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투자자 문턱 낮춰 39만명까지 확대 전망
獨DLS 폭탄 우려에도 전문투자자 보호 외면

 

<대한금융신문=강신애 기자> 금융위원회가 전문투자자 자격 문턱을 크게 낮췄다. 

독일발 DLS 폭탄으로 전문투자자의 막대한 금전 손실이 예상되는 현 분위기와 상반된다. 투자자 보호에 우선순위를 둬야 할 금융당국이 시장 키우기에만 급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개인 전문투자자 인정 요건 완화 및 전문투자자 전용 비상장 지분증권 매매시장(K-OTC Pro) 신설 등이 담긴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이 지난 13일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골자는 개인 전문투자자 인정요건 완화 및 인정절차 간소화다. 고위험 영역에 투자할 수 있는 개인 전문투자자 요건을 완화한 것이다. 

세부적으로 △최근 5년 중 1년 이상 투자 계좌 유지 △월말 평균 잔액 5000만원 이상 보유 경험 △직전 연도 소득액 1억원 또는 순자산 5억원 이상 등의 요건을 갖췄다면 전문투자자 자격을 가질 수 있다. 

투자자의 재무 사항이 전문투자자로서 적합한지의 심사는 개별 금융투자회사가 맡는다. 현재는 금융투자상품 잔액 5억원 이상, 직전 연도 소득액 1억원 또는 총자산 10억원 이상, 금융투자협회 별도 등록 등 요건이 까다로운 편이다.

이번 개정을 통해 개인전문투자자 후보군은 39만명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지난해 말 기준 개인 전문투자자 후보군은 1950명 수준이다.

일각에서는 최근 고위험 투자 자산 거래에서 대규모 손실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전문투자자를 늘리는 법안 통과를 강행하는 건 적절치 않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현재 독일·영국 금리 연계 파생결합증권(DLS) 등 고위험 투자 자산 거래에서 대규모 손실이 예상되고 있다.

문제가 된 DLS는 사모 상품으로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 영국 CMS(constant maturity swap) 금리 등을 기초자산으로 발행된 상품이다. 기초자산인 독일, 영국 등 해외 금리가 최근 지속 하락하며 올해 상반기 발행된 상품은 만기에 50~90%의 원금손실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해당 DLS는 최소 투자 단위가 1억원 이상으로 주로 전문투자자군에 속하는 고액자산가들에게 판매가 이뤄졌다.

투자자들이 판매한 금융사들로부터 보상받을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통상 전문투자자의 사모 거래는 금융당국의 투자자 보호에서 벗어나 있다. 일반 투자자의 공모 거래와 달리 사모 거래는 문제가 발생해도 거래 당사자의 책임이 크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투자자 보호는 뒷전으로 둔 채 금융당국이 시장 키우기에만 혈안”이라며 “혁신기업 자금 지원도 정책자금을 이용해야 하는데 이를 ‘전문투자자’라는 미명 하에 국민에게 부담을 떠넘긴 셈”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도 “전문투자자 시장을 키우는 것을 나쁘다고만 볼 수는 없지만, 현재 전문투자자의 금전 손실이 1조원대로 예상되는 상황에도 법안 통과를 강행한 것은 타이밍 미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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