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원가 예금으로 자금조달 구조 악화 대응
지자체 금고 공략·수시입출금식 상품 강화

<대한금융신문=안소윤 기자> 은행권이 ‘핵심예금(수시입출금식 저원가성 예금)’ 유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예대율을 비롯한 각종 규제 정책과 시장 상황 변화로 인해 은행의 자금조달이 고비용·저수익 구조로 변화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핵심예금은 고객에게 제공하는 이자가 적어 원가 부담이 거의 없는 예금으로, 은행들이 만든 용어다. 작은 이자율 변화에 따른 자금 이탈이 적다 보니 대출을 통한 이자이익 중심의 영업활동을 지속하고 있는 은행에 안정적인 자금조달 수단으로 기능한다. 저금리 시대에 반드시 확보해야 하는 예금이라는 의미에서 ‘핵심’자가 붙여졌다.

18일 예금보험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현재 18개 국내은행의 총 예수금은 전년대비 92조8000억원(6.6%) 증가한 1491조4000억원을 기록했다.

이중 저축성예금 등을 포함한 기타예금 비중은 1302조원으로 전년대비 82조6000억원(6.8%) 증가하며 총 조달규모의 성장을 견인했다. 반면 핵심예금은 189조4000억원으로 전년대비 10조2000억원(5.7%) 올라 총 예수금보다 낮은 증가율을 나타냈다.

국내은행들은 금융위기 이후 안정적인 대출재원 마련 및 기준금리 인상, 유동성 규제 대비 목적으로 꾸준히 예수금 비중을 늘려왔다.

그러나 예대율이 높은 상황에서 핵심예금을 적게 보유하고 있거나 감소할 경우 대출 여력 저하뿐만 아니라 예대금리차 축소 및 거래수수료 수익 감소 등이 불가피하다.

이에 은행권은 핵심예금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가장 주목할만한 부분은 전국 지방자치단체 금고 쟁탈전이다.

지자체 금고는 재산세, 등록세, 주민세 등 지방세와 수도료의 공공요금을 수납 대행해 예입되는 자금을 처리하는 공공예금계정으로서 이율(연 1.0%) 및 이자계산방법 등이 보통예금과 같아 핵심예금에 포함된다.

과거의 지자체 금고 업무는 대부분 수의계약으로 체결돼 지역 네트워크 및 친밀성 비중이 높은 NH농협은행과 지방은행이 차지했다. 하지만 지난 2012년 정부가 지자체 금고지기 은행 선정 방식을 공개입찰로 변경, 평가 항목에서 예치금 금리와 대내외 신용도 등이 중요해지면서 시중은행들도 지자체 금고 공략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시작했다.

특히 올해 부산시와 대구시 등 광역 및 기초 지자체 49곳의 계약이 종료됨에 따라 지자체 금고를 둘러싼 경쟁이 치열하게 펼쳐질 전망이다.

지자체 금고 사수 전쟁에 뛰어들기엔 경쟁력이 부족한 외국계 은행은 입출금통장 라인업 강화에 힘쓰고 있다.

SC제일은행은 지난 11일부터 예치기간에 따라 최고 연1.7%(세전)의 금리를 최대 180일간 제공하는 ‘마이런통장 4호’ 판매를 시작했으며 씨티은행은 기존에 영업점에서만 가능했던 ‘씨티더하기통장’의 신규 가입을 비대면채널(모바일뱅킹)로 확대했다.

이밖에 은행들은 대기업 월급계좌 제휴 및 외화예금 유치 확대에도 주력하고 있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자금의 중개역할을 주업으로 하는 은행의 안정적인 자금조달은 존립과 직결된다”며 “자금조달 비용 상승에는 예대율 규제 강화, 양도성예금증서(CD) 발행 증가, 단기금리 상승 등 다양한 이유가 있는데 은행권에서 대응 모션을 취할 수 있는 부분은 핵심예금 감소뿐”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핵심예금 유치를 통한 저비용의 자금 조달은 은행의 재무구조를 건실하게 만들고 대출 여력을 확대한다”며 “지난 2015년 도입된 ‘계좌이동제’로 인해 더욱 치열해진 핵심예금 유치 경쟁에서 은행들은 우위를 점하기 위해 저마다 다양한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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