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점유율 줄며 인터넷은행·핀테크기업 급부상
높은 연체 리스크는 부담…심사평가모델 고도화 노력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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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금융신문=안소윤 기자> 수익성이 적은 ‘소액신용대출’에 그동안 소극적으로 임했던 은행권이 최근 들어 관련 신상품을 쏟아내며 판매를 늘려가기 시작했다.

인터넷은행과 핀테크 기업들이 소액대출 상품으로 사회초년생 등 젊은 고객층을 빠른 속도로 흡수하고 종합 금융플랫폼으로써 진화를 거듭하자 이에 대한 경계심이 커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14일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소액대출 시장의 주류를 차지하고 있는 79개 저축은행의 소액신용대출 잔액은 지난해 4분기말 기준 7692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4분기 9108억원보다 15.5% 줄어든 수치다.

저축은행권 소액신용대출은 지난 2016년 2분기부터 줄어들어 지난해 말까지 11분기 연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11분기 동안 감소폭은 32.8%(3757억원)로, 같은 기간 저축은행 전체 대출 규모가 57.1%(21조원)나 늘어난 것과 대조적이다.

이는 제2금융권의 대출금리를 더 내리라는 금융당국의 압박에 저축은행권이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상품인 소액신용대출부터 줄인데 따른 결과로 분석된다.

그러나 사회초년생 등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소액대출에 대한 수요는 지속됐고, 해당 시장에 뛰어든 인터넷은행과 핀테크 기업들이 부상하기 시작했다.

KB금융경영연구소가 발표한 ‘2019 한국 1인 가구 보고서’를 살펴보면 대출 보유 1인 가구 중 1000만원 미만의 소액대출 비중은 11.6%를 기록했다. 특히 대출 보유 20대 1인 가구의 소액대출 보유 비중은 23%로 높은 편이다.

모바일에 익숙한 젊은층을 주고객으로 삼는 인터넷은행과 핀테크 기업은 이 같은 사실에 주목, 편리성을 무기로 한 소액대출 상품을 쏟아내며 젊은 고객들을 유치해 나갔다.

카카오뱅크는 연 3.29% 금리로 최대 300만원을 대출받을 수 있는 ‘비상금대출’을 대표상품으로 출범 2년만인 지난 2018년 말 여신액 11조3000억원을 돌파했다.

토스, 페이코, 8퍼센트 등 핀테크 기업들도 은행거래 정보 이외의 신용정보를 바탕으로 별도의 소득증빙 자료 요구 없이 간편하게 대출이 가능한 소액대출 상품을 선보여 신용카드를 쓰지 않는 대학생이나 사회초년생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인터넷은행과 핀테크 기업들의 소액대출 시장 잠식에 위기의식을 느낀 은행들은 관련 상품 라인업 및 서비스를 강화하고 나섰다. 안그래도 지점을 찾는 고객이 빠르게 줄어들고 각종 규제로 대출 영업환경이 악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향후 우량고객으로 전환할 수 있는 젊은 고객들을 더는 뺏길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우리은행은 지난달 11일 이동통신사 관련 기록만 있으면 최저 3.84% 금리로 최대 300만원을 빌릴 수 있는 ‘우리비상금대출’을 출시했다. 통신사 정보만으로 대출해주는 은행권 최초 상품이다.

KEB하나은행은 지난 6월 본인 명의 휴대폰과 공인인증서만 있으면 은행 방문이나 별도의 서류 제출 없이 모바일뱅킹을 통해 쉽고 빠르게 이용할 수 있는 ‘하나원큐 신용대출’을 내놓았다. 이 상품은 고 급여소득자 외에 신용평가사에서 산출하는 추정 소득정보를 반영해 사회초년생, 자영업자 및 주부 등도 손쉽게 대출 가능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IBK기업은행의 경우 지난 5월 중·저신용 고객을 대상으로 등급에 따라 최대 500만원까지 지원가능한 ‘i-ONE 간편 중금리대출’을 선보였다.

i-ONE 간편 중금리대출 대출을 받은 날부터 1년 동안 연체 없이 원리금을 상환할 경우 매년 0.3%포인트씩 최대 4년까지 총 1.2%포인트의 금리를 감면해 중·저신용 고객의 금리부담을 줄였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소액대출을 찾는 젊은층의 고객 수요에 맞춰 다양한 상품을 개발하고 서비스 강화에 주력하고 있으나, 주이용객이 중신용자다보니 연체율 확대 부담이 큰 건 사실”이라며 “그동안 축적한 데이터를 토대로 심사평가모델을 고도화해 인터넷은행, 핀테크기업 등 신흥 금융업보다 금리부담은 줄이고 접근성을 높인 상품을 제공하는데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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