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FATF 권고안 담은 특금법 개정 준비중
거래소, 금융사 수준 제재 이행 어려워 퇴출 위기

<대한금융신문=문지현 기자> 연일 규제 마련에 목소리를 높이던 국내 가상화폐(가상자산) 거래소들이 수세에 몰렸다.

그동안 가상화폐 거래소는 규제 사각지대에 존재해 투자자 피해, 산업 육성 등에 어려움을 겪으며 제도권 편입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여왔다. 하지만 자금세탁방지 의무 등 현실적으로 지키기 어려운 규제가 마련되며 대부분 거래소의 영업이 불가능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올해 하반기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의 권고 기준 및 주석서의 주요 내용을 반영한 특정금융정보법 개정을 추진할 방침이다.

주석서는 가상화폐 거래소가 감독당국의 허가를 받거나 신고, 등록해야 하며 금융회사에 준하는 자금세탁방지(AML) 의무가 부과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이는 가상화폐 거래소를 통제할 법적 수단이 필요하다는 뜻인데 국내는 아직 가상화폐와 관련한 법 제도가 미비하다.

이에 금융당국은 국제 기준에 따른 제제 수단인 ‘특금법’ 개정을 준비 중이다. 현재 국회엔 지난 3월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특금법 개정안이 발의돼 있다.

특금법은 가상화폐 거래에 실명계좌를 이용하지 않거나 정보보호 관리체계(ISMS) 인증을 갖추지 못한 거래소에 대해선 허가를 거부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시하고 있다.

아울러 특금법에 포함되진 않았지만, 가상화폐가 어떻게 이동했는지 송금자와 수취자의 정보를 모두 수집해야 하는 ‘여행 규정’도 추후 시행령 형태로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

이를 두고 업계는 현실적으로 이행키 힘든 급진적 규제라며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그간 벌집계좌로 불리는 법인계좌로 인한 사기·횡령 등의 사건이 끊이지 않았다는 점에서 규제는 필요하다고 보지만, 강도가 매우 높아 대부분의 거래소가 문을 닫게 될 상황에 처해서다.

개정안대로면 대부분의 거래소는 당국의 신고 요건도 충족하지 못한다.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200여곳 중 은행으로부터 실명확인 계좌를 발급받아 이용하는 곳은 국내 4대 거래소인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4곳뿐이다. ISMS 인증을 취득한 거래소는 인증 의무대상인 국내 4대 거래소 외에 고팍스, 한빗코 뿐이다.

그동안 국내 4대 거래소를 제외하고는 은행의 판단에 따라 실명확인 가상계좌를 발급받지 못하면 거래소의 법인계좌로 입금받는 형태로 영업을 해왔다. 추후 이들은 미신고 거래소로 규정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기 때문에 사실상 폐업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아울러 가상화폐가 어떻게 이동했는지 송금자와 수취자의 정보를 모두 수집해야 하는 ‘여행 규정’도 현실적으로 이행키 어려운 정책이란 지적이 나온다.

거래소가 거래자들의 정보를 수집 및 보유하고 필요한 경우 감독당국에 관련 정보를 제공해야 하는데, 블록체인 기술이 가진 탈중앙화와 익명성 등 기술적 문제로 송금받는 사람의 신원을 알기 어려워서다.

수집해야 하는 정보 범위는 거래자의 이름과 주소뿐만 아니라 주민등록·사업자등록번호 같은 신원증명서도 포함된다.

가상화폐 업계 관계자는 “특금법 개정안에 따르면 국내 4대 거래소를 제외한 대부분의 거래소는 사실상 퇴출”이라며 “가상화폐 시장의 균형감 있는 위해선 거래소 규모에 따른 단계적 규제 적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가상화폐 거래소들로 구성된 한국블록체인협회는 이달 말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에서 FATF의 권고안이 과도하다는 내용의 입장문을 FATF 측에 전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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