문이 나면 곧바로 전 보험사가 따라가는 식의 과열경쟁이 빈번하다. 

이 가운데 최근 금융감독원이 대형 GA를 중심으로 한 설계사들의 작성계약 실태 조사에 의지를 보이고 있다는 점도 삼성화재 입장에선 부담이다. 결국 GA에서 발생한 작성계약 문제는 해당 보험사의 계약유지율에서 이상 징후를 보일 수밖에 없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15회차 유지율이 40%란 건 해당 기간 GA 설계사가 판매한 계약의 절반이 가짜로 만들어졌단 뜻이다. 13회차 유지율은 외부공시 지표라 보험사마다 관리를 하기 때문에 15회차에서 문제가 터진 것”이라며 “GA 설계사의 작성계약이 발생하는 근본적 원인은 보험사에 있다. 보험사마다 매출을 끌러올리려 판매 인센티브를 과도하게 지급하다보니 거짓 계약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GA는 모든 보험사의 상품을 비교·판매하는 일종의 보험백화점이다. 수익성 높은 장기 인보험 상품을 주로 취급해 보험사마다 자사 상품을 팔아달라며 현금이나 여행상품권 등 고가의 현물성 인센티브를 내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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