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금융권에선 사업 전반에 걸쳐 디지털 전환을 통해 비즈니스 혁신을 이루고자 하는 니즈가 증가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금융사 108곳 중 65.7%가 디지털 전환을 활발하게 추진하고 있다. 조사 대상 금융사들은 올해 총 164건의 디지털 전환 사업을 계획으로 잡고 총 5844억8000만원의 예산을 배정했다. 회사당 평균 82억3000만원을 책정한 셈이다. 이처럼 디지털 전환 사업에 막대한 투자 비용을 쏟아 붓는 이유는 업무 효율성을 높이거나 추후 사업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무턱대고 신사업팀을 꾸리거나, 구체적인 계획없이 투자 인수에 나섰다가는 기존 시스템과 맞지 않아 실패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금융사가 IT신기술을 좀 더 편하고 효율적으로 습득하고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주는 IT서비스 기업들의 B2B(기업 간 거래) 솔루션이 주목받고 있다.

<대한금융신문=문지현 기자> SI(시스템통합)업체로도 불리는 IT서비스 기업들은 당초 그룹 계열사들의 시스템 구축 및 유지보수를 맡는 역할을 맡기 위해 탄생했다. 하지만 최근 이들은 4차 산업혁명시대에 필요한 미래 기술 개발의 선봉장 역할을 자처하며 ‘대외사업 확대’를 화두로 삼고 있다. 금융권을 포함한 전 산업분야에 디지털 바람이 거세지면서다.

IT서비스 기업들은 그룹 전체의 IT 활용 전략을 수립하고 주도한 경험을 바탕으로 기업의 디지털 전환 과정에서 나타나는 어려움과 문제점, 대안에 초점을 둬 B2B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삼성SDS “고객 입장에서 혁신방향 고민”

IT서비스 중 최초로 ‘10조 클럽’을 달성한 삼성SDS는 클라우드, 인공지능·분석(AI·Analytics), 블록체인 등 사업에 초점을 두고 이를 뒷받침할 플랫폼과 차별화된 기술을 기반으로 기업의 디지털 전환을 지원하고 있다.

삼성SDS는 여러 클라우드 서비스를 단일 창구에서 운영 및 관리하고 데이터를 자유롭게 옮길 수 있는 ‘글로벌원뷰’ 플랫폼을 구축했다. 이 플랫폼은 인공지능으로 클라우드 자원 사용 패턴과 기업 요구사항을 분석해 비용을 가장 많게 절감할 수 있는 방안을 추천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특징이다.

삼성SDS는 동형암호, 화이트박스암호 등의 암호화 기술을 앞세워 클라우드 보안 서비스도 강화하고 있다. 이를 위해 △들어오지 못하게 △나가지 못하게 △나가도 쓸모없게 라는 3대 보안 원칙을 세웠다.

삼성SDS는 먼저 클라우드 보안관제 서비스로 사이버공격이 ‘들어오지 못하게’ 방어한다. 삼성SDS가 축적한 보안 위협정보에 AI기술을 적용해 사이버 공격을 자동으로 탐지 및 분석하고 공격을 차단하는 방식이다.

또 화이트박스암호기술과 동형암호기술을 적용해 데이터가 외부로 ‘나가지 못하게’하며 정보가 해킹돼 ‘나가도 쓸모없게’ 만드는 솔루션도 보유하고 있다. 기존 알고리즘은 열쇠가 필요한 금고의 개념이라면 화이트박스암호는 생체인증이 필요한 금고의 개념이다. 이 기술은 이미 상용화돼 여러 고객사에서 사용 중이다.

암호화된 데이터를 복호화 없이 그대로 분석해 개인정보 등 민감한 데이터 유출을 막을 수 있는 동형암호 기반 분석 기술도 상용화를 위해 연구 중이다.

기밀성이 있다는 점에서 동형암호기술과 비슷한 블록체인으로 다양한 융복합 솔루션을 제공해주는 기업용 블록체인 사업도 대폭 확대하고 있다. 기업이 블록체인 플랫폼을 이용해 여러 업종간 융복합 서비스를 만들고, 쉽고 빠르게 개발 및 관리할 수 있도록 다양한 네트워크와 연계하고 클라우드 기반으로 제공한다.

삼성SDS는 적용 사례로 지난달 18일 블록체인을 활용해 별도의 앱 없이 간단한 정보 입력만으로 진행할 수 있는 보험금 자동청구 서비스를 공개했다.

이 서비스는 병원에서 손해보험사에 민감한 개인정보를 암호화해 안전하게 전달하는 한편, 보험사 입장에서는 자동화된 블록체인 프로세스를 통해 불필요한 문서 작업을 줄일 수 있다. 고객들은 복잡한 보험 청구 절차 없이 스마트폰으로 몇 가지 정보만 입력하면 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삼성SDS는 저비용으로 손쉽게 블록체인 시스템 구성과 앱을 개발할 수 있도록 자체 개발한 넥스레저 유니버셜도 글로벌 클라우드 마켓플레이스에서 제공할 방침이다.

여기서 나아가 블록체인 서비스 개발과 테스트까지 가능한 해당 플랫폼 테스트넷을 클라우드에서 무상으로 제공할 계획이다. 넥스레저 유니버셜은 삼성SDS의 기업용 블록체인 플랫폼으로 기존 버전인 ‘넥스레저’보다 처리속도와 보안을 보다 끌어올렸으며 하이퍼레저, 이더리움을 지원한다.

LG CNS “디지털 전환, 거스를 수 없는 대세”

지난 2016년부터 매년 고객사 대상 테크데이를 열고 있는 LG CNS도 기업의 디지털 전환을 적극 돕고 있다. LG CNS는 디지털 전환의 4대 핵심기술(클라우드,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로봇 프로세스 자동화(RPA), 블록체인)에 중점을 두고 공공기관, 은행, 카드사, 증권사 등 고객사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LG CNS는 최근 기업들의 클라우드를 관리하고 컨설팅까지 해주는 ‘클라우드엑스퍼(CloudXper)’를 정식 출시했다. 외부 고객사를 확보하기 위해 우선 LG그룹 계열사들의 전산망 대부분을 클라우드로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클라우드엑스퍼는 아마존웹서비스(AWS), 구글 등 글로벌 클라우드 제공 등 특정 단일 사업자에 종속되지 않고 고객사의 비즈니스 특성을 고려해 최적화된 ‘멀티 클라우드’를 지원한다. 사용량에 따른 비용분석과 예산관리를 통해 비용 절감효과를 가져다줄 뿐 아니라 기업의 클라우드 사용 현황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맞춤형 대시보드도 제공한다.

LG CNS는 클라우드엑스퍼 개발을 위해 캐나다의 클라우드 관리 솔루션 전문기업인 엠보틱스와 손을 잡았다. 클라우드엑스퍼는 해당 분야에서 글로벌 선도기업으로 꼽히는 엠보틱스의 핵심기술을 기반으로 국내 기업 환경에 최적화 한 플랫폼이다.

클라우드 기반으로 AI를 학습시키고 모델을 생성하는 AI빅데이터 플랫폼 ‘디에이피(DAP) 2.0’도 최근 공개했다. LG CNS가 지난 2017년 출시한 ‘디에이피 1.0’이 빅데이터 분석에 중점을 뒀다면 ‘디에이피 2.0’은 머신러닝·딥러닝 기반의 AI 분석 기능을 확대한 업그레이드 버전이다.

디에이피2.0은 AI 개발환경 구축, 기업 빅데이터 분석 서비스, 제조공정 불량검사, 챗봇 서비스, 음성인식, 자연어이해, 시각지능 등 기능을 수행하는 플랫폼이다. 실제 LG CNS는 테크데이를 통해 디에이피2.0을 이용한 AI 시각지능 기반 불량검사, AI 기반 카드사 이상거래탐지, 보험사 부당청구 파악 서비스 사례를 소개했다.

블록체인 부문에선 지난해 5월 출시한 블록체인 플랫폼 ‘모나체인(Monachain)’을 이용해 사업 영토를 넓히고 있다. 모나체인은 공공, 금융, 통신, 제조 등 모든 산업영역에서 적용 가능한 기업용 블록체인 플랫폼이다.

대표적으로 △지자체나 대학교 등과 연계한 지역화폐 서비스 △지문 등 생체정보를 통한 모바일 디지털 신분증 △중요 문서의 작성, 전송, 폐기 등 위변조 없는 문서 이력관리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LG CNS는 토큰 이코노미와 결합해 전자상거래, 결제·송금 등 소비자와 맞닿아 있는 블록체인 시장까지 공략하고 있다.

마곡 LG사이언스파크 내에서 직원 대상 ‘커뮤니티 화폐’라는 시범서비스 개시했으며, 지난해 6월에는 한국조폐공사 블록체인 플랫폼 구축사업을 수주했다.

아울러 커뮤니티 화폐의 확장을 위해 KB국민은행과 업무 제휴를 진행했다. 커뮤니티 화폐는 블록체인 기술을 신분증에 활용하는 것뿐 아니라 은행과 연계해 선불전자지급으로 활용할 수 있게 하는 것으로 오는 8월 정식 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SK C&C “디지털 혁신 리딩 기업 도약할 것”

산업 간 융복합 디지털 혁신 사례를 만들고 있는 SK C&C도 클라우드를 필두로 디지털 전환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SK C&C는 클라우드 서비스 ‘클라우드 제트(Cloud Z)’를 통해 혼합형 클라우드인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하이브리드 클라우드를 애플리케이션 단계까지 확장해 사용할 수 있는 컨테이너 서비스인 ‘클라우드 제트 서비스 플랫폼’을 내놨다.

SK C&C의 클라우드 제트는 지난 2016년 서비스 개시 이후 제조·게임·IT·교육·자동차·스포츠 등 다양한 산업군의 고객을 확보하며 서비스형 플랫폼(PaaS)와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서비스 확산을 주도하고 있다.

고객사는 클라우드 제트 서비스 플랫폼만 갖추면 원하는 모든 클라우드 서비스를 종류에 관계없이 언제든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게 된다.

또 SK C&C의 AI인 에이브릴(Aibril)로 헬스케어·바이오·금융 등 산업군에서 다양한 사례를 만들어 내고 있다. 최근엔 AIA생명과 빅데이터 기반 개인 건강관리 서비스인 ‘AIA 바이탈리티 X T건강걷기 서비스’를 만들었다.

지난 4월부턴 에이브릴 기반의 챗봇 솔루션 ‘에이아이에스(AIS, Aibril Intelligent Studio)’를 개발하고 대기업용 챗봇 시장 공략에 나섰다. 에이아이에스는 기업들이 보유한 방대한 데이터를 수집·분석·학습해 기업의 다양한 업무 지원 역할을 수행하는 방식으로 로봇처리 자동화 작업을 돕는다. 

에이아이에스의 가장 큰 특징은 기업들의 기존 시스템 데이터와 연동해 서비스별 질문군을 자동으로 분류한다는 점이다. 이를 통하면 1년 이상 걸리는 데이터 분석 및 질문의 분리·정제 등의 단순 반복 작업에 걸리는 시간을 절반 이상 줄일 수 있다.

빅데이터 분석 플랫폼 ‘아큐인사이트 플러스(AccuInsight+)’를 활용해 산업별 빅데이터 서비스 발굴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아큐인사이트 플러스의 가장 큰 특징은 코딩을 몰라도 사용자의 필요나 데이터 확보량에 따라 머신러닝과 딥러닝을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또 데이터를 쉽게 검색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인데, 이를 통해 방대한 비정형 데이터를 보유한 제조 산업에 특히 유용하다.

SK C&C는 지난달 4일 분산경제포럼 행사를 통해 블록체인 플랫폼 ‘체인제트(ChainZ)’를 선보이기도 했다. 이를 기반으로 은행·보험·증권 등을 대상으로 회사별 맞춤형 블록체인 서비스 모델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세계적인 블록체인 리딩 기업 컨센시스(ConsenSys)와 협력해 국내 기업들이 블록체인 킬러 서비스를 쉽고 빠르게 개발할 수 있는 엔터프라이즈 블록체인 생태계 조성에도 앞장설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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