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진 IBK기업은행장(왼쪽)과 진옥동 신한은행장
김도진 IBK기업은행장(왼쪽)과 진옥동 신한은행장

<대한금융신문=김승호 편집위원> 번갯불에 콩 구워먹듯이 순식간에 결정해서 만나는 것을 흔히 ‘번개’라고 말한다. ‘번개 모임’을 줄여서 이르는 말인데, 사전에 약속을 정해 만나는 모임에 익숙한 현대인에게 의외성과 즉흥성이 가져다주는 재미가 있어 자주 애용하는 만남의 방법이다. 

이런 번개를 은행장들도 자주 갖는다고 한다. 형식과 틀에 얽매이지 않고 직원들과 소통하기 위한 방법으로 말이다.

IBK기업은행의 김도진 행장이 대표적인 경우다. 김 행장은 지난 2017년 취임 첫해부터 직원들과 번개를 해왔는데, 약속이 없는 평일 오전, 은행 내 인트라넷에 즉석 만남을 제안하면 선착순으로 자리를 같이하고 싶은 직원들이 신청 하는 형식으로 진행된다고 한다.

이후 이 모임의 이름은 ‘번개의 신’으로 정해졌으며 장소는 을지로 3가에 있는 노포 ‘전주집’이라고 한다. 번개모임이 있을 때마다 찾는 집이니 김 행장의 단골집이라 할 수 있겠다. 대화를 나누기 위한 모임인 만큼 모임의 주제도 그때그때 다르게 정해진다고 한다.

지난 3월 취임한 진옥동 신한은행장도 ‘번개 모임’을 선호하는 CEO 대열에 합류했다. 김도진 은행장과 달리 진 행장은 진짜 하늘에서 치는 번개처럼 모임을 갖는 것이 특징이다. 업무를 마치는 6시를 전후해 영업점을 방문, 같이 저녁식사를 하는 형태로 번개를 갖는다는 것. 

영업점 직원과의 소통은 깜짝 방문 형태라면 본점 직원들과는 일주일에 1~2번 정도 점심 식사를 하는데, 여기서도 깜짝 이벤트가 진행된다. 점심시간에 로비에 있는 직원들을 무작위로 붙잡고 점심 식사를 제안한다는 것.

이처럼 두 은행장은 같은 듯 다른 번개모임 애호자들이다. 방식은 차이가 있지만 직원들의 이야기를 직접 듣는다는 점에서 두 은행장은 동일한 목표를 달성했다고 볼 수 있다. 게다가 번개 모임이므로 미리 준비한 정리된 이야기가 아닌, 거칠지만 날 것 그대로의 이야기, 즉 평소에 생각하고 있던 이야기를 듣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은행장들이 직원들의 이야기에 관심을 두는 것은 말 그대로 ‘소통’을 통한 리더십을 펼치기 위해서다. 다양성이 최고의 미덕으로 존중받는 사회인만큼 직접 나서서 다양성을 확인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미리 일정을 정하는 간담회 등도 의견을 청취할 수 있는 좋은 장치이지만 이야기가 미리 걸러질 수 있으므로 효과는 번개모임보다 반감된다고 볼 수 있다. 날 것 그대로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답변이 곤란하거나 의사결정이 쉽지 않은 이야기를 듣게 된다는 리스크가 존재하지만 리스크를 취한 만큼 직원들의 CEO에 대한 만족도는 높아지게 된다.

특히 대부분의 민원성 이야기는 성실하게 들어주는 행위 자체에서 해결된다는 점에서 경청은 훌륭한 민원 해결책이기도 하다.

또한 번개가 지닌 즉흥성과 의외성은 CEO의 고답적인 이미지를 지우고, 실용성을 강조하는 인상을 남기게 된다. 틀거리를 걷어낸 만큼 리더의 긍정적 인상을 강화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두 행장의 이색적인 소통행보가 은행가에 이목을 집중시킬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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