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수요 충족 위해 다양한 분야와 콜라보 상품 개발
신탁의 사회적 기능도 대두…“정책적 뒷받침 필요”

<대한금융신문=안소윤 기자> 급속한 고령화, 치매 등 노인성 질환 증대, 빈번한 상속 분쟁 등 사회적 여건에 따라 ‘신탁’에 대한 금융소비자들의 관심이 높아지자 은행들이 다양한 관련 상품을 선보이며 시장을 활성화하는 데 애쓰고 있다.

9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국민·신한·KEB하나·우리·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지난해 말 기준 신탁 수탁액은 총 297조1000억원으로, 전년(232조3000억원) 대비 27.9% 급증했다.

국내 신탁 시장은 지난 2013년 9월 발생했던 동양증권 사태로 신뢰를 잃은 후 부진을 거듭하다 저금리 기조 속 나쁘지 않은 수익성과 비대면 계약체결 허용 등 규제 장벽 완화로 인한 편리성 개선으로 주목받으며 최근 들어 수요가 늘기 시작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신탁에 대한 금융소비자의 낮은 이해도, 계약과 동시에 재산권을 은행 등 수탁자에 이전해야 한다는 것에 대한 거부감, 사망에 대비하는 문화가 확산하지 않았다는 점, 고액자산가를 중심으로만 발전해왔다는 점 등으로 인해 타국보다 신탁의 활용이 아직 미진한 편이다.

이에 국내 은행들은 비이자 부문의 핵심 성장동력으로 부상한 신탁 시장의 도약을 기대하며 신탁 서비스 대중화를 위한 노력을 활발히 전개하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행보는 상품 포트폴리오 개선이다. 고액자산가들을 위한 맞춤형 생전신탁 중심에서 상품 판매 겨냥 층 확대를 목표로 특수목적을 가진 신탁상품(이하 특정금전신탁) 라인업을 점차 넓혀가는 모습이다.

특정금전신탁이란 고객이 자신의 투자 성향이나 목적, 투자 기간 등을 고려해 신탁 운용대상을 특별히 지정할 수 있는 상품을 말한다.

펀드처럼 돈만 맡기는 게 아닌, 현물과 부동산까지 다양한 자산을 운용한다. 최근에는 반려동물을 위한 보호자의 재산신탁까지 등장하는 등 생활상의 변화를 반영한 상품이 줄지어 출시하고 있다.

KEB하나은행의 경우 지난 5월 금융권 최초로 범죄피해자 지원을 위한 신탁계약 체결을 맺으며 신탁사업 영위를 대폭 넓히기도 했다.

KEB하나은행 관계자는 “신탁은 자산가들을 위한 상속 설계 기능뿐만 아니라 보호가 필요한 계층의 재산 보호 수단으로도 활용도가 높은 금융서비스”라며 “앞으로도 다양한 분야에서 신탁과의 콜라보를 통한 금융서비스를 확대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선 신탁의 대중화를 위해선 정책적 뒷받침이 필수적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한국금융연구원 서정호 연구위원은 “현재 국내의 상속형 신탁 가입자 대부분은 80세 이상인 것으로 파악되는데, 가입고객의 연령대를 60~70대로 확산시키고 가입 재산규모도 점차 낮추는 방향으로 대중화를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 연구위원은 “특히 상속형 신탁에 대한 세제혜택을 신중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상속 분쟁 감소, 노인성 질환 발병 시 치료 및 간병 비용 관리 용이 등 사회적 기능이 분명한 신탁에 대해서는 수탁재산의 합동운용을 허용하고 생활지원서비스를 수탁자의 자회사로 둘 수 있도록 하는 등 규제의 유연성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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