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시대적 산물 vs 사복이 더 불편…찬반 팽팽
KB·신한 ‘폐지’, 우리·NH ‘유지’, IBK ‘고심 중’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대한금융신문=안소윤 기자> 일부 은행들이 최근 수평적이고 유연한 기업문화 조성을 위해 ‘유니폼 폐지’를 추진한 가운데 직원들 사이에서 상반된 반응이 흘러나오고 있다.

성·직급 차별에서 벗어나게 됐다며 반기는 이들이 있는 한편, 일각에선 비즈니스룩을 기본으로 하는 사복 규정은 오히려 캐주얼룩의 유니폼보다 활동하기 불편한 데다 피복비 부담까지 키운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3일 은행권에 따르면 IBK기업은행은 현재 유니폼 폐지를 검토 중이다.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유니폼 폐지 찬반 의견을 확인하는 설문 조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임직원 의견에 따라 유니폼 폐지 또는 유지(개선) 방향을 결정할 계획이다.

은행권에서 가장 먼저 ‘탈(脫) 유니폼’을 선언한 곳은 KB국민은행이다. 국민은행은 지난해 9월 노사 협의를 거쳐 유니폼 지급을 중단, 직원들이 기존에 지급된 유니폼과 사복 중 선택해 입을 수 있도록 했다. 지난 5월부터는 복장 규정에서 유니폼을 전면 폐지했고 모든 직원이 사복을 입도록 했다.

또 KDB산업은행은 지난해 11월 텔러 직원 550여명의 유니폼 의무 규정을 없앴고, 신한은행의 경우 지난달 3일부터 전 직원의 사복 착용을 시행했다.

국민은행과 산업은행, 신한은행 등은 유니폼 폐지 이유에 대해 복장 규정 완화로 근무 만족도를 높이면 장기적으로 업무 효율성이 개선되리라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근본적인 움직임은 유니폼에서 비롯된 성·직급 차별 논란에서 시작됐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은행권 유니폼은 대체로 하위 직급 직원과 여성 직원들 위주로 도입됐다. 그렇다 보니 유니폼을 입은 직원과 그렇지 않은 직원에 대한 상사, 고객의 차별은 업권 내 고질적 문제로 제기돼왔다.

유니폼이 폐지된 한 은행 소속 행원은 “유니폼은 입는 이에게 소속감과 전문성을 심어주지만, 한편으론 차별의 상징이기도 했다”며 “유니폼을 착용했다는 이유로 직급을 낮게 보고, 유니폼을 입지 않은 남직원으로 상담순서를 바꿔 달라고 하거나 공격적으로 대하는 고객들이 종종 있었다”고 말했다.

다만 은행권에 불어든 유니폼 폐지 바람을 직원 모두가 반기는 것은 아니다. 활동성 높게 바뀐 디자인과 피복비 부담 감소 등 유니폼 자체에 대한 장점을 높이 평가하는 이들의 비중은 유니폼 폐지를 찬성하는 이들과 비교해 크게 차이 나지 않는다.

국민은행이 유니폼 폐지에 앞서 벌인 설문 조사에선 찬성이 53%, 반대가 47%로 접전을 벌였고, 우리은행과 NH농협은행의 경우 설문 조사 결과 반대 의견이 많아 유니폼 제도를 그대로 유지했다.

유니폼 폐지에 반대 의사를 밝힌 한 행원은 “유니폼 제도로 인해 파생되는 문제점이 분명 있긴 하지만, 장점이 더 많은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 행원은 “빡빡한 핏의 블라우스에 저렴한 소재를 고집했던 과거와 달리 요즘 유니폼은 피케셔츠 디자인, 좋은 소재 등 활동성에 중점을 두고 제작돼 편하다. ‘비즈니스 캐주얼’이라곤 하지만 블라우스 및 정장 셔츠 등을 기본으로 하는 자율복장이 오히려 업무 보는 데 불편하다”며 “고객을 매일 대면하는 서비스직인 만큼 투자해야 하는 피복비도 큰 부담”이라고 설명했다.

직원들의 상반된 반응에 일각에선 유니폼 제도 ‘폐지’가 아니라 선택권을 주는 ‘자율화’가 낫지 않겠느냐는 의견도 나오지만, 은행 본사 측은 이를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유니폼 제도와 관련해 문제가 발생한 부분은 ‘일부’만 입어서 생긴 것인데 유니폼 찬반 비율만 생각해서 자율화로 바꾸면 근본적으로 해결되는 게 없다”며 “유니폼을 아예 폐지한 것은 기껏 시도한 변화의 의미가 퇴색되지 않으면서, 수평적이고 창의적인 문화를 조성할 수 있도록 결정 내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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