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환경단체, 시민단체 강한 반발에도 석탄투자ing
그린본드 발행·친환경기업 우대 제도까지 ‘의미 퇴색’

6월 31일 저녁 여의도에 위치한 수출입은행 본점 건물전경. 이날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가 수출입은행의 해외 석탄 투자 중단을 요구하는 시위 과정에서 투사한 레이저빔으로 인해 수출입은행 건물에 ‘해외 석탄투자 멈춰라’ 는 메시지가 새겨져있다.(사진=그린피스 서울사무소)
6월 31일 저녁 여의도에 위치한 수출입은행 본점 건물전경. 이날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가 수출입은행의 해외 석탄 투자 중단을 요구하는 시위 과정에서 투사한 레이저빔으로 인해 수출입은행 건물에 ‘해외 석탄투자 멈춰라’ 는 메시지가 새겨져있다.(사진=그린피스 서울사무소)

<대한금융신문=안소윤 기자> 수출입은행이 은행권에 불어든 ‘녹색금융(환경, 에너지 등과 관련된 금융활동을 통합적으로 일컫는 말)’ 바람에 맞춰 녹색 경제성장을 위한 행보를 펼치는 한편, 기후변화와 미세먼지 주범인 석탄발전 사업에 대한 투자를 지속하고 있어 이중적 면모에 대한 지적이 끊이질 않고 있다.

2일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에 따르면 한국의 해외 석탄 공적금융 지원 규모는 전세계 2위로, 지난 10년간 총 7개국의 석탄발전소 건설에 11조원을 투자했으며 이 중 수출입은행은 53%에 달하는 6조1788억원을 지원했다. 이어 무역보험공사(5조1698억원), 산업은행(3356억원) 순을 보였다.

그린피스 관계자는 “수은이 금융지원한 인도네시아 찌레본 발전소는 해외 석탄 투자가 일으키는 불공정한 문제들의 결정판”이라며 “근방 주민들은 생계 위협과 대기오염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석탄발전소는 환경적, 경제적으로 더는 인류와 공존할 수 없는 산업”이라며 “수은의 투자는 석탄발전소가 들어서는 지역에 파괴적인 환경 오염 및 건강 피해를 유발할 뿐만 아니라, 석탄발전 산업에 만연한 비리 문제에도 자유롭지 못하다”고 비판했다.

그린피스는 수은에 해외 석탄 투자 중단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그린피스는 지난달 31일 저녁 여의도에 위치한 수은 본점 건물에 레이저빔을 투사해 ‘해외석탄발전소 투자 중단하라’, ‘미세먼지 발전소도 돈만 되면 수출하나요?’ 등의 메시지를 새겼다.

국제환경단체와 시민단체의 반발에도 수은의 해외 석탄 투자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수은은 올해 초 두산중공업이 수주한 인도네시아 자와 9, 10호기 석탄발전소에 투자 의향을 밝힌 바 있다.

이 같은 행보는 친환경 산업 독려를 위해 추진 중인 수은의 ‘녹색금융’ 비전에 반한다는 점에서 더욱 큰 아쉬움을 남긴다.

먼저 수은은 아시아 최초 ‘그린본드’ 발행이라는 기록을 갖고 있다. 그린본드는 환경개선, 신재생에너지, 청정운송 등 친환경 사업에 사용하기로 약속하는 특수목적채권을 말한다.

그린본드 발행을 위해서는 노르웨이 국제 환경연구센터(CICERO)의 인증이 필요하다. 수은은 지난 2013년 해당 인증을 획득했고, 그해 아시아 최초로 5억달러 규모의 그린본드를 발행했다. 지난해 3월에는 대만 포모사본드 시장에서 한국물 최초로 4억달러 규모의 그린본드 발행을 성공하기도 했다.

또 수은은 지난해 4월 한국환경산업기술원과 ‘친환경기업 금융지원 및 기업의 환경경영 확산 업무협약’을 맺고 수출·수입·해외사업 등 모든 대출상품에 대해 친환경 중소·중견기업의 환경성 평가등급에 따른 우대금리도 지원하고 있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환경에 대한 전 세계적 관심이 경제 분야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자리매김하면서 은행권에도 친환경 기조에 동참할 수 있는 ‘녹색금융’ 움직임이 활발하게 펼쳐지고 있다. 수출입은행도 이와 관련해 비중 있고 다양한 행보를 펼치고 있으나, 환경문제의 쟁점으로 떠오른 ‘석탄투자’에 맞물려 의미가 퇴색되고 있어 아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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