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銀·핀테크 성장 및 빅블러에 IT인력난 심화
코딩부터 AI, 블록체인 등 전문화 교육까지 다양

<대한금융신문=문지현 기자> 은행권이 디지털 인재를 직접 양성하는 데 한창이다. 최근 금융과 유통·정보기술(ICT) 업계 간 빅블러 현상(업종 간 경계가 희미해지는 현상)이 심화되며 은행권 역시 다양한 산업 분야에 뛰어들 수 있는 디지털 경쟁력을 기르기 위함이다. 인터넷전문은행과 핀테크 기업의 성장 가속화로 인재 외부수혈에 어려움을 겪는 점도 한몫했다.

14일 은행권에 따르면 대부분의 은행은 내부 인력 양성에 힘쓰고 있다. 그간 은행들은 ICT 인력 수시채용, 헤드헌팅을 통한 영입 등을 진행하며 ICT 외부인재 확보에 심혈을 기울였지만, 인공지능(AI), 블록체인 등 전문 기술 분야 인력난이 심해지자 직접 인재 양성에 나섰다.

NH농협은행은 블록체인 기술에 전문화된 실무 인력 양성을 위해 '블록체인 전문인력 특별과정'을 진행하고 있다. 범농협 직원을 대상으로 이론뿐 아니라 블록체인 활용을 위한 실무 중심 교육을 진행한다.

KB국민은행은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KB 에이스 아카데미'를 통해 디지털 역량 강화에 나섰다. 해당 아카데미는 코딩과 클라우드, AI, 블록체인, 사물인터넷(IoT) 등 각종 디지털 기술 이수에 초점이 맞춰졌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말부터 디지털 전문가 양성 프로그램인 경력개발제도(CDP)를 시행하고 있다. 공모를 통해 직원을 선발한 후 일정 기간 디지털 기술과 관련된 외부 연수를 통해 해당 분야 업무에 배치하고 있다. 2~3년마다 직무를 바꿔 다양한 경험을 쌓기보다 인공지능, 빅데이터, 블록체인 등 한 분야에 오래 근무 시켜 전문성을 갖춘 직원을 육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신한은행은 사내 소셜 교육 플랫폼인 ‘신한 쏙(SOK)’을 통해 직원들에게 소프트웨어 공학, 코딩 등 각종 디지털 교육도 실시하고 있다. KEB하나은행은 하나금융그룹 차원에서 내부 직원의 정보기술(IT) 역량을 강화해 내년까지 1200명의 디지털 전문 인력을 키울 계획이다.

은행권 인력난 문제는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 권역이 당면한 최대 현안으로 인식된다.

하나금융연구소 조수연 연구원은 금융기관의 약 76%가 내부 IT 역할을 창출했으나 절반 이상은 디지털 역량을 보유한 인재 채용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은행의 보수적인 조직문화와 운영방식이 디지털 인재가 선호하는 회사 및 업무 환경과는 거리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글로벌 리서치 기업 유니버섬(Universum)에 따르면 미국 IT 전공자가 취업하고 싶은 회사 순위 중 20위권 내에 금융회사는 없었다.

하나금융연구소가 발표한 ‘글로벌 은행의 디지털 인재 확보 전략’을 살펴보면 미국의 씨티은행은 전문성 전환 프로그램을 통해 고객 여정 설계, 디자인 씽킹, 자동화, 사이버보안 등 디지털 교육을 제공하고, 업무에서 디지털 기술 활용을 유도하고 있다.

싱가포르 OCBC 은행은 미래 은행 업무에 요구되는 7개의 전문 영역을 정의하고, 전 직원을 대상으로 디지털 전환 교육을 진행한다.

조 연구원은 “국내 은행들은 상대적으로 부족한 내부 인재의 디지털 전환에 더욱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라며 “조직 차원의 디지털 경쟁력 확보를 위해 현재의 인사제도와 운영 방식의 유효성을 점검하고, 디지털 인재와 기존 인력들이 함께 역량을 발휘하고 지속 성장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을 위한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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