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타고 넘기 위해선 조직원 서로가 신뢰의 울타리 안에 있어야
모두를 하나로 모아낼 수 있는 페리클레스의 리더십도 참고할 만

<대한금융신문=김승호 편집위원> 고대 그리스인들이 페르시아의 대군과 맞서 싸워 승리할 수 있었던 기본 틀은 영화 <300>에서도 자주 목격했던 ‘팔랑크스’라는 밀집군단의 힘이었다. 

큰 방패와 갑옷을 입은 그리스의 중장보병들이 8열 횡대로 집단을 이뤄 보다 큰 방패를 만들고 긴 창을 앞으로 내밀면서 전진하는 모습은 당대 그리스 군사의 위용으로 여겨졌다. 

역사학자 윌리엄 맥닐은 <세계의 역사>에서 팔랑크스의 힘을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다. 고대 그리스 시민들이 밀집군단을 경험하면서 ‘근원적인 차원의 사회성’을 가지게 됐다는 것이다. 서로의 힘을 합해 승리를 거둔 전투 경험들은 자신이 속한 폴리스의 위대함으로 느껴졌고, 그것이 자존감으로 연결되면서 시민의식으로 연장될 수 있었다는 해석이다.

이 경험을 공유한 시민들은 평생 동안 강한 연대감을 갖게 되고 그 연대의식이 위기 때마다 거대한 힘으로 작용했고, 그 힘은 시민들이 폴리스에 헌신할 수 있는 근거가 됐으며 결국 외부의 침략, 예컨대 페르시아와의 계속된 전쟁에서 승리를 거둘 수 있는 동인이 됐다. 

팔랑크스는 왼손에 든 방패로 자신의 몸의 절반을 가리고 나머지 절반은 옆에 있는 사람의 방패로 가리게 된다.

즉 한 사람이 충분히 자신을 방어하지 못하면 그 순간, 밀집대형은 무너지게 된다. 그래서 전투에서 다치거나 죽지 않기 위해선 옆에 있는 사람의 왼쪽으로 바짝 붙게 돼 있다. 따라서 훈련과정은 철저했고, 전투는 자연스레 동료 간의 뜨거운 우정을 기반으로 치러지게 된다. 

그런데 이렇게 끈끈하게 형성된 연대의식도 무너지는 순간이 있었다. 페르시아와의 전쟁이 끝나고 난 뒤 마라톤 전투에서 승리를 거둔 중장보병과 살라미스 해전에서 승전했던 경장보병 혹은 해군 간에 간극이 벌어진 것이다.

자기 땅을 가지고 있던 중장보병 출신의 시민들과 땅을 가지지 못한 가난한 시민들 간의 대립이 더욱 첨예져서다. 특히 스파르타와 벌인 펠로폰네소스 전쟁 기간 동안 양 세력의 갈등은 극에 달하게 된다. 

역사학자 앙드레 보나르는 자신의 책 <그리스인 이야기>에서 “예수가 태어나기 500년 전에 페리클레스 시대가 있었다”고 적고 있다. 그의 말처럼 자기 이름을 걸고 시대를 정의할 수 있는 영광을 페리클레스는 얻었던 것이다. 

이런 영광을 누릴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그가 아테네를 집권했던 32년의 시간 속에서 찾을 수 있다. 그가 통치했던 기간은 아테네의 최고 부흥기였다. 과학기술의 발전은 물론 화려한 예술 작품도 쏟아져 나왔다. 

그런데 우리가 페리클레스를 기억하는 것은 그가 스파르타와의 전쟁을 치룬 아테네의 지도자이면서 아테네 민주정의 완성자였기 때문이다. 특히 팔랑크스가 그리스인의 연대의식을 일깨우고 강화시킨 핵심 모티브였지만, 페르시아 전쟁 이후 반목하고 있었던 부유한 시민과 가난한 시민들의 갈등을 거중 조정해, 다시 연대의식을 고취시키며 아테네 민주정을 완성했다는 점에서 더 많은 박수를 받는 것이다. 

투키디데스가 기록한 <펠로폰네소스 전쟁사>에서 찾을 수 있는 전몰자에 대한 그의 추모 연설은 그의 통치력의 백미라 할 수 있다. 그 중 한 대목을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용기가 자유를 낳고, 자유가 행복을 낳습니다. 우리가 이 두려운 전쟁 앞에서 용기를 내야 하는 이유입니다.”

즉 자유가 무엇인지 알고 있었던 아테네의 시민들은 자유가 행복을 담보하기에 그 자유를 위해 기꺼이 용기를 내야 한다는 것을 체득하고 있었던 것이다. 따라서 그의 연설은 다시 시민들을 연대의 물결로 인도할 수 있었고, 스파르타와의 전쟁을 치러나갈 핵심동력으로 이어지게 된다. 

경남은행의 황윤철 행장이 하반기 경영전략회의에서 ‘원팀’을 강조하고 나섰다. 최근 준우승을 거둔 U-20 축구국가대표팀을 사례로 들면서 녹록치 않은 2019년 하반기 은행의 전략을 임직원에게 펼쳐 놓으면서 등장시킨 단어다. 

“경남은행 임직원 모두가 각성해 원팀으로 나아간다면 충분히 극복하고 기회로 전환할 수 있다.”

원팀이 지니고 있는 정신은 아테네 중장보병들이 전법인 팔랑크스이다. 그리고 느슨해진 연대의식을 재점화시킨 페리클레스의 추모연설이기도 하다.

황 행장도 위기에 처한 아테네를 구하기 위해 추모연설에서 아테네 시민을 하나로 모아냈던 페리클레스처럼 ‘원팀’을 강조하며 하나가 돼줄 것을 요청했다. 원팀은 조직력이다. 그리고 조직력은 신뢰에서 출발한다. 

어느 기업이든 리더와 조직원의 관계에서 가장 핵심 덕목이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말의 성찬이 아니라 실제 조직에서 신뢰의 기반을 확보하기 위해선 황 행장은 물론 임직원 모두가 같은 곳을 바라보며 서로 신뢰의 언행을 보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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