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 인터넷은행 이용 제약 해소로 경쟁 가열
‘잠재 고객→주거래 고객’ 전환유도 마케팅 박차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대한금융신문=안소윤 기자> 시중은행들이 포화상태인 소매(리테일)금융 시장에서 성장동력을 잃지 않기 위해 미래 잠재고객으로 인식되는 미성년 고객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다. 차별화와 편리성을 무기로 한 신규 경쟁자 등장까지 앞두고 있어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질 전망이다.

4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중으로 은행을 가지 않고도 미성년자의 계좌를 개설할 수 있게 된다. 금융위원회는 핀테크 활성화에 걸림돌이 되는 규제혁신 건의과제 검토 결과, 미성년자와 법인 등으로 비대면 계좌개설 허용 범위를 확대해달라는 업계 건의를 수용했다.

기존에는 미성년자 및 법인인 경우 대리인의 비대면 실명확인이 허용되지 않아 비대면 계좌개설 등에 제약이 있었다. 금융위는 인터넷전문은행 등장, 블록체인 등 신기술 및 보안발달 등 환경변화를 고려해 비대면 계좌개설 가능 범위를 확대하기로 했다.

이번 금융당국 결정의 가장 큰 수혜자는 인터넷은행으로 볼 수 있다. 인터넷은행은 비대면 영업을 원칙으로 하는 특성상, 비대면 실명인증이 불가능한 고객에 대해 영업을 할 수 없었다.

인터넷은행의 계좌개설 가능 연령은 만 17세 이상이지만 비대면 실명인증의 필수요건인 주민등록증, 운전면허증 등을 소유한 이를 대상으로 해 사실상 미성년자는 항상 고객 범주에서 제외됐다.

미성년자의 인터넷은행 이용 제약 해소에 시중은행의 움직임이 덩달아 분주한 모습이다. 모바일에 익숙한 미성년자 고객층을 인터넷은행에 빼앗길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은행들은 먼저 주택청약종합저축에 대한 마케팅 공세를 펼치고 있다. 주택청약 만기가 없고 장기간 가입할수록 청약 순위에 유리해 미성년자 고객 가입률이 높은 상품 중 하나로 꼽힌다. 인터넷은행이 주택청약을 다루지 않는다는 점에서도 유리한 전략이다.

NH농협은행은 지난 5월 ‘개구쟁이 스머프’ 캐릭터로 디자인한 주택청약 통장을 새롭게 선보였으며, 다양한 경품을 증정하는 주택청약 가입이벤트를 이달 26일까지 진행한다.

우리은행도 지난달 ‘핑크퐁과 아기상어’ 캐릭터를 반영한 주택청약 통장을 출시했다. 우리은행은 2013년 1월 1일 이후 출생한 고객이 주택청약 가입 시 금융바우처 1만원권도 지급한다.

KEB하나은행의 경우 오는 8월 31일까지 ‘토스(Toss)’를 통해 주택청약을 가입한 고객을 대상으로 1만원 상당의 토스머니를 지급한다.

미성년자 고객에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 보수적인 이미지에서 탈피하기 위한 작업도 한창이다. 대세 아이돌 그룹을 앞다퉈 광고모델에 발탁하는가 하면, 대표적 청소년 여가문화 산업인 ‘e-스포츠’의 스폰서로 활동하고 관련 특화 상품을 쏟아 낸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미성년자 고객은 수익성 면에서 당장 도움 되진 않지만, 미성년 시절의 저축 습관 및 금융기관에 대한 인식이 성인이 된 후 금융기관 선택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판단 아래 중요 고객군으로 여겨진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안 그래도 치열한 고객 유치 시장에 인터넷은행까지 뛰어들게 되면서 경쟁이 더욱 뜨거워질 것으로 보인다”며 “미성년자 고객에게 거부감 없이 접근하고, 장기적으로 주거래 고객으로 전환할 수 있는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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