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M펀드 주문 과정서 공모→사모로 위장 의혹
내달 12일 금감원 자본시장조사심의위원회 상정
박용진 의원 “투자자 보호보다 기업이익만 추구” 

 

<대한금융신문=강신애 기자> NH농협은행이 일명 ‘미래에셋방지법’의 첫 위반 기업이 될 처지에 놓였다. 공모펀드를 만들어 놓고도 교묘하게 사모펀드처럼 꾸며 판매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3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내달 NH농협은행이 펀드 판매 과정에서 ‘미래에셋 방지법’ 위반 혐의로 자본시장조사심의위원회의 심의를 받는다. 공모펀드를 판매하면서 증권신고서를 사전에 제출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미래에셋방지법은 공모를 사모처럼 꾸며 투자자에게 청약을 권유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법이다. 둘 이상 증권의 발행 또는 매도가 사실상 동일한 증권일 경우 증권신고서 제출 등 공모펀드에 적용하는 공시 규제를 똑같이 적용하라는 내용이 골자다.

금융투자업자가 금융당국의 공모규제를 회피하기 위해 여러개의 특수목적법인(SPC)을 만들고 SPC마다 49명 이하 투자자로부터 투자를 받아 사모처럼 판매하는 걸 방지하기 위해 도입됐다.

금감원은 NH농협은행이 공모펀드를 판매하면서 둘 이상의 사모펀드를 판매하는 것처럼 위장했다고 보고 있다. 문제가 된 펀드는 지난 2016년부터 2018년까지 2년간 시리즈펀드 형식으로 이어져 온 상품이다.

NH농협은행은 이를 개별 사모펀드로 여겼지만, 금감원에서는 자본시장법 제 129조의2 2항에 따라 동일한 펀드라고 봤다. 해당 조항에 따르면 증권의 발행 또는 매도의 시기가 6개월 이내로 서로 근접할 경우 같은 증권이라고 본다. 

자조심에서 해당 펀드들이 동일하다는 결론이 나면, 이 펀드는 펀드 투자자수가 49명을 초과하는 공모펀드가 된다. 이 경우 NH농협은행은 발행공시 규제를 위반한 셈이 된다. 

원래 자본시장법상 공모펀드 설정시에는 자산운용사가 반드시 금감원에 사전 신고를 해야 한다. 금감원은 판매사인 NH농협은행이 사실상 펀드 증권신고서 제출 의무를 연대해서 위반했다고 보고 있다. 문제가 된 시리즈 펀드는 판매사인 NH농협은행의 지시로 설정된 OEM펀드로 자산운용사가 투자자 수, 투자대상을 정하는 과정에 NH농협은행의 책임이 있다고 봐서다.

앞서 지난달 열린 제재심에서 금융감독원은 NH농협은행과 함께 OEM펀드 설정·운용 공모를 한 파인아시아운용, 아람자산운용, 한화투자증권, DB금융투자에 일부 영업정지 및 과태료 부과 등의 제재를 내린 바 있다. 

자조심에서 자본시장법 위반 여부가 확정될 경우 NH농협은행은 미래에셋방지법의 첫 위반 기업이 된다. 이 법에 대한 위반 행위는 규정상 과징금 최고액이 20억원으로 매우 높아 NH농협은행도 과징금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해 지난 2017년 미래에셋방지법안을 발의한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은 “공모규제를 회피하기 위해 펀드를 쪼개 파는 편법행위를 규제하기 위한 목적으로 법이 개정됐다”며 “하지만 금융기관들이 입법 취지를 망각한 채 여전히 투자자 보호보다는 기관의 이익을 앞세우는 영업행태를 보였다는 점에서 대단히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한편 앞서 미래에셋대우는 지난 2017년 베트남 ‘랜드마크72’ 빌딩 관련 자산유동화증권(ABS)을 발행하면서 공모형임에도 증권신고서를 제출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규정상 최고액인 20억원의 과징금을 받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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