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1-17 13:55 (일)
보험사도 등 돌리는 연금보험, 왜?
보험사도 등 돌리는 연금보험, 왜?
  • 문혜정 기자
  • 승인 2019.06.27 14:3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우리나라는 급격한 인구구조 변화, 공적연금 약화 등으로 노후소득보장에 대한 수요가 갈수록 증가하고 있지만 오히려 보험회사의 연금보험 신규판매는 2014년 이후 크게 감소하고 있다.

보험연구원은 ‘연금보험시장 부진의 원인과 과제’ 보고서에서 2014년부터 2018년까지 보험업권에서 판매 중인 연금보험 초회보험료를 조사하며 최근 4년간 68.5%나 보험료가 급감했다고 지적했다.

보험연구원은 “연금보험 신규판매 감소로 인한 초회보험료 축소와 기존 계약의 해지가 함께 증가하며 보험산업의 연금부문이 전반적으로 축소되고 있다”며 “공적연금의 보장성이 약화되며 공적연금을 보완하는 연금보험에 대한 니즈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보험시장에서 연금상품 공급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 팔수록 손해 나는 연금상품…판매 유인 떨어져

보험산업에서 연금부문이 축소된 결정적인 원인은 경영환경 변화에 따른 연금보험의 리스크 확대 및 수익성 악화로 보험회사가 의도적으로 연금상품 공급을 줄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4년간 변액연금 초회보험료는 49.4% 증가했지만 연금보험 중 비중이 가장 높은 생명보험의 일반연금은 75.2%나 감소했다. 연금보험의 신규판매 급감으로 전체 수입보험료 또한 2014년에서 2018년 사이 2.3% 감소했으며 특히 생명보험 일반연금은 30.5%나 떨어졌다.

보험회사가 연금상품을 적극적으로 팔지 않게 된 이유 중 하나는 2022년 도입 예정인 IFRS17에서 찾을 수 있다.

연금보험을 포함한 장기저축성보험은 IFRS17에서 매출로 인식되지 않으며 오히려 보험회사의 자본변동성을 확대시킬 것으로 예상돼 연금보험을 판매할 유인이 떨어진다.

IFRS17에서 보험상품의 저축부분은 매출로 인식되지 않아 부채만 증가하는 효과가 나타난다. 또한 부채평가시점의 가정을 이용해 부채를 시가 평가하기 때문에 확정금리형 및 높은 최저보증이율을 제공하는 저축성상품 비중이 높을 경우 자본변동성이 크게 확대될 수 있다.

결과적으로 생명보험회사들은 IFRS17에 대비해 연금보험과 같은 장기저축성보험 상품 비중을 축소하고 보장성보험과 변액보험 비중을 확대하고 있는 추세다.

향후 도입 예정인 신지급여력제도(K-ICS) 또한 연금보험 시장의 입지를 작게 만든다.

K-ICS는 리스크 측정 방식이 정교화돼 연금보험의 금리위험 부담이 커질 수 있고 장수위험이 새롭게 도입돼 연금보험에 대한 추가적인 요구자본 부담이 발생한다.

K-ICS가 시행되면 보험부채의 최대 잔존 만기를 제한하지 않고 실제 잔존 만기를 사용하게 된다이로 인해 만기가 긴 연금보험의 부채 듀레이션이 확대되면서 금리리스크에 따른 요구자본 부담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연금보험과 같은 장기저축성보험은 보험료의 대부분이 저축보험료이기 때문에 금리리스크 노출 정도가 보장성보험에 비해 크다. 또한 K-ICS에 장수위험, 해지위험, 사업비위험, 대재해위험, 자산집중위험이 신규로 추가되며 장수위험을 가진 대표적인 상품인 연금보험은 추가적인 요구자본 부담까지 발생하게 된다.

유럽에서도 ‘Solvency II’ 시행 이후 보험회사들이 금리리스크가 큰 장기저축성보험 상품 공급을 줄이고 변액보험과 같은 투자형 상품 및 하이브리드형 보장성 상품을 강화하고 있다. 나아가 연금부채를 타회사에 이전하거나 연금사업을 철수하는 사례도 나타난다.

보험연구원 김세중 연구위원은 “보자산운용으로 인한 투자수익을 확보하기 어렵고 계약자에게 약속한 이율을 지급해야 하는 연금상품의 수익성이 계속 낮아지고 있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보험회사들은 연금보험보다는 종신보험과 같은 보장성보험 판매를 강화하고 있으며, 연금보험 수요를 대체할 수 있는 하이브리드형 보장성보험 상품 공급을 확대하고 있는 실정이다”라고 말했다.

◆ 국민 노후소득과 연결된 문제, 대응책 마련돼야

업계 전문가들은 보험회사가 연금보험을 원활하게 공급하기 위해서는 최저보증이율 인하와 같은 전략적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고 변액연금 등 투자형 상품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연금상품의 금리리스크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금리확정형 상품의 판매를 축소하고 금리연동형 상품의 최저보증이율을 하향 조정할 필요가 있다.

또 새로운 국제회계제도 및 지급여력제도 아래에서 보험회사의 부담이 상대적으로 높지 않은 투자형 연금보험을 확대하고, 금융시장 환경이 좋을 경우 공시이율에 추가적인 수익을 제공하는 자산연계형 연금상품과 같은 하이브리드형 연금보험 개발이 필요하다,

보험연구원은 지급여력제도에서는 리스크 간 분산효과를 통해 요구자본을 경감해 주기 때문에 연금보험과 같은 저축성보험 비중이 높은 보험회사가 적극적인 상품 포트폴리오 관리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험회사가 판매하는 연금보험과 보장성보험은 리스크가 상반되기 때문에 적절한 포트폴리오를 유지할 경우 리스크 경감 효과를 통해 요구자본 부담을 낮출 수 있다. 실제 유럽 주요 보험그룹의 2017년 재무건전성 공시(SFCR)에 따르면 Solvency II 하에서 리스크 분산 효과를 통해 요구자본이 20~40% 정도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도 보험회사가 원활하게 연금보험 상품을 공급할 수 있는 제도 정비를 통해 소비자에게다양한 선택권을 제공하고 상품경쟁을 통해 소비자에게 유리한 상품이 공급되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

보험연구원 김세중 연구위원은 “보험회사가 다양한 연금상품을 제공하고 경쟁을 통해 연금시장을 효율화하는 것은 국가 전체의 노후소득 문제와도 연결된다”며 “금융당국은 리스크 관리를 위한 재보험 활용의 자율성을 강화하고 재보험과 동일한 위험전가 효과를 가지는 보험연계증권(ILS) 거래 등이 활용될 수 있도록 하는 등 연금보험을 판매하는 보험회사의 부담을 완화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