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금융신문=하영인 기자> 금융당국의 가맹점 카드수수료 인하 정책,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도입 등으로 수익성에 빨간불이 켜진 카드사들이 수익다변화를 추구하면서 ‘디지털화’를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금융감독원의 ‘금융회사의 디지털전환 추진 현황’에 따르면 올해 8개 전업 카드사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서비스, 빅데이터 플랫폼 등 디지털전환 관련 총 18건 사업을 추진하면서 421억원의 예산을 투입할 계획이다. 특히 카드사 디지털 전담 부서의 평균 인력 수는 107명으로 은행‧보험‧증권을 포함한 4개 금융권 중 가장 많았다.

이처럼 전사적으로 디지털화에 주력하고 있는 카드사들의 올 상반기 성과를 짚어봤다.

■비대면 거래 증대… ‘ARS‧챗봇‧톡상담’ 고도화

모바일 카드발급 등 비대면 거래가 급증하자 카드사들은 인공지능(AI) 채팅로봇(이하 챗봇)을 비롯해 톡(Talk)상담, 자동응답시스템(ARS) 등 서비스 확대에 나섰다. 고객의 편의성을 높이고 비용 절감 등의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다.

먼저 KB국민카드, 삼성카드, 우리카드 등은 올해 들어 상품소개, 고객상담 등이 가능한 챗봇 서비스를 선보였다.

KB국민카드의 경우 지난 4월 말부터 챗봇 ‘큐디’를 시범 운영 중이다. 큐디는 퀘스천(Question)과 디지털(Digital)의 합성어로 디지털채널을 통해 고객들의 다양한 질문에 답변한다. 365일 24시간 운영되며 카드 발급, 분실 신고, 이용내역 조회, 대출 상담 등을 신속히 처리할 수 있다.

삼성카드는 지난 3월 홈페이지, 모바일 앱에서 언제 어디서나 쉽게 이용할 수 있는 AI 기반 ‘챗봇 샘’을 내놨다. 해당 챗봇은 소비패턴 등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고객의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한다. 또 주요 키워드를 입력하면 자주 묻는 질문이 순서대로 보이는 문장 자동완성 기능을 적용했다. △카드추천‧신청 △이용내역 조회 △즉시결제 신청 △결제 정보 조회‧변경 △금융상품 신청 △가맹점 조회 등의 업무를 간편하게 이용할 수 있다.

우리카드도 지난 2월 챗봇 ‘답(DAB)’을 출시했다. 챗봇 답은 ‘자동응답시스템-챗봇-톡상담’ 3개 채널을 연계한 것이 특징이다. 예를 들어 챗봇 응대 중 필요하면 같은 화면 내에서 즉시 상담원 연결이 가능하며 이어서 바로 톡상담도 받을 수 있다. 상담원 응대 과정 중에도 간단한 업무는 챗봇이 자동 처리한다.

이 밖에도 신한카드 ‘파니’, 현대카드 ‘버디’, 롯데카드 ‘로카’ 등 대다수 카드사가 챗봇을 운영 중이다. BC카드와 하나카드 등도 챗봇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여기 더해 KB국민카드는 지난 1월 모바일 채팅만으로 카드 발급 심사 및 이용한도 증액 업무 처리가 가능한 디지털 기반 상담 서비스 ‘간편심사 톡’과 ‘한도상담 톡’을 내놨다. 휴대전화로 전송된 메시지 내 연결 페이지에 접속하면 문답 형태 채팅으로 심사가 이뤄지며 증빙 서류 제출이 필요할 경우 휴대전화 촬영 기능을 이용하면 된다.

현대카드는 업계 최초로 자사 고객센터에 ‘인공지능-자동응답시스템’을 도입했다. 챗봇 상담보다 편의성과 진행 속도가 빠르며 로봇자동화(RPA) 기술을 적용해 전 과정을 자동화한 점이 특징이다.

■QR결제‧생체인증 다각화…결제시장 선점 총력

카드사를 포함해 은행, 전자금융업자 등이 50여종의 간편결제 서비스를 출시하는 등 비접촉식 모바일결제 서비스는 금융 플랫폼의 핵심 서비스로 자리 잡고 있다.

모바일결제 서비스가 실물카드의 영역을 잠식하자 발 빠른 카드사들은 주도권을 유지하고자 한발 더 나아간 간편결제 서비스부터 정맥을 활용한 ‘핸드 페이’ 등 새로운 서비스 개발에 열을 올리는 모습이다.

올 초 신한카드와 BC카드, 롯데카드는 ‘카드사 공통 QRpay(큐알페이)’ 서비스를 시작했다. 하나카드도 카드사들과 협력해 QRpay 시스템을 오픈할 계획이다. QRpay는 카드사들이 함께 개발한 QR코드를 이용한 앱투앱(App to App) 간편결제 서비스로 소비자 제시(CPM)방식의 QR결제다.

고객은 별도 앱을 설치할 필요 없이 자신이 주로 사용하는 카드사 앱으로 가맹점에 비치된 QR코드를 스캔하면 된다. 따라서 기존 신용·체크카드의 할인, 포인트 적립 등의 혜택을 그대로 누릴 수 있다. 롯데카드는 ‘롯데카드 라이프’, BC카드는 ‘paybooc(페이북)’, 신한카드는 ‘신한payFAN(페이판)’ 앱 등으로 이용 가능하다.

가맹점 역시 별도 단말기를 설치할 필요 없이 가맹점 전용 앱 ‘QRpay BIZ(큐알페이 비즈)’만 설치하면 참여 카드사의 가맹점 정보 등록부터 결제관리, 매출내역 조회, 점원 관리 등의 업무까지도 활용 가능하다.

가맹점들은 ‘카드사 공통 QRpay KIT(큐알페이 키트)’도 신청할 수 있다. 키트는 QR결제코드 거치대·스티커형, 출입문 및 결제방법 스티커, 안내장 등으로 구성된다.

QRpay 키트를 받기 전이나 좀 더 많은 곳에 QR결제코드를 부착하고 싶은 경우 가맹점 전용 앱에서 QR결제코드를 사진으로 저장하거나 다운받아 가맹점이 원하는 만큼 언제든 인쇄해 매장에 비치할 수도 있다.

특히 기존 계좌기반 QR코드 결제와는 달리 앱카드 기반이어서 일시불은 물론 할부 결제도 가능하다.

QRpay는 가맹점과 카드사 간 정산 과정을 간소화한 것도 특징이다. 이렇게 절약한 정산비용은 가맹점에 그대로 돌려줘 QRpay 결제 매출은 기존 가맹점수수료 대비 0.13%포인트를 낮출 수 있다.

신한카드는 생체 인식 결제 서비스인 ‘신한 페이스페이(FACE PAY)’를 선보였다. 신한 페이스페이는 LG CNS와 기술협력을 통해 3D‧적외선 카메라로 추출한 디지털 얼굴 정보와 결제정보를 매칭해 매장에서 안면인식만으로 결제하는 방식이다. 카드를 긁거나 휴대폰으로 간편결제하는 대신 얼굴만 대면 본인 여부를 확인해 결제를 승인한다.

신한 페이스페이를 통해 유통점포에서 고객 편의성 증대는 물론 유통점의 인력관리 효율화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신한카드는 이달 중 사내 카페 등에 안면인식 결제 기기를 설치해 시범 운영한 후 내년부터 편의점 CU 일부 매장과 대학교 식당 등 학내 시설에 상용화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환전‧카드 필요없어요” 해외서도 ‘디지털 결제’

국내를 넘어 해외로 진출하는 카드사들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디지털 결제로 더는 환전과 실물카드가 필요 없는 시대를 연 것이다.

더군다나 최근 카카오페이와 네이버페이, 페이코 등 간편결제 업체도 해외결제 서비스를 선보이면서 경쟁이 치열해진 만큼 카드사들의 대응도 더욱 활발해지고 있다.

BC카드는 ‘페이북 QR결제’ 등 디지털 결제 기술력을 바탕으로 해외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37년간 축적한 결제 프로세싱 기술력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동남아 국가의 디지털 결제 시대 전환을 지원한다.

지난달에는 중국 최대 카드사인 유니온페이(Unionpay)와 함께 ‘BC유니온페이 해외 QR결제’ 서비스를 내놨다.

BC유니온페이카드 고객은 한국에서 사용하던 페이북 앱에서 ‘BC유니온페이 해외 QR결제’ 설정만 활성화하면 중국 내 유니온페이 가맹점에서 QR결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하나금융그룹은 하나멤버스의 하나머니를 대만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하나머니가 실시간 환율이 적용된 대만달러로 결제돼 고객들은 대만달러로 환전할 필요가 없다. 자신이 보유한 하나머니가 대만달러로 얼마인지 금액이 표시돼 편리하다.

대만에서 신용카드를 쓰면 해외결제수수료 1.2%를 포함해 3% 안팎의 비용이 발생하나 하나머니는 2%대 비용만으로 결제 가능한 것도 장점이다. 하나카드 측은 현재 대만의 면세점‧자판기‧야시장에서 하나머니를 쓸 수 있으며 순차적으로 마트 및 편의점 등 사용처를 확대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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