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9년 6월 14일 오후 2시 03분 대한데일리에서 노출한 기사입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최근 일본에서 연금 문제가 뜨거운 관심을 모으고 있다. 향후 각 가구당 필요 노후 자금을 연금 만으로 채울 수 없다는 문제가 가시화됐기 때문이다. 정치적 싸움으로까지 번진 이번 사태는 더욱 근본적인 대책을 요구하는 것으로 보인다.

일본 금융청은 지난 3일 ‘고령사회에서의 자산형성과 관리’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서는 “인생 100세 시대에 대비해 개개인이 자산형성과 관리를 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 근거로 평균적인 무직 노인부부(남자 만 65세 이상, 여자 만 60세 이상)의 생활에서 매달 약 5만엔(약 55만원)의 적자가 생기며, 향후 2~30년 사이에 약 1300만~2000만엔(약 1억4000만~2억2000만원)의 자산이 따로 필요한 점을 꼽았다.

하지만 이 보고서를 접한 일본 야당은 즉각 반발했다.

한 야당 중진 의원은 지난 4일 “우선 국민에게 미안하다고 사과하라. 한 쪽에서는 (재원으로서)소비세를 올려놓고 2000만엔이 (필요하다는 것이)어떻게 앞뒤가 맞는 이야기인가”하고 정부를 추궁했다.

금융청 보고서에 인용된 자료. 왼쪽 '연대별 노후 불안' 표에서는 20~50대까지 모두 돈이 1위다. 오른쪽 '세대별 노후 대책' 표는 왼쪽부터 차례로 현재 금융자산 평균, 스스로 예상하는 노후자금, 차액 순이다. 턱없이 부족한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금융청 보고서에 인용된 자료. 왼쪽 '연대별 노후 불안' 표에서는 20~50대까지 모두 돈이 1위다. 오른쪽 '세대별 노후 대책' 표는 왼쪽부터 차례로 현재 금융자산 평균, 스스로 예상하는 노후자금, 차액 순이다. 턱없이 부족한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거센 야당의 비판 배경에는 오는 7월 21일에 참의원선거를 앞두고 있는 정치적인 타산이 숨겨져 있다. 연금은 곧 2006년 이후 총 2700일 이상 총리직에 머문 아베 정권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아베 총리가 자민당 간사장 시절인 2004년, 정부가 ‘연금제도개혁’을 통해 공적연금은 “100년 동안 안심해도 된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던 것이 문제에 기름을 붓고 있다. 아베 총리가 약속을 어겼다는 식의 비판이다.

집권당인 자민당과 아베 총리에게는 연금에 대한 안 좋은 기억도 있다. 2007년 참의원선거 때 연금대상자의 리스트가 사라진 문제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자민당이 선거에 패배하고 이는 제1기 아베 정권의 붕괴로 이어진 것이다.

이러헌 경험이 있는 자민당과 정부는 분명한 선 긋기에 나섰다. 아베 총리는 지난 10일 국회에서 금융청 보고서에 대해 “마치 적자가 된다는 듯한 불정확하고 오해를 불러일으킬 표현이었다”고 해명했다.

아소 재무상 겸 부총리도 지난 11일 “정부 정책과 전혀 다르다”라는 이유로 금융청의 해당 보고서 수령을 거부했다.

이어 자민당의 니카이 간사장은 지난 12일 “보고서 내용이 부적절했다”고 금융청에 강한 항의를 표명했으며 같은 당의 모리야마 국회대책위원장은 “보고서는 이제 없어졌다”까지 언급했다.

선거를 앞두고 정치적인 공방으로 넘어간 이번 소동은 보다 본질적인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일본 국민들의 노후자금이 현저히 부족하다는 현실이 그것이다.

이에 대비해 일본 정부는 정년을 70세로 연장하고, 연금 지급개시 연령도 70세 이후로 늦추는 옵션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이 방안 역시 아베 정권에 있어 큰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일본 금융청의 주장에 따르면 이번 논란의 중심이 된 보고서는 원래 적금이나 투자를 통해 서민이 보유한 자산수명을 늘리자는 주장을 주지시키는데 그 목적이 있었다고 한다. 연금을 둘러싼 논란은 앞으로도 일본 사회의 핵심 이슈로 남을 것이 분명해 보인다.

서태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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