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개발원 자동차기술연구소장 박진호

[이 기사는 2019년 7월 11일 오후 4시 09분 대한데일리에서 노출한 기사입니다.]

보험산업에서도 제4차 산업혁명기술 활용의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으며, “인슈테크”라는 용어도 이젠 뜻풀이가 필요 없을 정도로 친숙해졌다. 지난달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국내 보험산업의 인슈테크 활용현황 발표에 따르면, 최근 많은 보험사들이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인공지능(AI),블록체인 등을 상품개발부터 보험금 지급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보험업무에 적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를 들어,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맞춤형 보험상품을 개발하고 고객별로 맞춤형 상품을 추천한 후 계약심사를 자동화하고 유지율을 예측하는 등의 방식이다. 보험회사 내부 차원에서는 계약조회, 보험계약 대출 및 상환, 보험금 청구에 관한 고객 질의 상담 등 업무프로세스를 자동화 할 수 있게 되었다. 그야말로 전 방위적 4차 산업혁명 기술의 활용이다.

우리 보험개발원도 이미 작년부터 4차 산업혁명 기술의 활용을 준비해오고 있다. 문자인식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하여 보험상품·위험률 확인 업무의 혁신적 개선을 준비하고 있고, 이미지 인식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자동차수리비가 자동으로 계산되는 시스템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보험사들의 의뢰로 수행하는 보험요율 적정성 확인 업무는 지속적인 보험상품 유지업무 이외에도 4~5년 주기의 생명표 개정 또는 제도 변화 시 마다 수천 건의 의뢰가 한꺼번에 쏟아져 들어오는 양적 변동이 심한 업무이다. 이러한 업무에 대해 인공지능기술을 활용한다면 이러한 양적 변동에 대비할 수 있고 보다 정확하게 요율을 확인하여 보험 소비자들에게 필요한 상품들이 적기에 출시되는데 큰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그리고 이미지 자동견적시스템은 인공지능이 교통사고로 파손된 차량의 사진을 보고 스스로 손상정도를 인식해서 적정한 수리비를 산출하는 시스템이다. 연간 약 460만대 이상의 차량이 교통사고로 부서져서 보험금이 지급되는데 이러한 사고를 처리하는데 자동차보험업계는 약 5천여 명 이상의 보상직원을 고용하여 업무를 처리하고 있다. 

보험처리의 상당부분은 외관만 약간 파손된 수리비 90만 원 이하의 소액 사고들이다. 소액의 다수 건수를 처리해야하다 보면 정확한 손해사정 보다 신속한 지급에 무게를 두게 될 수도 있으나, 인공지능이 이러한 사고의 적정 수리비 산정을 지원해 준다면 손해사정사는 보다 복잡하고 전문적인 판단을 요하는 업무에 집중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기대에 따라 영국, 일본, 미국, 중국 등 세계 각국은 자동차수리비 이미지 자동견적 시스템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이처럼 인슈테크를 활용한 업무 자동화 및 간소화는 상품개발, 계약심사, 고객응대, 보험금 지급 등에 있어 비용절감, 정확성 향상, 효율화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이러한 인슈테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보험산업의 이미지를 리메이킹할 수 있다는데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보험은 우리 생활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대비하여 개인이나 가족의 평화는 물론 기업의 안정적 운영을 위한 사회 안전망 역할을 할 수 있으므로 따뜻하고 착한 금융업종임이 틀림없다. 

하지만 이러한 속성에도 불구하고, 보험은 오히려 다른 어떤 금융업종보다 착하지 않은 이미지를 갖고 있다. 소비자가 계약할 땐 모든 걸 다 보장해 줄 것처럼 해 놓고서, 막상 사고가 나면 어떻게든 보험금을 주지 않으려 한다고 하는 경우가 있다. 그리고 설계사는 정작 소비자에게 필요한 상품을 권하는 것이 아니라 수수료가 많은 상품을 권하는 것 같다고 하는 경우가 있다. 또한 은행은 계약을 깨도 이자까지 덧 붙여 주는데 보험은 원금도 다 안 준다는 등의 불평도 있다. 이러다보니 올해 1분기에 발생한 금융관련 민원 중 약 61.8%가 보험권에서 발생했다고 한다.

보험이라는 것은 여러 사람의 보험료를 모아 실제 사고를 당한 사람에게만 보험금을 지급하는 계약이다 보니 태생적으로 선한 대접을 받기 어려운지도 모르겠다. 거기에다가 보험료와 보험금의 계산이 전문적이고 어려워 오해발생의 소지도 많고 약관은 너무 길고 어렵다. 이러한 속성으로 인해 불완전판매 발생 가능성이 상존하는 보험의 인대인(人對人) 판매과정에서 설계사는 수수료가 높은 상품을 우선적으로 권유할 수도 있다. 반면 보험사 입장에서는 배임과 과잉지급 논란에 벗어나기 위해서 깐깐하게 보험금 지급을 심사하여야 한다. 이러한 다양한 변수들은 보험에 대한 신뢰도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보험이 난해한 것은 어쩔 수 없다하더라도 다양한 보험업 종사자에 의해 가중되는 불신을 최소화 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가령 인공지능 로봇 설계사에게 제대로 학습시켜 놓으면 판매수수료를 기준으로 상품을 권유하지는 않을 것이다. 챗봇은 편파적으로 고객상담에 임하지 않을 것이며 개인별 상담능력 차이도 없을 것이다.

자동차보험에서 차량 수리비를 지급할 때에도 인공지능 견적시스템이 보험금을 계산한다면 사람에 의해 발생할 수 있는 오류 및 그에 따른 불신을 상당히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인공지능의 성능이 충분히 담보되어야 하겠지만 현재의 기술발전 속도를 보면 가까운 시일 내에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다.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 제4차 산업혁명 기술이 보험산업의 업무효율화는 물론이고 보험산업의 신뢰도 제고에도 기여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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