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강세이 편집기자

 

<대한금융신문=강신애 기자> 금융투자업계에 부는 글로벌 열풍이 심상치 않다. 해외에 법인을 설치하는데서 나아가 부동산·주식·펀드까지 국가 간 거래 장벽을 허물고 있는 것. 국내 투자자들의 해외투자 수요가 높아 진데다 증권사·자산운용사 입장에서도 국내 시장 확대에 한계를 느껴서다.  실제 국내 증권사들은 해외부동산, 항공기 등 대체투자 물건에 직접 투자를 하고, MTS·HTS 등 주식거래 플랫폼 고도화를 통해 해외 주식거래 접근성을 높이고 있다. 자산운용사들도 해외자산을 기초로 한 펀드를 판매하는 등 국내 투자자의 해외투자를 돕고 있다.

■ 해외부동산에서 답을 찾다

증권사들이 부동산 투자를 늘리고 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으로 수익을 본 증권사들이 하나둘 늘어나자, 몇 해 전부터 부동산 PF 열풍이 업계 전체로 퍼져나간 것이다. 

초기와 다른 점은 국내부동산이 아니라 유럽, 미국 등 해외부동산 투자가 늘어났다는 점이다. 

미래에셋대우는 지난 2018년부터 해외에서 굵직한 부동산거래를 성사시키며 사업을 확장 중이다. 미국 라스베이거스 코스모폴리탄 호텔(1125억원), 코트야드메리어드호텔, 아마존 물류센터(924억) 등에 투자를 진행했다.

올해도 인도네시아 온라인 마켓플레이스 회사인 ‘부깔라팍’, 미국 아마존의 신설 물류센터에 924억을 투자해 인수하는 등 4차산업혁명과 관련된 글로벌기업에 투자를 이어나가고 있다. 또 미국 뉴욕 타임스퀘어에서 신규 랜드마크 조성사업에도 약 42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진행했다.

부동산금융의 강자인 메리츠종금증권 역시 독일, 호주, 미국 등 다양한 글로벌 부동산에 투자하고 있다. 메리츠증권은 지난 2017년 국내 증권사 최초로 독일에 있는 오피스빌딩을 매입하고, 기관투자자에게 셀다운까지 성공한 바 있다. 이를 기점으로 지난해에는 호주 케스트렐 광산에 인수금융 제공, 미국 MCR호텔 포트폴리오 투자, 항공기 리스사인 DAE캐피탈의 항공기 18기 투자 등을 진행했다. 올해 2월에는 미국 동부 4개주에 위치한 7개 오피스빌딩을 담보로 하는 메자닌 펀드에 투자했다. 

유럽지역에서는 국내 증권사들의 부동산PF 경쟁이 더 치열하다. 실제 국내 증권사들은 지난해 유럽 전 지역에서 9조원이 넘는 부동산을 사들였다. 

삼성증권은 최근 프랑스 파리 크리스탈파크 오피스 단지를 9200억원에 인수하는 가계약을 체결했다. 본계약은 내 달 이뤄질 예정이다. 

앞서 삼성증권은 지난해 프랑스에서 한화투자증권, IBK투자증권과 손잡고 프랑스 덩케르크 액화천연가스(LNG) 터미널 지분 40%를 8500억원에 인수한 바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4월 프랑스 파리에 있는 3700억원 규모의 투어유럽 빌딩을 인수했다. 

하나금융투자는 WWG자산운용이 조성한 펀드로 프랑스전력공사 입주 건물에 제공된 중순위 대출을 인수한다. 약 685억원 규모다.

한화투자증권과 삼성SRA운용은 1조5000억원짜리 파리 뤼미에르빌딩 인수를 최근 마무리했다. 삼성증권과 한화투자증권이 각각 1700억원씩 총 3400억원을 수익증권으로 인수했으며, 국내 기관투자자들에게 셀다운할 계획이다. 

증권사들이 해외부동산 등 대체투자를 늘리는 것은 투자은행(IB) 활성화 트렌드와 맞닿아 있다. 

증권사 대부분은 해외에 좋은 자산을 발굴하고, 개인과 기관에 셀다운하고 있다. 

증권사들은 수수료를 챙길 수 있으며, 해외에서 투자은행으로서의 입지도 높일 수 있다.

특히 해외부동산은 국내 부동산과 비교해 수수료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 대상에 따라 증권사 고유 자금을 넣어 직접 투자를 할 경우 향후 매각에 따른 차익도 기대할 수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국내 부동산시장은 정부 정책 탓에 경직돼 있다. 하지만 시세는 떨어지지 않고 고점에 머물러 있어, 증권사들이 해외부동산 투자에 눈을 돌리게 됐다”며 “해외부동산 투자는 성공 가능성이 높고, 수수료가 높아서 증권사의 새로운 수익 견인차가 됐다. 앞으로 증권사들은 해외부동산 투자를 더욱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 가벼워진 해외주식 거래 빗장

국내 투자자들의 해외주식 투자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지고 있다.

최근 국내 증권사들은 투자자가 직접 해외주식에 투자할 수 있는 플랫폼을 구성하고, 투자도 쉽고 간편하게 업그레이드하고 있다.

애플, 아마존, 텐센트, 알리바바 등 해외 우량주들이 큰 폭으로 성장하며 국내 투자자들이 해외주식 직접 투자에 관심을 보이고 있어서다.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에 따르면 지난해 해외주식 결제대금은 약 36조원을 돌파했다. 이는 지난 2017년(25조원) 대비 약 43% 증가한 수치다. 또한 국내 상위 7개 증권사의 개인투자자 해외주식 결제대금은 2018년 25조원으로 전년 대비 약 68% 증가했다. 올해 1~3월 누적 결제대금은 7조3000억원으로 전년보다 페이스가 더 빠르다.

이러한 상황 속, NH투자증권은 해외주식의 당일 매매가 가능한 ‘글로벌 논스톱 매매 서비스’를 선보이며 해외주식 거래 진입장벽을 확 낮췄다. 

글로벌 논스톱 매매는 국내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매매하는 시장인 미국, 중국, 일본, 홍콩 주식을 자유롭게 당일 매매가 가능하게 만든 것이다. 앞으로도 NH투자증권은 동남아 및 유럽 등 온라인 주식거래가 가능한 국가 전체로 서비스를 확대할 계획이다.

KB증권은 환전 수수료 없이 원화로 해외주식을 거래하는 ‘글로벌원마켓’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이 서비스를 이용하면 한국, 미국, 중국A, 홍콩, 일본 등 글로벌 5대 시장 주식거래 시 현재가 및 주문창에서 해당 주식의 외화 현재가와 원화 환산 현재가를 동시 확인하며 원화로 거래할 수 있다. KB증권 자체의 FX시스템을 통해 실시간 환전처리가 이뤄져 별도의 환전수수료도 발생하지 않는다. 보유주식 매도시에도 고객이 주문한 시점의 실시간 기준환율을 적용해 간밤에 생길 수 있는 환율변동의 위험을 피할 수 있다.

경쟁력 있는 서비스에 지난 1월 출시 이후 이달 현재 가입 고객만 2만3000명을 넘어섰다.

KB증권은 향후 베트남 시장과 인도네시아, 서유럽 국가들도 원화로 거래할 수 있게 할 전망이다. 

삼성증권 역시 올해 초부터 달러 금리형 상품을 중심으로 하는 ‘해외투자 2.0’을 진행하며 해외투자 대중화에 앞장서고 있다. 

올 1분기에 새롭게 유입된 신규 해외투자자금만 2조원에 육박한다. 신규 해외투자 자금 기준으로 볼 때 올해 1분기에만 작년 전체 증가분의 2배에 이르는 투자자금이 유입된 것이다. 

이에 삼성증권은 지난 1월 ‘달러채권 전담데스크’를 설치하고, 본사 전문가들이 전국지점을 순회하며 글로벌 채권시장 전망 세미나를 진행하고 있다. 

신한금융투자는 소액으로 글로벌 기술주에 투자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증권업계 최초로 해외주식 ‘소수점 주식구매’ 서비스를 운영 중인 것. ‘소수점 주식구매’ 서비스는 1주 단위로 거래되는 기존 방식에서 0.1주 0.01주 등 소수점 단위로 주식을 사고파는 선진국형 거래 방식이다. 약 220만원 수준의 아마존 주식도 최소 0.01주(2.2만원) 단위로 매수 할 수 있다. 

아마존, 애플,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 테슬라 등 미국 내 37개 우량 종목에 대해 서비스 한다. 

소수점 주식구매 서비스의 장점은 소액 적립식으로 글로벌기업의 포트폴리오 구매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가령 미국시장을 이끌고 있는 대형 기술주 FAANG(페이스북, 아마존, 애플, 넷플릭스, 구글)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려면 최소 600만원이 필요하다. 하지만 소수점 주식 구매를 활용하면, 6만원으로 5가지 기술주를 모두 담을 수 있다. 


■ 자산운용사, 펀드로 해외투자 대중화

자산운용사들도 해외 인덱스펀드, 해외부동산리츠, 해외 부동산공모펀드 등을 활용해 투자자의 해외투자를 돕고 있다. 

해외투자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미래에셋자산운용이다. 지난 2005년 국내 금융사 최초로 해외펀드를 출시한 이후 꾸준히 해외자산에 투자하는 펀드를 내놓고 있다. 4월말 기준 미래에셋자산운용이 해외에 투자하고 있는 자산은 68조원 이상으로 전체 자산의 43%를 차지한다. 특히 이들은 대체투자 분야를 확대하며 우량 자산을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KB자산운용 역시 해외 인덱스펀드를 활용해 국내 투자자에게 다양한 투자처를 제공하고 있다. 

KB자산운용은 해외인덱스펀드 시장에서 부동의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운용규모는 6월 현재 총 2594억원(설정액 기준)이며 시장점유율은 38%에 달한다. 

대표펀드인 ‘KB스타미국S&P500인덱스펀드’는 미국의 S&P500 지수를 추종하는 펀드다.

‘KB스타유로인덱스펀드’는 서유럽 12개국의 블루칩 50개 종목으로 이루어진 Euro Stoxx50 지수를 추종한다. 최근 3년, 5년 수익률이 각각 21.88%, 17.93%로 높은 편이다. 

부동산펀드들도 주목된다. 그간 국내에서 해외부동산투자는 기관투자자들만의 몫이었지만, 이제는 개인투자자라도 해외부동산펀드를 통해 해외부동산투자를 할 수 있다. 

부동산 펀드의 강자 이지스자산운용은 국내 투자자에게 해외부동산 공모펀드를 제공 중이다. 지난해 9월 5일 이지스자산운용이 첫 해외부동산 공모펀드로 출시한 ‘이지스글로벌부동산투자신탁 204호’를 모집 3일만에 556억원을 채우며 성공적으로 완판했다. 이 펀드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위치한 네슬레 본사 사옥에 투자해 임대수익을 배당하는 상품이다.

네슬레의 잔여 임대차계약이 9.6년인데 반해 펀드 만기는 5년으로 안정적인 배당수익이 예상된다. 향후 자산가치 상승으로 매각차익도 기대된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의 ‘한국투자밀라노부동산펀드1호’도 성공적인 해외부동산 펀드 중 하나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벨기에 정부기관인 건물관리청 본청에 투자하는 ‘한국투자벨기에코어오피스부동산투자신탁2호’를 판매했다. 이 펀드는 벨기에 정부 건물관리청 본청 건물의 장기임차권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삼성자산운용의 J-REITs(제이리츠)도 눈여겨 볼만하다. 리츠(REITs)펀드는 부동산투자회사에 투자하는 펀드를 말한다. 소액으로도 복수의 부동산에 분산 투자할 수 있는데다 배당률이 높다는 것이 강점이다. 리츠 기업은 법인세를 면제받기 위해 이익의 90% 이상을 투자자에게 배당한다. 

삼성자산운용이 내놓고 있는 ‘삼성J-REITs부동산투자신탁 1[REITs-재간접형](A)’과 ‘삼성Japan Property부동산투자신탁’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꾸준히 10%를 상회하고 있다. 

향후 일본 내 글로벌 행사 개최, 출입국 관리법 개정 등 J리츠 시장에 단·장기적 호재거리가 많은 상황 속 앞으로의 상승세가 더 기대된다. 

저작권자 © 대한금융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