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평의 동진으로 균열 시작되자 전남의 청산녹수도 출사표
서울 쌀로 술 빚는 양조장까지 등장, 전통주시장 활기 일어

전남 장성에 위치한 청산녹수가 서울 등 대도시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개발한 프리미엄 막걸리 ‘편백숲 산소막걸리’ 시리즈. 왼쪽부터 일반형인 ‘산소막걸리’, 감미료 무첨가 버전인 ‘산소막걸리 순수령’ 5.8도, ‘산소막걸리 순수령’ 8도, 최근 각광받고 있는 스파클링 버전인 ‘산소 스파클링’ (제공 : 청산녹수)
전남 장성에 위치한 청산녹수가 서울 등 대도시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개발한 프리미엄 막걸리 ‘편백숲 산소막걸리’ 시리즈. 왼쪽부터 일반형인 ‘산소막걸리’, 감미료 무첨가 버전인 ‘산소막걸리 순수령’ 5.8도, ‘산소막걸리 순수령’ 8도, 최근 각광받고 있는 스파클링 버전인 ‘산소 스파클링’ (제공 : 청산녹수)

<대한금융신문=김승호 편집위원> 막걸리하면 떠오르는 브랜드를 하나 꼽으라하면 열에 네다섯은 ‘장수’를 떠올릴 것이다. 인구가 가장 많은 서울과 수도권의 대표 강자로서 주변 지자체까지 시장을 넓히면서 전체 막걸리 시장의 40% 이상을 점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시장에 변화의 조짐이 일고 있다. 시장에서 절대 강자로 군림하던 ‘서울장수’에서조차 새로운 막걸리를 출시할 만큼 변화의 흐름은 뚜렷하다. 장수의 긴장감은 새로운 경쟁자의 출현에서 비롯된 듯하다.

그동안 수도권 시장은 국순당을 제외하곤 굵직한 플레이어가 없었는데 동풍을 타고 지평막걸리가 빠르게 시장을 파고들면서 서울장수도 대응에 나선 것이다.

지평막걸리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양조장 중 하나인 지평주조(경기 양평 소재, 대표 김기환)에서 생산하는 대표막걸리다. 1925년에 설립됐으니, 막걸리 양조사에서 손에 꼽히는 술도가라 할 수 있다.  

지평은 단맛과 저도주를 즐기는 젊은 층을 고려해 지난 2015년 대도시 막걸리 중 처음으로 알코올 도수를 1도 낮춘 5도짜리 막걸리를 공급하면서 경춘선 라인을 따라 서울 동쪽 공략에 성공한다. 이후 계속 판매영역을 늘리면서 지난해 매출 166억원을 달성하기도 했다. 2억원 정도 매출을 기록하던 지역의 한미한 양조장이 9년 만에 80배 이상 매출신장을 이룩하면서 업계의 기린아로 등극하게 된 것이다. 최근에는 이 양조장의 오리지널 레시피를 활용하면서 합성감미료를 배제한 알코올 도수 7도의 ‘지평 일구이오’를 출시하기까지 했다. 

여기에 수년째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던 국순당 마저 고토 회복을 위해 ‘1000억 유산균 막걸리’를 선보이고 시장에서 선전을 펼치자, 서울장수에서도 알코올 도수를 1도 낮춘 ‘인생막걸리’를 출시해 적극적인 수성전략을 펼치게 됐다. 

하지만 지평의 사례는 지방의 다른 양조장에게도 큰 자극제가 된 듯하다. 올드한 막걸리의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젊은 층에게 접근하기 위해 감각적인 브랜드와 레이블을 갖추고 수도권 등 대도시 시장 공략에 나서는 지방 양조장이 하나둘 더 출현하고 있다.

따라서 당분간 수도권 시장에서의 서울장수와 지방 양조장 간의 경쟁은 보다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새롭게 서울 시장 공략에 나서고자 하는 양조장은 전남 장성에 위치한 청산녹수(대표 김진만). 농림부가 지정한 ‘찾아가는 양조장’이기도 한 청산녹수는 1년 6개월간 자체 R&D과정을 거쳐 개발한 ‘편백숲 산소막걸리’라는 브랜드의 막걸리 3종을 시장에 선보여 호평을 받고 있다.

현재 출시한 막걸리는 일반형 ‘산소막걸리(이하 산소)’와 감미료 무첨가 버전인 ‘산소막걸리 순수령(이하 순수령)’, 그리고 최근 시장에서 각광받고 있는 스파클링 막걸리인 ‘산소스파클링’ 등. 산소와 순수령은 모두 기존 막걸리보다 알코올 도수가 낮은 5.2도와 5.8도이며 스파클링은 맛을 돋보이기 위해 약간 높은 6.8도로 만들어졌다. 여기에 순수령은 맛과 향을 더 풍부하게 내는 알코올 도수 8도짜리를, 그리고 스파클링은 딸기 넣은 제품까지 추가해 총 5종으로 시장을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서울 성수동에 최근 문을 연 한강주조는 처음으로 서울에서 재배한 쌀로만 막걸리를 빚고 있다. 사진은 지난 봄 ‘경복궁쌀’ 모내기 현장에서 자사의 ‘나루 생막걸리’를 배치하고 찍은 이미지 컷 모습 (제공 : 한강주조)
서울 성수동에 최근 문을 연 한강주조는 처음으로 서울에서 재배한 쌀로만 막걸리를 빚고 있다. 사진은 지난 봄 ‘경복궁쌀’ 모내기 현장에서 자사의 ‘나루 생막걸리’를 배치하고 찍은 이미지 컷 모습 (제공 : 한강주조)

전통주 전문 주점 증가

변화의 조짐은 마트와 일반 음식점에서 유통되고 있는 막걸리에 국한된 것은 아니다.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홍대 주변과 광화문 등 일부 젊은 층 유입이 많은 지역에 한두 업소 정도 생기던 전통주 전문 주점이 최근 급증하고 있는 것.

전통주 전문주점은 기존의 팔도막걸리 주점과 달리 전통제조법으로 생산되는 소주 및 청약주, 막걸리 등의 주류를 취급하면서 파인 다이닝까지 연결시켜 우리 술의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부각시킨 주점들이라 할 수 있다.

대표적인 곳은 압구정동에 이어 명동에 점포를 낸 ‘백곰막걸리’와 산울림소극장 인근에 위치한 ‘산울림1992’, 과천의 ‘별주막’, 대학로의 ‘두두’ 등이며, 이들 주점이 늘어나면서 젊은이들의 전통주 접근성도 같이 높아지게 된 것이다. 

이처럼 전통주를 전문으로 판매하는 전문점은 전국적으로 150개 이상 되는 것으로 업계에선 추산하고 있다.
그리고 현재 전통주 판매에 대한 노하우 공유 등을 목적으로 설립된 전통주주점협의회에 가입된 매장도 50개가 넘는다고 한다.

유통 채널의 다각화 

이와 함께 그동안 전통주 판매 부진과 관련, 빈약한 유통채널이 자주 지적됐는데 최근에는 네이버쇼핑, 지마켓 등 오픈마켓에서 쉽게 전통주를 구입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전국 90여개의 양조장이 참여하는 전통주 전문 종합쇼핑몰인 ‘술팜닷컴’까지 등장해 온라인을 통한 전통주 구입이 훨씬 수월해졌다.   

서울쌀로 빚은 전통주도 등장

한편 서울 유일의 쌀 브랜드인 ‘경복궁쌀’로 술을 빚는 전통주 양조장도 성수동에 등장했다. 전통주 전문 교육기관인 가양주연구소에서 양조기술을 익힌 네 사람이 의기투합해 서울의 전통주 시장을 본격 노크하고 있는 것. 그 주인공은 한강주조(대표 고성용)다. 첫 제품으로 삼키기도 아깝다는 뜻의 ‘석탄주(惜呑酒)’ 방식으로 빚은 ‘나루 생막걸리’를 출시하고 전통주 전문 매장 등을 집중 공략할 예정이다. 

이처럼 전통 제조법을 따르면서도, 젊은 감성으로 무장한 새로운 술들이 서울과 수도권 지역에 늘고 있어 전통주 시장에 새로운 활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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