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8-19 10:30 (월)
[응답하라, 우리술 122] 국내에서도 사과발효주 ‘사이다’ 시장 관심 급증
[응답하라, 우리술 122] 국내에서도 사과발효주 ‘사이다’ 시장 관심 급증
  • 김승호 편집위원
  • 승인 2019.07.22 09: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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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와인 업체 이외에 크래프트맥주 업계서도 사이다 생산
문화 없이 기업 시각으로 접근하면 유행에 그친다는 전망도
사과 발효주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자 술교육 기관 등에서도 사이다에 대한 강의가 늘고 있다. 사진은 최근 수수보리아카데미에서 개최한 사이다 관련 행사에서 비교시음 한 국산 사이다와 외국 사이다 사진. 오른쪽에 캔에 들어 있는 사이다가 핸드앤애플의 사이다와 홉사이다이다.
사과 발효주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자 술교육 기관 등에서도 사이다에 대한 강의가 늘고 있다. 사진은 최근 수수보리아카데미에서 개최한 사이다 관련 행사에서 비교시음 한 국산 사이다와 외국 사이다 사진. 오른쪽에 캔에 들어 있는 사이다가 핸드앤애플의 사이다와 홉사이다이다.

<대한금융신문=김승호 편집위원> 탄산이 가득 채워진 달달하고 투명한 색의 청량음료. 우리는 이 음료를 사이다라고 부른다. 그런데 원래 사이다는 사과를 발효시켜 만든 사과술을 의미한다. 

사과를 착즙한 뒤 천연효모가 활동하게 되면 당분이 알코올로 변하게 되는데, 이렇게 만들어지는 것이 사이다이다. 물론 영국과 미국에서 사이다는 사과주스를 의미하며, 지금 말하는 사과발효주는 하드 사이다라고 말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 같은 탄산이 들어간 청량음료를 사이다라고 하지는 않는다.

헤르만 헤세의 자전적 소설 <수레바퀴 아래서>에 사과로 만드는 술이 등장한다. 독일에서 이 술은 아펠바인이라고 부른다. 아펠은 사과를 말하며 바인은 와인을 뜻한다.

이 소설에서 요제프 기벤라트의 아들 한스가 엠마라는 여인으로부터 건네받은 사과과즙을 마시고 술에 취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아직 발효가 채 되지 않은 이 과즙을 마시고 취한 것을 보면 한스가 알코올에 처음 노출된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어찌됐든 사과발효주는 이 과즙에 효모를 넣어 일정 시간 발효와 숙성을 거쳐 생산하게 된다. 

이 과정을 거쳐 만들어지는 술은 대략 알코올 도수 1~6도 사이의 낮은 도수를 보이며, 영미권에선 사이다라고 부르고 프랑스에선 시드르, 스페인에선 시드라라고 불린다.

한편 아이스와인을 만들 듯 사과 수확을 영하 10도 안팎의 한겨울로 미뤄 양조를 하는 캐나다의 경우는 더 높은 도수의 사과와인을 얻기도 한다. 물론 양조 목적에 따라 사과농축액을 더 넣어 알코올 감을 높이는 술도 최근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보면, 크래프트 문화와 함께 사이다와 사과와인 시장도 새롭게 조명 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현상은 미국과 유럽시장에서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시장이 사과발효주인 사이다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 영향은 국내에도 미쳐 사이다 혹은 사과와인을 생산하고 있는 술도가가 최근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과의 주산지와 사과발효주로 유명한 국가를 보면 추운 겨울과 큰 일교차를 특징으로 갖고 있다. 전통적인 사이다 강국인 영국과 아일랜드, 그리고 프랑스의 북부 노르망디와 스페인의 북부 아스투리아스 지역은 모두 그런 기후를 갖고 있다. 국내에서 사과가 많이 나고 있는 문경, 안동, 장수, 예산, 충주 등의 기후도 마찬가지다. 그런 만큼 사과를 이용한 부가가치 창출에 많은 관심을 갖게 된 것. 

현재까지 사과발효주를 생산하고 있는 알려진 술도가는 경북 의성의 한국애플리즈, 충남 예산의 예산사과와인, 충북 충주의 레돔시드르와 댄싱사이다, 그리고 경북 문경의 가나다라브루어리와 경기 양평의 핸드앤애플 등이다. 이밖에도 사과 주산지에서 사과와인을 생산하는 곳들이 여러 곳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최근 특이한 동향은 미국의 크래프트 문화처럼 영미식 사이다를 생산하는 업체들이 늘고 있다는 점이다. 여기에 프랑스식 시드르까지 국내에서 재배되는 사과를 가지고 다양한 시도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국내에서 처음 사과발효주와 증류주를 생산한 한국애플리즈(1998년 설립)와 예산사과와인 등은 자기 지역에서 생산된 사과를 가지고 각각 자신들의 방법으로 시드르와 사과와인 및 사과증류주인 브랜디까지 생산하는 경우다. 

하지만 최근 등장하고 있는 충주의 레돔시드르(작은 알자스)와 댄싱사이다는 충주지역의 사과를 가지고 각각 프랑스식 시드르와 미국식 사이다를 생산하고 있다. 레돔시드르의 경우는 일체의 양조효모와 설탕을 추가 하지 않고 사과 고유의 당분과 사과 껍질에 붙어 있는 효모만으로 6개월 이상 발효숙성을 거쳐 건강한 시드르를 생산하고 있으며, 댄싱사이더는 미국의 사이더리(사이다 양조장)와 협력 아래 충주 사과(부사 품종)로 젊은 층 입맛에 맞는 사이다를 생산하고 있다.

크래프트 맥주 업계에서 이름을 확실하게 세운 핸드앤몰트는 가장 먼저 미국식 크래프트 사이다를 생산한 경우다. 아예 핸드앤애플이라는 사이다 전문 업체를 만들 정도로 특화시켜서, 알코올 도수 5.9도의 사이다와 맥주를 사용할 때 사용하는 홉을 넣은 홉사이다까지 생산하고 있다. 홉사이다는 최근 미국 크래프트 업계에서도 뜨겁게 확산되고 있는 사이다로 시트러스와 허브 향 등을 느낄 수 있는 사이다이다.  

예산사과와인은 캐나다 퀘벡에서 양조하고 있는 아이스사과와인을 만들듯 사과와인을 만들고 있다. 자체 농원에서 수확한 부사 품종을 기반으로 와인을 만들고 있으며, 속붉은 사과인 골든러브 품종으로 로제와인을 빚기도 한다. 사진은 스틸와인을 병입해서 보관하고 있는 모습
예산사과와인은 캐나다 퀘벡에서 양조하고 있는 아이스사과와인을 만들듯 사과와인을 만들고 있다. 자체 농원에서 수확한 부사 품종을 기반으로 와인을 만들고 있으며, 속붉은 사과인 골든러브 품종으로 로제와인을 빚기도 한다. 사진은 스틸와인을 병입해서 보관하고 있는 모습

이와 함께 문경에 위치한 가나다라브루어리에서도 문경 사과와 국산 효모를 이용해 ‘사과한잔’이라는 사이다를 생산, 대도시의 펍 등에 공급하고 있다. 이밖에도 충주의 댄싱사이다처럼 사이다를 전문으로 생산하려는 곳이 밀양 등에서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크래프트맥주업계에서 시도하고 있는 사이다 생산과 관련해 긍정적 전망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국내 소비자들의 사이다에 인식이 여전히 청량음료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는 점이 확산의 가장 큰 걸림돌이라는 것이다.

더불어 사이다와 관련한 문화도 없는데다 지역 농산물을 이용한 2차 상품에 대한 국내 소비자들의 인식이 변화하지 않는 한 국산 사과를 이용한 발효주 시장은 좀처럼 형성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예산사과와인의 정제민 대표는 “기업의 관점에서 사이다를 접근하는 크래프트 업계의 노력이 긍정적 측면도 있지만, 자칫 한때의 유행처럼 지날 수 있다”는 점에서 “문화적 접근이 우선될 필요가 있다”고 진단한다. 크래프트 사이다를 전문으로 생산하고 있는 핸드앤애플의 이지은 양조사도 “향후 5년에서 10년 정도는 기다려야 시장이 형성될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시장 전망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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