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銀, 핀테크에 오픈API 열어줘 금융변화 선제 대응
인터넷銀, 잔액·거래내역 조회 및 이체 등 API 제작 중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20일 금융결제원, 금융보안원과 함께 오픈뱅킹 이용기관들을 대상으로 오픈뱅킹 진행 현황 및 향후 일정을 안내하는 오픈뱅킹 설명회를 개최했다.
금융위원회는 오는 10월 오픈뱅킹 시범시행을 앞두고 지난달 20일 금융결제원, 금융보안원과 함께 오픈뱅킹 진행 현황 및 향후 일정을 안내하는 설명회를 개최했다.

<대한금융신문=문지현 기자> 인터넷전문은행을 포함한 은행권이 오는 10월 오픈뱅킹 시범 시행을 앞두고 분주하다. 업계에선 오픈뱅킹이 정착되면 기존 금융권이 핀테크 기업과 협업 혹은 경쟁하며 차별성 있는 서비스가 등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오픈뱅킹은 조회, 이체 등 핵심 금융서비스를 표준화된 오픈 API형태로 제공하는 은행권 공동 개방형 인프라다. 핀테크 기업과 은행이 개별 제휴 없이도 핀테크 서비스를 원활히 제공할 수 있게 하자는 취지로, 오픈뱅킹이 시행되면 A은행 앱에서 B은행의 계좌·거래내역 조회, 이체 등까지 가능해진다.

유럽연합(EU)은 이미 개정지급결제서비스지침(PSD2)을 통해 전 은행권을 대상으로, 영국은 9개 은행을 대상으로 한 오픈 API 도입을 의무화해 시행 중이다. 미국은 오픈뱅킹이 의무화 되지 않았지만 금융권에서 자발적으로 오픈API를 통해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API는 서로 다른 프로그램 사이 통신 매개체로 외부업체는 이를 이용해 새로운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오픈뱅킹 운영기업인 금융결제원은 지난달 18일 오픈뱅킹 공동업무 시스템 구축을 위한 사업자 입찰공고를 내고 시스템 구축에 착수했다. 은행권 시범 도입 예정인 10월 말 이전까지 일부 기능을 개발하고 정식 시행인 12월 말까지 시스템 구축을 완료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주요 시중은행들은 협력을 성장 전략으로 선택하고 각 사의 API를 핀테크 기업에 제공하고 있다. 자사의 대출, 계좌 등의 정보가 담긴 API를 핀테크 기업에 제공해 새로운 서비스 발굴, 은행들의 모바일뱅킹 앱에 올리려는 계획이다.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는 잔액·거래내역 조회, 이체 등 내외부적으로 여러 API를 개발하고 금융결제원 시스템과 연동 테스트 작업에 한창이다. 오픈뱅킹 API 제공기관이 현행 16개 일반은행에서 인터넷전문은행까지 확대됐기 때문이다.

오픈뱅킹이 시행되면 은행들은 핀테크 기업과 협력하는 체제, 영업 점포가 없는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는 핀테크 기업과 동일선상에서 경쟁하는 구도가 그려질 것으로 전망된다.

당초 은행권은 오픈뱅킹 정책이 시행되기 전에도 전 단계인 '은행권 공동 오픈플랫폼'을 통해 중소 핀테크 기업에 API를 제공해왔다. 아울러 4대 시중은행과 농협은행은 자체 오픈API 플랫폼을 구축해 100~300여개의 API를 열어줘 핀테크 기업이 자사 서비스를 활용할 수 있도록 길을 터줬다.

반면 인터넷전문은행은 일반은행에 비해 핀테크 기업과의 접점이 미미했다. 점포 없는 원앱 체제로 핀테크 기업과 특성이 비슷한 탓에 계좌 연동까지는 가능해도 다른 핵심업무 관련 API를 쉽사리 열어줄 수 없었다.

공인인증서를 사용하지 않는 카카오뱅크의 경우 자사 서비스를 타 앱에 탑재하려면 개별사와 제휴를 맺고 API를 개발하는 방법밖엔 없는데 현재 간편송금 업체 토스, 카카오페이 등의 일부 업체만 연동하고 있다.

기존 은행과는 다른 방식으로 운영돼 핀테크 기업들이 주로 사용하는 스크래핑 기술로 정보를 끌어오는 것조차 불가능하다. 뱅크샐러드와 같은 자산관리 앱에서 카카오뱅크 계좌 연동을 할 수 없는 이유다.  

케이뱅크는 지난해 말부터 펌뱅킹 시스템을 구축하고 주요 핀테크 기업과 제휴해 계좌 연동을 하고 있다. 펌뱅킹은 기업과 은행 망을 연결해 온라인으로 실시간 자동이체 등 은행 업무를 처리할 수 있게 하는 법인용 금융 시스템이다.

최근 케이뱅크 앱을 다운받지 않아도 네이버페이에서 계좌개설이 가능한 ‘케네통장'을 내놓았는데, 이는 출범 이후 오픈API를 활용한 첫 사례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시중은행들은 이미 스스로 핀테크 기업에 빗장을 열어주면서 오픈뱅킹 시행 후 크게 변화될 금융 생태계에 대비하고 있다”라며 “인터넷전문은행의 경우 이들만 할 수 있는 특화 서비스를 내놓는 등 핀테크 기업과의 비교 가능성이 점차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핀테크 경쟁이 계속 치열해지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은행권도 오픈뱅킹을 기회로 삼아 실용적인 핀테크 서비스를 개발해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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