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농협銀 이대훈 행장, 명함에 행장 대신 '디지털 탐험가' 새겨
디지털 관련 회의는 물론 하반기 업무 중 절반 이상 디지털 집중

<대한금융신문=김승호 편집위원> 인류 최초의 위대한 모험은 수백 명의 무리로 아프리카 초원 지대를 벗어났던 7만년 전에 시도된다. 당시 인류의 인구는 대략 1만명 정도. 이 최초의 탐험이 성공하면서, 인류는 5만년에 걸쳐 아시아와 유럽, 아메리카 대륙 등 전 지역으로 퍼지게 된다. 

최초의 모험을 이끌었던 지도자 덕에 우리 인류는 새로운 미지의 영역을 찾고자하는 탐험가적 정신을 DNA에 담게 된다. 그리스와 소아시아가 경쟁했던 트로이전쟁은 물론 이 전쟁 이후 자신의 왕국인 이타카로 되돌아가는 10년의 긴 여정을 승리로 이끈 오디세우스, 그리고 페르시아와의 전쟁을 승리로 이끈 뒤 에게 해의 패권을 두고 아테네 폴리스를 단합시켰던 페리클레스, 로마에서 시작해 유럽과 지중해를 낀 아프리카 지역까지 손아귀에 넣었던 로마의 무수히 많은 장수들은 다 이 DNA의 축복을 받은 자들일 것이다. 

어디 이뿐이겠는가. 유럽의 뱃사람들이 경제적 기회를 만들어내기 위해 대서양을 향했던 대항해의 시대 인물들은 지구사차원에서도 하나의 획기적인 전기를 만들었던 탐험가들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인류의 역사는 탐험의 역사라 말할 수 있다. 그리고 이 탐험의 역사는 과학기술의 진보와 함께 하면서 인류에게 새로운 도전의 대상을 끊임없이 제공하게 된다.

그리고 어느덧 우리는 기술과 무관한 삶을 살아갈 수 없는 존재가 됐다. 과학기술에 대한 의존이 더 나은 삶을 위해서인지, 아니면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서인지, 그것도 아니면 서로 나눌 수 있는 파이를 키우기 위해서인지, 그 답은 중요치 않다.

분명한 것은 과학기술과 함께하면서 탐험에 게으르지 않았던 인류는 이미 새로운 단계로 접어들었다는 사실이다. 

물론 그 사이 우리들의 과학기술을 바라보는 시선마저 바뀌었다. 19세기에 등장한 기술들을 경이롭게 바라봤던 인류는 20세기에 접어들어 일어난 두 차례의 전쟁을 거치면서 과학과 사회에 대한 관계를 새롭게 조망한다.

하지만 다시 21세기가 되면서 인류는 변화의 속도를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발전하는 과학기술 앞에서 망연자실하고 있다. 이 과학기술을 이용할 줄 아는 사람들은 또 다시 신을 꿈꾸고 있지만,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낯선 지역을 처음 탐험하는 사람처럼 경계의 눈빛을 감추지 않고 기술을 대하고 있는 것이다. 

NH농협 이대훈 행장의 명함엔 ‘은행장’이라는 단어가 들어 있지 않다. 영문으로 디지털 익스플로러라는 단어가 행장의 이름 아래 새겨져 있다. 은행장이라는 타이틀 대신 디지털 탐험가라고 명명한 아이디어에 우선 박수를 보낸다. 

인터넷과 모바일, 인공지능, 핀테크 등 새로운 과학기술의 등장이 반갑기도 하지만, 이를 수용하지 못하고 뒤쳐졌을 때 오는 자괴감은 무엇으로도 상쇄시킬 수 없다. 그런 점에서 현재의 은행장은 물론 모든 기업인들은 새로운 기술을 탐색하고 연구하는 탐험가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명칭을 명함에 적어서 사용할 수 있을 만큼 은행의 문화가 진보적인 곳은 아니다. 게다가 변화에 가장 덜 민감하다고 여겨졌던 NH농협이어서 더 신선하게 느껴진다. 

명칭뿐이 아니다. 최근 소셜미디어 중 가장 핫하다고 할 수 있는 유튜브까지 개설해 방송안내 문구도 명함에 담았다. ‘NH튜브’ 채널 구독자가 대략 29만명 정도로 금융권 전체에서 톱을 달리고 있다. 

하반기부터는 행장업무의 절반 이상을 디지털 사업에 쏟겠다고 이 행장은 밝히고 있다. 의제를 선도하는 사람이 리더다. 은행권은 선두 다툼을 위해 막대한 예산을 디지털 분야에 투자하고 있다. 말과 행동이 모아질 때 리더의 영향력은 커지게 된다. 디지털 탐험가라는 새로운 별칭이 어떻게 빛을 발하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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