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과거 ‘낙인효과’에 마케팅 중단 요구
금융취약계층, 무이자대출 선택기회 사라져

금융권이 부정적인 여론에 부딪혀 무이자대출 마케팅을 선보이지 못하고 있다.
금융권이 과거 불거진 문제에서 비롯된 부정적인 여론에 부딪혀 무이자대출 마케팅을 선보이지 못하고 있다.

<대한금융신문=하영인 기자> 무이자대출 마케팅이 부정적인 여론 형성과 금융당국의 관여로 좀처럼 활기를 띠지 못하고 있다. 문제를 바로 잡는 방향이 아닌 악용될 수 있다는 염려에서 나온 조치 때문에 오히려 소비자의 선택 폭을 축소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3월 페퍼저축은행이 모바일 앱 출시를 기념하며 선보인 전용 대출상품 ‘페퍼루300’의 50일간 무이자 혜택이 2개월 만에 돌연 자취를 감췄다.

페퍼루300은 무이자 기간 이후 신용등급 1등급부터 5등급에 따라 7.1~8.0% 이율이 적용됐다. 건강보험에 가입한 만 19세 이상 직장인이면 300만원 한도로 돈을 빌려주는 상품이다.

이 상품은 일정 수준 이상 신용상태를 갖춘 대출자만 이용 가능하고 금리도 시중은행의 중금리대출 수준으로 낮아 무이자대출 마케팅이 사라진 지금도 판매되고 있다.

페퍼저축은행 측은 “모바일 앱 전용 대출상품인 만큼 비대면 방식으로 비용을 절감하고 이를 고객 혜택으로 되돌려준다는 차원에서 무이자대출 마케팅을 진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금융당국은 해당 마케팅을 중단하라고 권고했다. 상품에 문제가 없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무이자대출 마케팅이 활성화되면 필요 이상으로 빚을 지게 만드는 사회 분위기가 조성되거나 변형된 무이자대출 마케팅이 속출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는 과거 불거진 사태에서 초래된 우려다. 지난 2016년 일부 저축은행과 대부업체는 무이자 30일 마케팅을 벌인 바 있다. 차주들은 신용점수가 크게 하락했고 무이자 기간 내 돈을 갚지 못한 이들은 당시 법정최고금리인 27.9% 수준의 고금리를 부담하는 등 곤욕을 치렀다.

또다시 이러한 사태가 빚어질까 무이자대출 마케팅을 우려하는 여론도 확산됐다. 여기에 제2금융권에서 대출받을 시 신용등급이 몇 등급 정도는 낮아질 거라는 인식까지 보태졌다.

그러나 금융당국은 이미 지난 1월 14일부터 저축은행에서 대출을 이용했다는 사실만으로 신용점수가 떨어지지 않도록 금융업권이 아닌 대출금리 반영비율을 높이도록 개선한 상태다. 지난달 25일부터는 2금융권 전체로 확대 시행하고 있다.

무이자대출 마케팅이 또다시 자취를 감추자 일각에서는 급전이 필요한 금융취약계층 대출자들이 활용할 수 있는 상품의 선택 기회가 사라졌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토로하고 있다. 저축은행과 대부업을 주로 이용하는 대출자들은 5~10등급 저신용자가 대다수다.

과거의 그릇된 사례 때문에 소비자들이 잘만 활용하면 충분히 누릴 수 있는 혜택까지 침해해서는 안 된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대출금액, 금리, 차주의 신용등급 기준 등에 제한을 둬야지 무조건 지양하는 게 능사는 아니라는 견해다.

페퍼저축은행 관계자는 “당국 관계자로부터 상품에는 문제가 없지만, 이로 인한 부정적인 여론과 혹여나 시장에 미칠 수 있는 악영향 탓에 상품 내용을 바꾸는 게 어떻겠냐는 권고를 받은 것은 사실”이라며 말을 아꼈다.

금감원 관계자는 “페퍼저축은행의 상품 변경은 언론에서 선제적으로 걱정한 측면이 컸다”며 “좋은 상품이고 저축은행이 무이자대출상품을 판매해도 된다. 다만 대출 피해를 우려하는 시선이 아직은 더 컸고 시기상조로 여겨져 권고하게 됐다. 저축은행이 자발적으로 무이자대출 마케팅을 중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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